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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일미통치전환과 태평양의 버림받은 세대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3 13:42:25
조회 115 추천 2 댓글 2
														

태평양 원주민들에게 역사상 가장 큰 고난이라 할 수 있을 태평양 전쟁의 폭풍이 지나가고, 행복감이 가시기도 전에 일본의 교육을 받고 자란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달았다.

이 세대는 일본 제국의 교육 하에 자신과 가문의 미래, 공동체에 대한 봉사, 나아가 일본 제국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1940년 쯤에 성인이 되어 번영하는 미래를 꿈꿨을지도 모르지만, 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패배로 끝나자 상황이 뒤바뀌었다.

태평양 전쟁 동안 이 세대는 전쟁 기간의 노동력을 뒷받침하고, 부모 세대를 돌보느라 지나치게 지쳐 버렸고, 일제가 패망한 후 미국이 주도할 새로운 질서에 참여하기엔 자신들이 너무 늙고 지쳐버렸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 이들은 영어를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

일본을 대신할 미크로네시아의 새로운 주인인 미 해군은, 미국이 일본보다 더 좋은 지배자임을 원주민들에게 확신시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미크로네시아에 남은 일본의 흔적을 모조리 없애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진행시켰다.

'일본 흔적 없애기'는 종전 직후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았던 팔라우에서조차 오히려 '미국 사령관이 너무 반일적이다'라는 불만을 나오게 할 정도로 급진적이고 과격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일본 흔적 지우기와 미 해군이 마련한 일본과 차별되는 정책 프로그램이 하나 하나 진행될 때마다 일본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는 자신들이 젊은 시절에 이룬 성취가 부정되고 포기를 강요당하는 박탈감을 들게 만들었다.

오히려 미크로네시아인들이 일본 시대에 거둔 성공은 미 해군에겐 단점으로 비춰졌다. 미 해군은 미국의 이해 관계와 미국 문화를 새로운 삶의 지침으로 삼을 젊은 지도자를 뽑기를 선호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는 대부분 배척당했다.

따라서 태평양 전쟁이 남긴 가장 뼈아픈 유산 중 하나는, 젊은 시절 일본 제국에 인생을 바쳤지만, 전쟁 후 자신들의 미래가 완전히 끝장나버린 것을 확인한 수많은 미크로네시아인들의 삶이었다.

일본 시대에 교육받은 폰페이인 Pretrick Ringlen은 일본인들이 떠날 때 안타까움을 느꼈냐는 미국 연구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안타까웠습니다. 미국 시대는 일본 시대와 같지 않을 텐데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일본인이 아직 폰페이에 있었다면 확실히 저는 더 고위직으로 승진했을 겁니다. 저는 일본 시대에 도로 공사 감독관을 했었으니까요...."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의 통역관으로 일한 Thaddeus Sampson (마샬인)은 일본인의 철수를 두고 '잃어버린 기회'에 대해 두고두고 아쉬움을 표하였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저도 도쿄의 명문 학교로 유학갈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우리들을 모아 일본으로 유학보내줄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어요. 하지만 전쟁이 없었다면 우리 모두 일본에 갈 수 있었을 거에요.

일본은 전쟁에서 이기면 많은 걸 해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이기면 우리가 2등 국민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일본인으로 만들어준다고 했어요."

(미국 연구자 : 그 말을 믿으셨습니까?)

"일본이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우리가 만약 일본과 계속 함께 했다면, 일본이 이겼다면, 우리도 보상을 얻었을 거예요."

일본의 교육 정책은 '너희도 일본인이 될 수 있다'는 당근과, '너희는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채찍 속에서 모순을 통해 형성되었다.

그렇기에 일본에 충성을 맹세한 미크로네시아인들에게 있어서 학교에서 일본의 이상을 받아들이고 일본에게 충성심을 입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패배하면서 그들이 배운 일본어도, 벌었던 엔화도, 받아들인 일본의 이상도 모조리 쓸모 없는 것이 되어 버렸고 미국 시대에 다시 시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졌고 일본 시대에 그들이 이룬 성취는 오히려 미국에겐 단점으로 비춰졌다.

결국 미국 시대에 와서 이 '버려진 세대'는 자신감을 잃고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회귀하게 되었고 미국 시대보다 일본 시대를 자신들이 잠재적으로 더 성공할 수 있는 시대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이 일본 시대를 긍정적으로 추억하게 만들었다.

미국 연구원 John Embree는 이 시대의 미크로네시아인을 두고 "나라없는 사람들"로 묘사했다.

"20년 동안 일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엔화나 일본어가 미국 달러나 영어에 대해 무가치하게 된 걸 확인했습니다. 일본 시대에 교육적, 경제적 성취를 얻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본 통치 하에서의 그들의 성공은 새로운 정권[미국]에게 단점으로 비춰졌습니다.
미 해군 학교에서 영어구사자가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소수의 개인과 가족들은 큰 혜택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일본군 밑에서 성인으로 자라 무대에 설 것을 기대한 사람들은 쓰라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전쟁 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일본 시대 20명의 일본군을 수하로 부리며 헌병으로 일한 팔라우인, 로만 트메툴)

그러나 일본 시대에 교육받은 미크로네시아인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간접 통치를 선호한 미국 시대 특성상 일본 시대와 비교도 안 될 만한 큰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많은 미크로네시아인들은 새로운 질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미크로네시아인들은 일본 시대부터 교육을 소중히 여겼고, 그들의 자녀들이 미국 치하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기대했다. Pohnpei의 Mikel Marquez는 이전 세대에게 익숙했던 숙련된 직업보다는 이제 교육이 자신들에게 더 중요한 취업의 열쇠가 되었는지를 회상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그렇듯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은 노년층과 청년층을 갈라 놓았다. 일본의 패배는 처음에는 일본의 번영을 기대하며 무대에 선 청년들의 자신감을 약화시켰다.

"그들의 기준은 산산이 부서졌고, 그들은 더 나이든 세대의 리더십에 더욱 복종하게 되었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되돌아갔습니다."(Useem 1945b:586).

그러나 미국 문화에 익숙해짐에 따라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은 성공에 대한 대안적인 비전을 발전시켰다. 그런 한편, 미크로네시아에서 미국주의가 확산되는 것은 문화 적응의 미덕과 해악에 대한 열정적인 논쟁과 고뇌에 찬 협의의 미래를 예고했다.

출처
MEMORIES of WAR
+THE TYPHOON OF WAR

조선과 달리 이전부터 식민 통치를 경험했고 자체적인 민족 의식이 없는 지역이었기에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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