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정보] 재미있는 나폴레옹 민법전 이야기

ㅁㄴㅇㄹ(125.138) 2023.09.05 11:39:51
조회 205 추천 9 댓글 2
														


나폴레옹 민법전은 세계 최초의 근대적 민법적으로, 세계의 여러 법률에 크게 영향을 끼친 법전이다.


하지만 나폴레옹 본인은 당연히 법률가가 아니라, 군인이자 정치가였다. 실제로 구체적인 조문들을 만든 것은 4명의 법학자, 트롱쉐(Tronchet)와 비고 드 프레아므뉴(Bigot de préameneu), 포르탈리스(Portalis)와 말르빌르(Maleville)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 민법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나폴레옹이 민법전의 제작에 많은 열정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여러 업무로 바쁜 와중에서도, 법전의 조항을 일일이 검토하였고, 자신의 관점에 따라서 법률안에 의견을 제시했으며, 출신지와 법학적 관점이 다른 법학자들의 논쟁을 때때로 강권으로 ‘중재’하였다.



법률에 있어서 확고한 관점이 없었던 탓인지, 나폴레옹은 때때로 법안 검토에 있어서 모순된 의견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2가지가 바로 이혼과 입양 분야였다.



- 이혼 : 나폴레옹은 처음에는 '성격 격차'를 이유로도 이혼을 하는 것을 맹렬하게 옹호하였지만, 곧바로 이와는 모순되게 결혼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이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이혼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무래도 결혼 생활에 관련하여 나폴레옹의 관점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입양 : 나폴레옹은 입양에 관련하여서는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입양 제도의 창설에 기여하였다. 나폴레옹은 당시 사회적으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던 입양제도에 관련된 관점을, 특이하게 자신이 목격한 동양 사회의 사례를 바탕으로 주장하였다.


“입양아를 일찍부터 교육시키면 생부보다 양부를 더 좋아한다. 동양의 맘루크 왕조에서는 노예라도 입양이 되면 다른 아이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되고, 양부에게 다른 자식들과 동일한 효성을 보인다”

“혼인제도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풍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동양의 가정은 서양의 가정과 달리 일부다처제이다. 이것이 서양인에게는 부도덕하게 보일지 모르나, 법이 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존속하고 있다”

“지상에서 신을 대신할 자 누구인가? 바로 입법자이다. 부자를 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입법자의 의사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나폴레옹은 실제 가족사에서도 양자 격인 외젠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가족사 경험이 이런 의견에 반영된 것 같다.




또한 나폴레옹은 오히려 법률가들보다 상식적이고 혁신적인 견해도 때때로 보여주었다.



- 민법적 사망 상태(la mort civille) 문제


고대 그리스·로마 시기부터, 정치범이나, 사형·종신형·추방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민사적 사망 상태에 놓일 수 있었다. 프랑스 구법의 경우에도, 일정한 처벌을 받게 되면 민사적 사망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민법적 사망 상태에 놓이게 되버리면, 그 사람은 살아있음에도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법률행위를 할 수 없고,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증인이 될 수 없었으며, 소유하고 있던 재산은 상속되었다.


나폴레옹 법전을 작성한 법률가들은, 더욱 철저하게 혼인관계도 해소되는 것으로 처리하려 하였다. 구법에서는 혼인만은 기독교적 관념 때문에 육체적으로 사망할 때까지 지속되는 성스러운 것으로 봐서, 남편이 민사적 사망 상태에 놓인다고 해도 아내는 이혼할 수 없었고, 아내도 민사적으로 사망한 남편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민사적 사망 상태라는 제도 자체를 반대하였는데, "차라리 민법사에 해당하는 사람은 처형하자! 그러면 미망인은 죽은 남편을 애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남편을 떠나지 않은 여인을 존경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법률가들은 나폴레옹을 설득하여 자신들의 뜻대로 민법사를 관철시켰고, 결국 오히려 구법보다 더욱 가혹한 형태로 구현되었다. 민법사는 1854년에야 폐지되었다.


……민법사 되버려서 그따구 꼬라지로 사느니, 콱 죽어버려야지! 하는 과감한 의견.




- 부권 문제


법률가들은 가정과 법정에서 행사되는 아버지의 친권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으려고 하였으며, 논쟁을 하기는 했으나, 친권의 명칭을 “父의 權能”(la puissance paternelle), “父의 權利”(les droits du père) 또는 “父의 權威”(l'autorité paternelle) 가운데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가 라는 쓰잘데기 없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토론을 중지시켰으며, 오히려 아버지가 친권을 무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제한할 것을 주장하였다. 조부모와 자신이 “자식에 대한 자연의 교사(institutrice naturelle de ses enfants)”라고 칭송하였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친권행사를 통제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부분을 재심사할 때 나폴레옹이 전쟁터에 나가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무제한적 친권 행사는 그대로 민법에 남게 되었다.


