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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천하 명장 모문룡 연의

ㅇㅇ(14.46) 2024.04.09 03:05:17
조회 66 추천 0 댓글 0
														

명말청초에 활동한 명군 장수 모문룡은, 현대에는 희대의 졸장으로 알려져 있다. 모문룡은 요동을 지키던 장수였으나, 후금(청나라)가 공격해오자 압룩강을 넘어 조선으로 퇴각했고, 조선에서는 모문룡에게 평안도 앞바다의 섬, '가도'를 주둔지로 내어주었다.


가도에 주둔한 모문룡은 요동에서 오는 명나라 유민들을 모아 세력을 형성하였고, 후금을 후방에서 견제한다는 핑계로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군사적으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선에서 물자를 약탈하여 조선 백성들의 원망만 사게 되었다. 조선에서는 국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물자만 쓸어가는 모문룡 일당을 미워하였다.


결국, 모문룡은 요동을 지키던 명장 원숭환에게 불려가서 상방검(尙方劍)으로 처단되었다. 그러나, 원숭환은 나중에 '후금의 모략'에 걸려 숭정제의 의심을 사서 능지처참 되었다. 명장 원숭환을 잃은 명나라는 멸망하였고, 숭정제 역시 목을 메어 자결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모문룡이 이끌던 가도의 명군 역시, 병자호란으로 조선이 청군에게 항복하자, 청군과 조선군에서 협공하여 제거하였는데, 그 동안 모문룡의 악행에 원망을 품은 조선군은 청군보다도 철저하게 명군 잔당을 학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들어선 청나라가 편찬한 '정사(正史)'인 '명사(明史)'의 역사 인식이다. 그러나…. 명말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역사 인식을 가진 소설(小說)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른바 '모문룡연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세언』의 저자로 유명한 육인룡(陸人龍)이 저술한 「요해단충록(辽海丹忠錄)」과 오문소객(吳門嘯客)이라는 필명의 작가가 지은 「진해춘추(鎭海春秋)」이다. 둘 다 모문룡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웅소설'로서, 백화문으로 쓰여진 목판본 소설이다.


「요해단충록(辽海丹忠錄)」은 총 8권 40회, 「진해춘추(鎭海春秋)」는 총 20회본 이지만, 현존본은 10회에서 20회까지, 후반부 11회만 남아있는 잔본이다. 요해단충록은 일본 내각 문고에서만 유일본이 발견되었다.


숭정 연간 명나라 말기, 명나라의 멸망 직전에 출판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소설들은, 후금(後金)을 오랑캐로 비난하고 있어 청나라 시기에는 존재 자체가 금서로 지정되어 목록에 올라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묻혀져 있었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소설인 만큼, 실제 역사 기록과는 어긋나는 점이 많으며, 신빙성은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나, '명사(明史)'로서 확정된 정통 역사관이 보여주지 않는, '명말'의 역사적 인식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들은 또 모문룡이 활동한 지역적 특성상, 명나라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선의 묘사가 존재하며, 조선의 정치적 격변인 인조반정을 상세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⑤ 정묘호란


1627년, 요동으로 도망친 이괄의 잔당세력이 후금을 충동질하여, 후금은 광해군의 원수를 갚는다며 조선을 공격해온다.


요해단충록에서는 정묘호란은 분량이 적고 소략한 편인데, 누르하치의 아들 대왕자와 육왕자가 중원을 치려 하나, 모문룡의 역습을 두려워하여 군사 8만을 거느리고 모문룡을 토벌하러 쳐들어온다. 의주절제사는 모문룡을 공격하는데 협조해주면, 의주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대왕자의 으름장에 못이겨서, 후금 군사들이 조선인으로 위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운종도에서 격전이 벌어지는데, 후금군은 모문룡을 잡지 못하고, 대왕자는 퇴각한다. 그러자 격노한 후금군은 조선을 공격하여 여러 도를 함락시키는데, 모문룡은 조선의 화가 자신에게 미쳐올 것을 알고, 기회를 봐서 공격에 나선다. 조선군과 협공하여 의주에서 후금군과 격전을 벌이고, 후금군에게 치명타를 가하지만 모문룡의 군대도 큰 피해를 입는다.


