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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원소 이야기 생각해서 써봄

ㅁㄴㅇㄹ(125.138) 2024.05.26 22:22:49
조회 96 추천 6 댓글 1
														


- 원가의 계집종이 자식을 낳았다. 아버지는 알 수 없었다.


원가 형제들은 단지 자신들 가운데 누군가 아버지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였다.


후한 시대, 명가에서 얼굴이 반반한 계집종의 취급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새로 태어난 아이를

측은하게 여겨, 죽은 형제, 원성의 자식으로 입적하였다.



- 한나라는 효(孝)를 국가의 근본 이념으로 하였다.


마치 자식이 아버지를 따르는 것처럼,

백성들은 군주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호소에 가까웠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설득력 있는 이데올로기였다.



- 원소의 적모가 죽고, 원소는 상을 지내게 되었다.


한대의 관습은, 후장(厚葬)을 선호하였으며,

고인의 묘 앞에 사당을 지어 놓았는데,

사당은 큰 돈을 들여, 마치 집처럼 지었고,

화상석과 각종 집기를 가져다 놓아서,

그야말로 죽은 사람을 위한 집과 같았다.


하지만, 삼례(三禮)에 따라서,

상을 지내는 자식은 움막을 짓고,

거친 베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 모습은 도저히 산 사람을 위한 집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을 지낼 때는, 그 움막에 살면서,

죽은 사람을 위한 집을 직접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에 불미한 일이 있다면,

효자(孝子)라는 명성은 얻을 수 없었다.



- 원소는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베옷을 입고 땀을 흘리며 노동하였다.


땅을 파고, 뿌리와 돌덩이를 캐내서 땅을 고르고,

큰 기둥을 짊어져 나르고, 아름답게 조각된

커다란 화상석을 등에 짊어져 

흔들림 없이 사당에 가져다 놓았다.


거친 옷을 입고, 이불 조차 덮지 않았다.


동시에 매일 같이 몰려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문상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모두 원가와 인연이 있는 고리 들이었다.


사세삼공을 지내며 원가의 고리는 전국에 퍼져 있었으며,

단 한 번의 장례에 모여든 문상객은 수천, 수만에 달하였다.


"서량의 동탁이라고 합니다."


비대한 몸을 가진 한 장수가, 아첨하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진귀한 서량의 물품을 선물로 가져오기도 했을 때도,

원소는 조금의 감정도 내보내지 않으며,

엄숙하게 문상을 받아들였다.


원소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기 때문에,

함께 상을 지내고 있었던 원술도 

조금도 어긋남이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3년 뒤, 원소가 다시 이번에는

친아버지의 삼년상을 지내겠다고 선언했을 때,

원술은 혀를 차며 질렸다는 듯이 떠나버리고 말았다.



- 삼년간 고행을 하는 원소의 모습은 

거의 인간의 몰골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삼년을 버텨야 한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날 밤, 

원소가 머물고 있는 움막으로 

한 여인이 눈을 헤치고 달려갔다.


여인은 겹이불을 짊어지고 있었다.


풀줄기를 엮어 만든 거적자리에서

웅크리고 누워 있는 원소에게

여인이 이불을 덮어주려 했을 때,

원소는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그리고, 즉시 이불을 뿌리친 다음,

억센 힘으로 둘로 찢어버렸다.


"당신은! 왜 언제나 내 발목을 잡는 겁니까!

내 앞길을 가로막으려 하는 겁니까!"


원소는 평소 답지 않게 분노한 목소리로,

여인에게 쏘아붙이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소야. 날이 너무 춥잖니…….

엄마가 너무 걱정이 되서…."


자식이 벌벌 떨고 있을 때, 옷을 입히고 이불을 덮어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나, 그런 것 조차도 상례를 어긴 불효(不孝)로 손가락질 받는 시대였다.


"‘내 어머니는 저기 누워 게십니다."


원소는 여인의 무지함을 경멸하듯이, 논쟁하는 시간 조차 아까워 하였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원소의 대답을 듣고, 여인은 울면서 찢어진 이불을 끌어안고 움막을 떠났다.


대체 무엇이 미안하단 말인가. 하지만, 그 여인은 미안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리고 세월이 다시 지났다. 이제는 천하가 뒤집혀 난리가 났다.


동탁이 정권을 잡았으나, 원소는 각지의 제후를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


동탁은 분노하여 낙양에서 잡을 수 있는 모든 원가의 가솔을 붙잡아 참수하도록 했다.


태부 원외는 동탁이 보낸 군사들에게 체포되자,

"그 아이가 집안을 망하게 할 것 같더니……."하고 

절망하듯 내뱉으며 끌려나가 참수되었다.


그리고 동탁은 한 여인을 끌고오게 했다. 원소의 생모로 알려진 여인이다.

나이든 여인 역시 병사들에게 이미 모질게 고문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저 년이 그 원소의 어미라고?"


동탁은 여인을 증오스럽게 노려보았다.


"계집아. 원소에게 투항하라고 편지를 써라.

원소는 천하에 효자(孝子)로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

생모가 호소한다면 효도를 거스르겠느냐."


하지만 여인은 이미 매질과 고문을 받으며 독기만 키우고 있었다.


"짐승같은 양주놈. 내가 어찌 자식에게 충효(忠孝)에 어긋난 짓을 하도록 시키겠느냐."


"뭐야? 독한 년. 매우 쳐라."


동탁의 명령이 내려지자, 병사들은 여인을 무자비하게 구타하였다.


"동탁아. 너는 반드시 우리 소에게 잡혀 죽을 것이다.

원가의 고리가 천하에 널리 퍼져 있다는걸 모르지는 않겠지.

너를 죽여서 원수를 갚고자 할 사람들이 백만대군이 넘을 거다."


여인은 마지막까지 

처참하게 고문을 받으며,

원망을 토하다가 죽고 말았다.


동탁은 불쾌하게 죽어가는 여인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여인의 독기 품은 얼굴이 "칼은 너만 가지고 있는줄 아느냐?"하던 

원소의 얼굴과 닮아서, 불쾌하고 소름이 돋았다.



-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옮긴 동탁은 장안 인근에 미오성을 쌓았다.


견고한 요새인 미오에는 동씨 일족과, 많은 식량, 경비병이 모여 있었다.


동탁의 연로한 어머니, 지양군도 있었다.


"어머니. 평안하십니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시지요?"

"그래. 탁아. 나는 불편한 데가 없다만."


천하에 잔학무도한 인물로 소문이 났지만,

동탁은 자기 어머니 만은 지극정성으로 모셧다.


"관동에 도적들이 날뛰고 있다고 해서. 그게 걱정이로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도적들은 이제는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여기 관중 땅은 천혜의 요새이고, 미오는 더욱 튼튼하게 지어졌습니다.

양식도 충분히 쌓아 놓았고, 저에게는 무용이 뛰어난 장수들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런 염려도 할 것 없습니다."


동탁이 자신 만만하게 웃어보이자, 모친의 얼굴에서도 염려가 날아갔다.


"그래 그. 여씨(呂氏)인가 하는 걔. 걔가 참 듬직하게 생겼더라."


미오에는 두터운 성벽과 양고가 있다. 동탁에게는 뛰어난 장수들도 많이 있다.


동탁의 어머니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은 나이가 많아 오래 살 날도 멀지 않았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


(적어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는 편히 봉안해드려야지.)


동탁도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미오를 쌓는데 공을 들인 것이었다.



- 한나라는 효(孝)를 국가의 근본 이념으로 하였다.


효자(孝子)는 곧 충신(忠臣)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처럼, 군부에게 충성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한가. 과연 그러한가.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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