……어머니를 무척 존경하였던 나폴레옹의 심경을 알 수 있다.



다만 대체로는 부권을 강화하는데 동의하였으며, 혁명시기의 법률에는 부정되었던 가장이 가족 구성원을 속박하는 권리가 강화되었다. 나폴레옹은 혁명 시기에 가장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했으며, 이같은 조치가 ‘폭군적인 전제정부의 행동’이라고 여겼다.


다만 성년인 자식이라고 하여도, 아버지가 부양의무를 짊어지도록 규정하는 등, '올바른 부권'은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하려고 노력했다.


……아버지 카를로 부오나파르테가 말년에 여러가지 잘못된 투자와 도박, 질병 때문에 재산을 크게 잃어서, 어린시절에 경제적으로 고통받았던 아픔있는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 남편의 권리


나폴레옹은 가족 관계에서 부권을 제약하기를 바랬던 것과는 달리, 남편의 권리는 극도로 강화하려고 하였다. 민법전에 복종이라는 용어를 삽입하기를 바럤으며, 복종이라는 말을 여성들에게 각인하려고 노력하였다.


나폴레옹은 남편의 권리를 너무나 강조하였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은 외출할 수 없고, 희극을 보러 갈 수 없고,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발언까지도 하였으며, “호적공무원에게는 혼인시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과 성실을 약속하는 문구가 담겨있는 양식이 있어야 한다. 아내는 자신의 집의 후견을 떠나서 남편의 후견에 맡겨진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고 하였다.


……이렇게까지 여성의 복종을 강조한 까닭은, 정작 나폴레옹의 아내인 조제핀이 그다지 나폴레옹에게 순종적이거나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제핀이 좀 더 정숙하였다면, 민법전에서 아내의 대우가 이렇게까지 가혹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다.




