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량은 항우의 무용에 가려져 초한쟁패기 스타터 정도로 여겨지는데 사기의 기록처럼 갈등이 큰 관민 사이를 상당히 원만히 조율했고 도주해온 회계에서 금세 신망을 얻은 것을 보아도 범상치 않은 데가 있다. 특히 안목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계 접수 후 아는 지인, 호걸들에게 한 자리씩 내렸는데 어느 한 사람에게만 별 자리를 주지 않았다. 그 사람이 항의하자 항량은 "당신은 지난 제사 때 내가 시킨 직무를 잘하지 못했소. 그래서 지금 그대를 임용하지 않은 것이오" 라고 답했다. 이에 사람들이 그 기용에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범증을 기용한 것도 항량이다. 그 항우의 자질을 잘 길러낸 것만 보아도 상당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그야말로 서초의 기반을 세운 인물.

항우와 항량의 관계는 중국판 알렉산더와 필리포스라고 해도 될 정도지만, 서로가 미묘하게 다르다. 일단부자지간인 알렉산더와 필리포스와 달리 항우와 항량은 삼촌과 조카사이다. 또한 알렉산더와 필리포스는 서로가 서로를 죽일듯이 견제했지만 항우와 항량은 서로가 서로를 확실히 보완하고 신뢰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항우의 오만함과 잔학함을 생전 통제하지 못한 것만 보아도 그 한계 또한 분명했던 것 같다. 항량이 항우의 학살에 진짜로 비판적이었는지도 불확실하다.[12] 항우에게 진나라에 대한 증오를 주입시킨 장본인은 현실적으로 온화한 성격이였던 항백이 그에게 증오를 주입시켰을리는 만무하니 항량 외에 있을 수가 없으며, 자신을 포섭하려는 은통을 즉시 척살하고 고을을 접수하는 것을 봐도 항량이라고 딱히 온화한 인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진나라군에게 부친과 형이 살해당했고, 나라와 가문이 모두 망하는 걸 두 눈으로 보고 겪었으니 항량 입장에서는 증오심을 품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초의제 시해로 인해 당대나 후대나 욕먹었던 항우와는 달리 의제를 옹립한 항량은 별 욕을 안 먹은 모양인데, 대표적으로 김종직의 조의제문에서 김종직은 항우는 양흔낭탕하다는 사기의 평을 그대로 썼지만 항량은 '왕위를 얻되 백성의 소망을 따랐다.', '인의를 따랐다.' 라고 평가했다. 사실 항량이 학살을 제지 안 한 건 사실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항우를 통제가능한 사람이었고, 항우의 학살을 제지는 안 했다지만 반대로 그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학살을 부추기거나 학살을 한 적도 없으며 진승이 왕에 대한 욕심을 부리다 비참하게 멸망한 것과 달리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 의제를 옹립하거나 갈수록 인망을 잃어버린 항우와 달리 백성들에게 인망을 얻는 등 약간 문제가 있을지언정 항우만큼 큰 결함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아들도 아니고 조카인 항우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키웠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항량이 결혼을 했다거나 자식이 있다는 기록이 없는 걸로 보아 미혼인 것이 기정사실화되는데, 이럴 경우 항량이 사망하면 그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항우가 후계자가 되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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