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알아두어야 할게, 고대 토착 종교는 "선교"란 개념이 없어요…….

그냥 자기네 부족이나 도시에서 숭배하고 마는 거죠. 그걸로 끝입니다.

이웃 부족민, 이웃나라 사람들을 우리가 믿는 종교로

'평화롭게 개종' 시켜서 친목을 도모하자. 그런 개념이 없음.

어찌보면 당연한게, 고대 다신교 신앙은 도시나 부족의 '수호신'이기 때문에,

자기네 수호신을 굳이 남들도 숭배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없잖어?

물론 신격이나 신앙의 양식을 문화적으로 서로 차용하는 사례는 있긴 함.

하지만 대체로 그런걸 의도적으로 하는게 아니며,

철학적 선교가 아니라 강압적인 지배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음.

모든 민족에게 가르침을 퍼트리려고 하지 않고,

그런 방식으로 어떤 '보편성'을 노리지 않음요.

특히 평화적 선교는 매우 드문 개념이었음.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불교는 이러한

'선교'란 개념을 최초로 실천하기 시작한 종교임.

그게 불교에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었던 특성인지,

아니면 아쇼카왕의 정치적 결정인지는 알 수 없음.

하지만 확실한건 기원전 300년대의 마우리아 제국이

제국의 내외로 불교 선교사를 파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마우리아 제국과 접촉 가능했던

세계 각지에서 불교 유물이 나타나게 되었다는거.

그 결과, 불교는 최초로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가진 종교가 됐음.

인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이집트, 북쪽으로는 중앙아시아,

동쪽으로는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이르기까지.

승려들의 사찰 수도원 공동체가 만들어졌고,

승려들은 대체로 상당히 지적인 사람들이었음.

그들은 서로 왕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초국가적 공동체에서 지식과 전통을 전수했음.

세계 각국의 역사, 지리, 문화에서,

통치 기술이나, 의학과 같은 실용적인 지식,

조각이나 건축, 야금 같은 기술적 수단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소국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초국가적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서,

자신들의 나라에 지식인을 유치하고,

그들의 도움으로 국가 체계를 안정화 시키며,

각종 지적 전통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러니 왜 불교를 후원하지 않겠습니까?

고대에는 그렇게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지적 전통을 '평화적'으로 전수해주지 않는데.

불교 수용은 당신의 문명을 업글할 수 있는 기회이고,

선교 종교가 발전하지 않았던 고대에는

"다른 대안"은 별로 없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지적 전통이나 종교적 전통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은 부족에게는 더욱 그렇죠.

물론 여러 기록에서 보듯이, 토착 전통과 불교 전통이

충돌하였던 사례도 여럿 있지만, 대체로 불교 전통을

수용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이득이라는게 명확했기 때문에,

광범위한 불교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겁니다.

고백신이 불교를 수용함으로서, 어설픈 부족 국가 단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왜 여러 나라들이 불교를 받아들였나요?

불교는 그렇게 해달라고 '선교'한 최초의 종교였으며,

받아들이는 나라들에게 상당한 실용적인 혜택을 주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