진해춘추에서는 후금군이 자신들에게 내응하기로 했던 이괄과 왕화가 패전하여 호응해주지 못하자, 변절한 것으로 오해하여 느닷없이 평안도 곽산 땅을 공격하고, 모문룡의 군대가 나서 조선을 구해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⑥ 신이적인 영웅화


요해단충록과 진해춘추에서는 모문룡을 영웅적인 인물로 미화하고, 우상화하여 칭송하는 서술이 많이 발견된다.


요해단충록

- 72척의 군함이 출정했다가 풍랑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천우신조로 살아온다.(18회)

- 역병이 돌았으나, 조선에만 번지고 모문룡의 군대가 주둔해있는 가도에는 돌지 않는다.(25회)

- 후금군과 격전을 벌이다 위기에 몰리자, 흑룡이 나타나 후금군에게 우박을 쏟아붓는다.(31화)


진해춘추

- 가도 부근의 용이 총소리에 놀라, 풍랑을 일으켜 군함 여러 척을 부수자, 모문룡이 제단에 올라가 제문을 고하자 바다가 고요해진다.(11회)

- 누르하치의 자객이 모문룡을 죽이려고 석성도로 유인하여 후금 매복군을 만나게 된다. 해변으로 달아났지만 썰물 때문에 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의연히 부하들에게 배에 오르라고 명령하고, 하늘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자 만조가 와서 재빨리 배를 타고 도망친다.(12회)

- 모문룡의 부하 장수들이 모반을 도모하지만, 총을 쏘아 신호를 보내기로 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져서 총을 쓸 수 없게 된다. 밤 중에 푸른 얼굴을 한 神이 나타나, 모반 사실을 알려줘서 붙잡게 된다.(14회)


모문룡의 가족 역시 효행과 덕행을 보유한 것으로 묘사된다.

진해춘추

- 모문룡이 가도로 떠나자 항주에 살던 가족들은 빈곤해진다. 모친 沈氏의 눈이 멀자 효성 지극한 부인 張氏는 시어머니의 눈을 혀로 핥아 준다. 그러자 하늘이 감동하여 눈을 뜨게 된다.(12회)

- 작가는 모문룡 삼형제가 모두 영웅이라고 칭송한다.(14회)

- 가도에 왔던 모문룡의 가족은 다시 항주로 귀향하는데, 모문룡을 위해서 요양의 난민 출신으로 피도 주민이 된 곡승은의 딸을 첩으로 맞아들이게 한다.(16회)


⑦ 모문룡의 죽음과 원숭환 묘사


모문룡을 영웅시하면서, 모문룡을 죽인 원숭환의 묘사는 지극히 부정적으로 된다. 진해춘추에서는 본래 원숭환의 공적인 후금의 창업자 누르하치의 죽음도, 본래 역사에서는 영원성 전투에서 입은 전상이 악화되어 죽은 것이지만, 진해춘추에서는 모문룡이 보낸 복병에 후금군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화통에 등창이 터져서 죽는다.(15회) 는 것으로 묘사된다.


원숭환은 영원에 부임하자, 후금왕(청태종)에게 모문룡을 죽여주면 그 대가로 요동 땅을 돌려주겠다는 편지를 받는다. 후금과 결탁한 원숭환은 숭정 황제 앞에서 5년 내로 요동 전 지역을 수복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가도로 가는 군량미를 끊어버린다.


원숭환의 계략으로 가도로 공급되는 모든 군량미가 끊기자, 병사들은 들판의 풀을 캐서 먹으면서 모문룡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원숭환은 모문룡을 쌍도(雙島)로 불러내, 상방검(尙方劍)으로 참수하고 12가지 죄목을 적어 경사로 보낸다.(18회)


이렇게 모문룡은 18회에서 죽음을 맞는데, 애도하는 시가 10수나 등장한다.


원숭환은 모문룡을 죽이고 병사들이 복종하지 않자, 두 가지 계책을 낸다. 모문룡의 시신을 안장하고 제례를 지내는데 관 앞에서 제문을 읽으며 억지로 눈물을 짜내고, 은자 10만 냥을 모문룡의 수하군사들에게 나눠줘서 반란을 잠재운다.


그리고 원숭환은 오랑캐를 중원 땅으로 끌어들이고, 적과 싸우기는 커녕 오히려 명군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위대한, 애국자이며 민족영웅으로 여겨지는 원숭환이, 이 소설에서는 한갓 매국노에 간신배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진상이 드러나 금의위(錦衣衛) 교위들이 간적 원숭환을 잡아가 처단하고, 백성들은 영명하신 숭정황제의 덕을 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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