나뽈레옹과 프랑스民法典(南 孝 淳)에서 재미있는 내용 요약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3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2102 정보 근대 만주 사회를 보여주는 기사 [1] ㅇㅇ(58.140) 23.09.16 149 7
22101 일반 이 책 뭐냐? [4] ㅇㅇ(223.39) 23.09.16 155 0
22100 일반 논란이 되고있는 터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17세기 지도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250 1
22099 질문 전근대 군웅들이나 지도자들은 대체로 미남이었음? [9] ㅇㅇ(14.52) 23.09.16 152 0
22098 일반 삼한은 민족적 개념이라기 보다 지리적 개념이라 보는 게 맞는 것 같음 [20] ㅇㅇ(211.185) 23.09.16 520 11
22097 정보 일본 신도를 바라보던 조선인들의 관점(주로 윤치호 일기) [6] ㅁㄴㅇㄹ(182.218) 23.09.16 633 17
22096 질문 후기 동롬 황제 욕할게 아니라 [8] gurem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181 0
22095 일반 보통 파시즘하면 나치즘하고 무솔리니정권같은 극우만 생각하기 쉬운데 [6] ㅇㅇ(110.9) 23.09.16 130 0
22094 질문 나치독일과 소련은 왜 적대관계엿음? [5] ㅇㅇ(220.76) 23.09.16 134 0
22093 질문 나무위키 합스부르크 문서에서 본건데 [7] ㅇㅇ(39.112) 23.09.16 196 0
22091 일반 신라가 좀 정복국가 느낌 쩔긴 하더라 [3] ㅇㅇ(126.145) 23.09.16 231 0
22090 일반 로마법대전이 동로마의 제일 큰 유산인듯 [1] ㅇㅇ(121.168) 23.09.15 152 6
22089 일반 한국 건국은 936년이라 봐야 하는 거 아니냐? [18] ㅇㅇ(61.39) 23.09.15 274 3
22088 일반 진짜 람세스 임마 신으로 변신해서 히타이트를 무찔렀다는 웃음벨인듯 [1] ㅇㅇ(124.28) 23.09.15 143 8
22086 일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주행 다 했다 [4] MC재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5 109 1
22085 일반 비잔티움 제국에겐 내전이 망국테크였다고 봄 [5] 글쓴놈(119.70) 23.09.15 134 1
22084 일반 이사키오스 콤니노스 이새끼가 진짜 죽일놈인듯 [3] ㅇㅇ(126.145) 23.09.15 110 0
22083 일반 민족은 고정된 개념인가? ㅇㅇ(210.126) 23.09.15 117 0
22082 질문 카데시 전투는 왜 히타이트 승리임? [3] ㅇㅇ(14.56) 23.09.15 117 0
22081 일반 나는 갈량이형 좋아하긴 하지만 [1] 비내리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5 89 2
22080 일반 근데 광해군 내치 쉴드는 어떻게 침? [13] ㅇㅇ(106.102) 23.09.15 230 0
22079 일반 중국 마지막 왕조가 청인건 전화위복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2] ㅇㅇ(211.234) 23.09.15 148 0
22077 정보 합성궁의 진화 과정 [3] ㅇㅇ(121.169) 23.09.15 358 14
22076 일반 그리스 정교회가 그리스 민족주의에 포함된 게 [1] ㅇㅇ(223.62) 23.09.15 157 2
22075 일반 소아시아가 첨부터 그리스인들 살던것도 아니고 ㅇㅇ(124.28) 23.09.15 93 0
22073 질문 아나톨리아가 투르크포밍된 이유가 뭐임? [23] ㅇㅇ(112.152) 23.09.15 229 0
22071 일반 솔직히 비잔틴보다는 불가리아가 꼴림 [7] ㅇㅇ(223.28) 23.09.15 217 5
22070 일반 자치권이 있는곳은 자국사도 따로 배울수있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5 56 0
22069 일반 대마도 정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함? [1] ㅇㅇ(110.10) 23.09.15 141 0
22067 일반 이 시기 당시 영국인들은 어떻게 소통한 거야? [15] 샤이르(58.234) 23.09.15 289 0
22066 일반 1453년 콘스 함락 코미디 아님? [2] ㅇㅇ(143.244) 23.09.15 204 1
22065 일반 최소한 광개토대왕 시기까지는 고구려에 삼한의식이 없었던게 맞는듯 [1] ㅇㅇ(110.10) 23.09.15 187 0
22063 질문 신화얘기 가능함? [8] ㅇㅇ(211.234) 23.09.15 113 0
22062 질문 영국 입장에선 몰타,키프로스는 진짜 포기 힘들었을텐데 [6] 무결점셰브첸코(180.70) 23.09.15 164 0
22061 질문 고대국가간의 외교관계가 궁금함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5 96 0
22060 질문 고구려는 스스로 삼한이나 한으로 자처한 적 없지? [14] ㅇㅇ(203.243) 23.09.15 280 0
22059 질문 황제한테 대제 칭호는 어케 붙는거임 [2] ㅇㅇ(14.56) 23.09.15 132 0
22058 질문 "1대전 직후 대영제국의 일본 평가" 출처 책 인터넷에는 없나? [2] ㅇㅇ(110.10) 23.09.15 180 12
22056 일반 크로니클이 비드 포괄한다는 건 ㄹㅇ 어디서 나온 소리임? [38] ㅇㅇ(106.101) 23.09.14 241 2
22054 일반 식민열강이랑 맞서려면 게릴라전이 답이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4 129 0
22053 일반 옛날에 각 문화권별 고대사 사료 정리해놓은 거 [2] ㅇㅇ(125.134) 23.09.14 245 4
22052 정보 7왕국 시대 사료 [2] 칭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4 158 6
22051 일반 글고 한국도 금석문 기록도 은근 꽤 있음 [9] ㅇㅇ(125.134) 23.09.14 348 13
22050 일반 사료를 보면 인도사가 좀 웃기더라 [5] ㅁㄴㅇㄹ(125.138) 23.09.14 233 1
22049 질문 로마사 함 읽어보려는데 추천할만한 책 있음? [1] Avantgard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4 83 0
22048 일반 막 전문적으로 유럽 고대사 파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10] ㅇㅇ(125.134) 23.09.14 351 7
22047 일반 식민주의 제국주의가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1] ㅇㅇ(218.155) 23.09.14 114 2
22046 일반 나라가 잘나갈때 vs 못나갈때 차이 보면 참 신기하지않냐? [2] ㅇㅇ(115.138) 23.09.14 158 1
22045 질문 벨기에 식민제국이 남긴 긍정적인 유산은 뭘까? [13] ㅇㅇ(121.125) 23.09.14 204 0
22043 일반 솔직히 역사 재구성은 사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3] ㅇㅇ(125.134) 23.09.14 18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