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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요런 느낌으로 글 써볼까 하는데 어떨까욤앱에서 작성

랄라비(119.194) 2019.07.27 23:30:12
조회 230 추천 0 댓글 3

전투의 성질에는 묘한 구석이 있어, 다 이긴 전투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며 패색이 완연한 가운데 도리어 이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요행을 바랄 수 있을 정도로 벨라키스 성의 사정은 녹록치 않았다.

아비는 애저녁에 죽고 무기 들 힘도 없는 조부모 뒤에 손자손녀가 칼을 들었고,

활의 시위는 성한 것이 없고, 성 안에 여남은 화살이라고는 적이 쏘아 시체에 박힌 화살 뿐이라.

성벽은 무너지고, 성문은 망가졌으며, 병사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후계 문제로 크게 분열한 중앙은 성이 무너지는 날까지 구원군을 보내지 않았다. 물자의 수급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 안의 나무 속을 죽으로 끓여먹었다.

오백일. 외부의 원호 없이 성 하나가 홀로 버텨낸 날이 오백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라키스의 사람은 단 한 명도 겁에 질려 도망친 사람이 없음이니.

본 사관은 예를 갖추어 다음 사건을 기록한다.

벨라키스 낙성ㅡ.



병사들이 시체의 산을 타고 만신창이가 된 성벽을 오른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저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시체의 산은 높아질 뿐.

오른다. 오른다. 돌과 화살과 각종 방해물을, 때때로 앞에서 죽은 시체마저 퉁겨내며 병사들은 개미인양 오른다.

마침내 한 병사가 성벽 위로 뛰어들며 함성을 내지른다. 그 뒤로 적병은 곱등이마냥 끊임없이 튀어오른다.

그 광경에 수비병 중 하나가 질끈 눈을 감았다가, 방패를 앞세워 달려나간다.

그러다가 성벽 너머에서 날아온 눈없는 화살에 맞아 고꾸라진다.


이미 성벽 위의 전투는 난잡해졌고, 오랜 수성에 지친 수비병들은 자신만만한 적병에게 칼을 내지를 힘조차 없다.

심장을 궤뚫리며 마지막 내지르는 비명 소리도 이미 쉬어버렸다. 지친 병사는 마침내 몸을 뉘이나, 곧 수많은 발길이 그의 등판을 지나간다.

곳곳에 불길이 치솟는다. 집과 창고를 가리지 않고 불길이 치솟는다. 벨라키스가 지키려했던 모든 것들이 일거에 무위로 돌아간다.


시끄러운 소리에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 소리는 있는데, 대관절 지휘관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셋. 둘. 하나! 충차가 성문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자리를 수 년간 굳건히 지켜온 성문이, 삼백 일을 넘도록 공격을 막아낸 성문이 박살난다.

부숴지는 거친 파열음은 함성과 탄식을 몰고옴이니.

와아아아아아아아!

벨라키스에 영광 있으라!

성문이 뚫린 이상 그 어떤 군략이 필요있겠는가. 가장 먼저 날아간 수비병의 목에는 가장 화려한 투구가 걸려있었다.

병사들은 달려드는 죽음에 대해 그저 관성적으로 방패를 들어 막고, 관성적으로 창을 들어 찌른다.

그러다보면 날아드는 칼에 팔이나 다리가 잘려나가며 가장 운 좋은 자가 목을 맞고 일격에 쓰러지는 것이다.

간혹 용력 있는 자가, 피골이 상접한 채로도 두 세 칼을 더 받아내고는 했다.


피. 비명. 불과 아지랑이. 통증. 철의 부러짐. 죽음.

아아. 벨라키스의 사람들이 쓰러진다. 벨라키스가 스러진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장의 소리는 줄어든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은 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조용히 땅에 몸을 뉘였다.

해가 산을 넘는다. 노을이 진다. 무너져버린 성 너머로 재와 연기만 소리없이 잦아든다.

병사들은, 약탈할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가장 먼저 땅에 주저 앉은 어떤 병사가 피에 절은투구를 내던지면서 읊조렸다.

이… 광신도들…!

챙, 챙, 병장기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가운데로 때때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악마같은 시간을 지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땅에 까마귀가 들러 운다.

까악. 까악.


진에서 나온 지휘관이 비참한 광경을 앞에 두고 말에서 내렸다.

그는 무너진 성벽 위에 오르며 조용히 읊조렸다.

이 저주받을 벨라키스 위에 바로선 기둥이 없도록 모든 걸 부숴라. 부수고난 뒤에는 소금을 뿌려라. 그렇지 않으면 저 악마들이 다시금 기어올라올 것이다.





본 사관은 벨라키스에 관련된 모든 사료를 검증한 뒤 작성했음을 서명한다.





요런식으로 역사서 쓰듯이 써볼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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