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뭣도 모르는 와린이가 샴페인 시음기를 씁니다 ㅎㅎ

Roger Coulon이 생산한 Heri-Hodie Premier Cru Brut, NV입니다. 요 생산자도 평이 이래저래 갈리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생산자명을 발음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프랑스어 원어민 발음을 들어본 결과, 호지(에) 쿨롱(꿀롱) 정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에"는 살짝 스치듯이 ㅎㅎ

1995년부터 솔레라 방식으로 유지해온 므뉘에 리저브 와인이 90%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10%(품종 정보 못찾음)는 600리터짜리 오크 배럴(Demi-Muid)에서 리컨택으로 10개월간 숙성하였다고 해요. 후에 이 둘을 합쳤나봅니다. 어제-오늘(Heri-Hodie)이라는 이름과 잘 맞는 양조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Fining이나 filtration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방식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이렇게 양조하는 생산자들을 최근에 계속 만나게 되는 걸 보니 꽤 많이 쓰이는 방식인가 봅니다 ㅎㅎ 데고르주멍은 21년 12월이었고, 도사주는 3g, 알코올 도수는 12%입니다. 참고로 코르크 상단의 그림이 참 예쁩니다 ㅎㅎ

색깔은 선명한 금색에서 아주 약간 오렌지 빛이 돕니다. 역시 적포도가 주 품종을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향에서는 브리오슈 계열의 산화 노트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빨간 사과, 서양배가 느껴지네요. 브리오슈랑 사과 향이 겹쳐지니 살짝 갈변 사과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표현하긴 좀 어려운데, 약간 쓴맛과 결합된 것 같은 향도 느껴지네요. 보통은 므뉘에 위주의 샴페인에서 버섯이나 흙냄새를 많이 말씀하시던데, 이건 그런 느낌은 아니었고, 굳이 말하자면 고무 타이어같다고 느꼈습니다 ㅎㅎ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구요.

팔렛에서는 레몬이 서양배와 결합한 것 같은 느낌의 산도가 은은합니다. 꿀 노트가 스쳐가지만 잔당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간 팔렛이 빈 듯한 인상이 강한데, 그 후에 쓴맛이 적절하게 들어옵니다. 제가 마셔본 므뉘에 위주의 샴페인이 많지도 않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렇게 약간씩 팔렛이 비다가 피니쉬에 기분 좋은 쓴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탄산이 아주 미세해서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ㅎㅎ 알코올의 느낌은 향에서도 팔렛에서도 튀지 않습니다.

재밌는 와인이네요. 가격이 많이 올라서 지금은 선뜻 집어오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균형도 괜찮고, 완성미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입니다. 하나의 특징은, 이 와인은 전반적으로 조금 여리여리해요. 강렬하게 치고 나오는 캐릭터가 향에서도 팔렛에서도 별로 없습니다. 그 와중에 균형미가 있었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한 번 쯤은 겪을만 합니다. 그 이후로는... 섬세하고 여리여리한 샴페인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선호하실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