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있었던 모임 후기입니다. 너무 좋았던 모임이라 다른 분들이 좋은 후기 써주시면 간직하려고했는데 바쁘신 것 같아 가장 은혜를 많이 받은 제가 간단히 허접한 후기 남깁니다. 와린이0님 집에서 뵙고 싶었던 BGBGBG님과 모였는데 두 분께 큰 은혜를 입은 것 같네요. (3인모임이었는데... 각 2병 거뜬하신 분들임을 간과하고 저만 1병 들고갔었;;;) 부디 조만한 보은의 기회를!!!

Domaine Leflaive, Macon-Verze 2020

도멘 르플레이브, 마콩 베르제 2020

샴페인을 칠링하는 동안 화이트 먼저 시작했습니다. 얼마만에 마셔보는 도멘 르플레이브인지... ㅜ.ㅜ 아름다운 레몬색 액체에서 오크와 아카시아, 레몬이 은은하면서도 우아하게 피어오릅니다. 입에서는 유질감있는 텍스쳐에 부드러운 산도와 과실미의 발란스도 아주 좋았고요. 블라인드로 받았다면 샤샤뉴 또는 퓔리니 몽라쉐 빌라주급으로 콜했을 것 같은 좋은 퀄리티의 와인이였습니다! 탑생산자의 와인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네요.

Nicolas Maillart, Millesime 2008

니콜라스 마이야르, 밀레짐 2008

최근 핫한 마이야르 08을 마셔봤네요 ㅠ.ㅠ 작년 국내에 마이야르 광풍이 불었었는데 올해 뜬금 없이 샴페인 세기의 빈티지라고하는 2008 빈티지가 풀렸죠. 데고르주멍이 2023년 말이라고 하니까… 2차 병숙성은 14년 이상… ㄷㄷㄷㄷ 그들의 플레그쉽격인 레 쿠페가 2018 빈티지가 풀린 것을 생각하면 더 놀라운 것 같습니다.

은은하게 붉은 빛이 감돌고 기포는 섬세합니다. 향은… 갈변사과, 홍삼,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마카다미아향을 상당히 강하게 느꼈습니다. 리숙성 오래한 샴에서 견과류 뉘앙스가 잘 난다고하는데 이번 마이야르 08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고 풍부한 마카다미아향은 처음 느껴봤네요. 입에서도 정말 너무 좋은 산도, 오리엔탈 스파이스, 홍사과의 과실미가 강하고 산화뉘앙스도 분명 있는데 튀지 않고 복합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각 요소들 하나하나 퀄이 너무 좋으면서 발란스도 잘 맞고 다양해서 복합미도 있고… 무엇보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얼마 전 luce님께서 레 쿠페보다 밀레짐 08이 더 좋았다고 하셨는데 저도 100% 동의합니다. 이 퀄리티에 14만원 정도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고 2병만 산 저를 줘패고싶네요… ㅠ.ㅠ

Frederic Cossard, Gevrey Chambertin ‘Les Genevrieres’ 2020

프레데릭 코싸흐, 쥬브레 샹베르땅 ‘레 주느브리에르’ 2020

제가 들고갔던 와인입니다. 이날 마시려고 주문한 와인이 끓어서 와서 ㅜ.ㅜ 셀러에 있던 것 중 모인 분들이 안 드셔보셨고 재밌게 드실 것 같은 것으로 골랐습니다. 홀클러스터를 사용했고, 3주간 마세라시옹 후 대형 암포라 (=크베브리)에서 1년 숙성 후 정제와 여과를 하지 않고 아황산도 첨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 와인을 샀던 것은 크베브리 모양의 백라벨 때문이었;;;

향에서는 우려와 달리 네추럴와인의 쿰쿰함 같은 것은 없었고 딸기와 체리의 발랄한 향, 펑키한 뉘앙스, 섹시한 발향이 상당히 강해서 금요일 밤에 마시기 좋은 네추럴 피노누아였던 것 같습니다. 암포라 숙성이라 그런지 입에서는 오크 뉘앙스 없이 가볍고 산뜻했고요. 발랄한 산도, 산뜻한 과실미, 미디움 바디… 등 좋은 네추럴 피노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간 좀 지나고 입에서 좀 굴리니 쥬브레 샹베르땅의 캐릭터도 살짝 나온 것 같기도…

Domaine Rostaing, Cote-Rotie ‘La Landonne’ 2011

도멘 호스탕, 꼬뜨 로띠 ‘라 랑돈’ 2011

이날 유일하게 블라인드로 서브되었던 와인입니다. 열감과 알코올에서 나오는 힘이 강하지 않아서 시원한 지역같고 과실은 붉은과실쪽이었습니다. 부르고뉴라 하기엔 색도 진하고 팔렛은 꽉 차있고 삼나무 뉘앙스가 진했고, 보르도라기엔 연하고 붉은과실 위주여서… 처음에는 북론 꼬뜨로띠같다고 말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꼬뜨로띠라기엔 산도가 너무 좋고 팔렛의 밀도와 힘이 우아한 부르고뉴스러워서 진하게 뽑은 쥬샹 1er로 콜했는데… 와… 이게 꼬뜨로띠… 그것도 꼬뜨로띠에서 탄탄하기로 유명한 라랑돈이었네요… ㄷㄷㄷㄷ

정답 공개하고 콜 바꾼 것을 후회했지만 라벨 보면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마셨습니다. 노즈에서 신선한 고급 삼나무와 붉은 과실의 조화가 정말 아름다웠고 팔렛에서는 취향저격이었던 너무 좋은 산도, M+바디, 응축된 과실미, 잔잔하지만 촘촘한 타닌, 그것들의 멋진 발란스! 생각하던 ‘라랑돈’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지만 분명 너무도 멋진 꼬뜨로띠 와인이었습니다!

Fontodi, Flaccianello della Pieve 2017

폰토디, 플라치아넬로 델라 피에베 2017

제가 요즘 술을 좀 덜 마셨는지 이때부터 알딸딸해서 정확한 시음노트가 생각이 안 나는데… 그럼에도 플라치아넬로 2017은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강력한 빠워! 딴딴하게 응축된 과실미! 강렬한 햇살의 축복! 크아… 산죠베제가 이렇게 찐하고 응축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블라인드로 받았다면 메를로 베이스의 수퍼투스칸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네요…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