호랑이 사냥의 틀은 별로 교묘한 것이 아니었다. 소위 벼락틀이라는 극히 원시적인 방법이다. 통나무를 문짝과 같이 엮어서 약 사십오 도로 줄을 매어 세워 두고 그 밑에 집돼지 등을 매어 둔다. 호랑이가 집돼지를 물면 줄이 벗겨져서 문짝같은 틀이 땅에 떨어져 압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문짝에는 암석을 수십짐이나 올려 둔다.
밤중에 호랑이가 틀에 걸려들어 틀이 떨어질 때는 산이 무너지듯 대음향을 일으키며, 동시에 호랑이의 우렁찬 노후성이 합세하여 온 마을을 진동하므로 아무리 깊이 잠들었던 사람도 일시에 놀라 깨어난다. 노읍과 부녀자들은 문을 잠그고 공포에 떨고 있으나, 장정들은 횃불과 무기를 들고 모여든다. 무기라 하지만 도끼, 낫 등이 대부분이며, 간혹 창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괭이를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 심리를 분석하면 호랑이를 타살하거나 잡기 위한 무기라기보다 자기안심을 위한 무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을 소집하는 나팔 소리에 집합한 군중들은 호랑이 틀을 장치한 곳에 도착하였으되 누구 하나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 포위하고 고함만 지를 뿐이다. 대개 호랑이가 틀이 치이게 되면 워낙 그 행동이 기민하기 때문에 뒤돌아서 뛰쳐나오다가 그 하반신만이 치이는 것이 상례이다.
상반신만이 틀 바깥에 드러난 호랑이의 분노하는 모습은 아무리 대담한 사람도 감히 바로 볼 수 없을만큼 무서운 광경이다.
눈에는 불이 줄줄이 흐르고, 뇌성같은 노후성은 듣는 사람의 가슴을 누르듯이 진동시킨다. 강철같은 이빨은 누루고 있는 틀을 물어 뜯어, 굵은 나무토막들은 실같이 산산히 부숴지고, 자유로운 두 앞발은 닥치는 대로 암석이건 나무이건 분지르고 던지고 해서 삽시간에 수라장이 된다. 그뿐더러 호랑이가 용력을 다하여 움직일 때마다 산더미같이 쌓인 들위의 암석들이 움쭐움쭐하여 방금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으니 감히 가까이 할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대개 어느 동네에나 한 사람씩의 포수가 있었으며, 만약 그 동네에 포수가 없을 때는 이웃 동네의 포수가 급히 달려와서 총으로 사살한다. 아무리 불완전한 화승총이라도 틀에 치이면 가가운 거리의 호랑이이니 두 발 이상의 저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와같이 산속의 마을에는 거의 밤마다 호랑이의 노후성과 나팔 소리, 사람의 고함 소리가 갑자기 일어나서 밤의 적막을 깨트린다. 대로는 한꺼번에 인근 부락 여기저기서 동시에 일어나는 때도 있다.
그리하여 그 밤중의 교향악은 총성을 종막으로 다시 적막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한국 특산호의 절멸극이었다. 한국이라면 호랑이, 호랑이리면 한국을 연상할 맠늠 수많은 특산호가 단시일내에 절멸되었지만 호피가 그다지 남아있지 않은 이유를 알수 없다. 명사들의 응접실에 장식되어 있는 그 대부분이 남방산인 것을 본 나는 다시금 탄식을 금치 못하였다. 더욱 어떤 모피상점에서 대만산인 운표의 껍질이 한국 표피라고 진열되어 있는데는 아연치 않을수 없었다.
덫은 짐승 잡는데 최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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