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토스가 빠르다고 할 때 뭐가 빠르고 뭐가 느린 건지 제대로 아는 경우가 없어 보인다. 그냥 아무개 세터가 빠르다고 주장하면 그럼 그 세터가 빠른거냐?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배잘알 내가 설명을 해줄께.

위 유튜브 동영상은 세터의 손이 빠른 경우와 느린 경우를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다. 세터의 손이 빠르면 배구공이 마치 벽에 튕기는거 처럼 세터의 손에서 공이 나간다. 세터의 손이 느리면 배구공은 마치 용수철 쿠션과 충돌한거 처럼 살짝 들어갔다가 나간다. 이것이 이해가 될 때 까지 위 동영상을 반복해서 봐봐.

별로 큰 차이 같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스피드배구를 하려면 차이가 나는 거야. 내가 지난번에 올렸던 미국 여자 국대 세터 토스 분류표를 다시 봐봐.

위 분류표를 보면 공격수가 스텝으로 공격 타이밍을 맞추는데 세터의 손이 느리면 이 공격 템포를 맞추기 힘들어진다. 즉 스피드배구에서 요구하는 빠른 공격을 하기 힘들어지는 거야. 세터의 손이 빨라야 공격수가 타이밍을 맞춰서 빠른 공격을 하는 게 수월해진다. 세터의 손이 느리면 공격수 입장에서는 타이밍 맞추는 게 힘들어지니 제대로 공격을 못하는 거야.

느린 공격 그러니까 세터가 토스한 공을 보면서 스텝을 밟기 시작하는 뻥오픈 경우엔 세터 손이 느려도 크게 상관이 없어. 빠른 손의 세터는 스피드배구를 하려면 필요해지는 거야.

스피드배구가 요구하는 빠른 토스는 그러니깐 세터의 손이 빨라야 하는 거다. 여기서 세터의 토스 타점이 높을 수록 더 빠른 토스가 가능해지겠지.

세터가 토스를 할 때 궤적이 높게 공이 가면 당연히 공격수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궤적이 낮으면 공격수까지 가는 시간이 덜 걸리니깐 궤적이 낮게 가는 걸 빠른 토스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궤적 높이는 세터와 공격수가 호흡을 맞추면서 조정을 하면 되는 거고, 스피드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한 관건은 세터의 손이 빨라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피드 배구를 한다는 아무개 지도자가 주창하는 "낮고 빠른 토스" 라는 것은 그래서 스피드배구가 아니야. 세터의 손이 느리면 아무리 "낮고 빠른 토스"를 해봤자 빠른 공격 템포를 맞추는게 힘들어서 스피드배구가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세터가 빠른 손으로 토스하는 메커닉은 과거 배구에서 쓰던 구식 방식하고 달라. 구식 방식은 위 동영상에서 김사니 코치가 가르쳤던 것인데, 이런 식의 토스 메카닉으로는 스피드배구를 못한다. 5분20초부터 봐봐. 김사니는 현역 시절 토스가 빠른 게 아니라 공격수가 공을 때리기 좋게 잘 올려주던 세터였다.

이 동영상에서 세터가 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하는데 배구에 정답이란 것은 없겠지만 이 메커닉으로 토스하면 빠른 토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동영상에 나오는 미국 여자 대학 배구 세터들 손에서 공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집중해서 봐봐. 빠른 토스란 이런 거야.

미국은 여자 대학생 세터들이 저렇게 빠른 토스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남자 대학생 세터들이 빠른 토스를 못하는 경우도 많아. 남자가 근력이 여자하고 비교가 안되게 좋은데 말이지. 누가 가르쳐줬어야지. 우리나라 배구 지도자들이 너무 시대에 뒤쳐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