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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재능과 노력에 관하여모바일에서 작성

ㅇㅅㄴㄹ(218.233) 2024.04.08 15:32:40
조회 233 추천 2 댓글 3





재능과 노력에 관하여

인류급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누구든 자기만큼 노력하면 자기와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기만이나 착각이다. 세계 최고의 달리기 선수인 우사인 볼트가 그냥 열심히 달리면 100m를 12초 이내로 주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볼트에게 쉬운 일이고 어쩌면 어려운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파인만에겐 물리학이 그 만큼 쉽고 즐거워서 누구든 자기만큼 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주변에 천재 내지 수재들이 많으니 인간의 재능을 과대 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협소하고 양질인 인간 관계에서 나온 사태다.

그렇지만 우리 범재 여러분은 알 것이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볼트의 육체와 파인만의 지성은 가질 수 없단 사실을 말이다. 반에서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는데도 중상위권인 아이들만 봐도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재능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습득이 빠른 거고 하나는 한계치가 넓은 것이다. 습득이 빠르면 공식과 기술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고 한계치가 넓으면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독창적인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둘 다 갖거나 하나만 갖거나 하나도 갖지 못할 수 있다.

세상에는 선구자가 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한계치가 낮은 사람일 경우엔 그건 불가능하다. 창의적인 성과에는 반드시 타고난 이해력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공부와 운동은 평범해도 요리와 음악은 잘하는 식으로 특기가 필요하다. 만일 누군가가 요리와 음악의 수재라면 조리법이 담긴 요리송을 만들어 천재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죄다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면 자유롭게 정보를 연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출세는 천재들의 영역이냐 물을 것이다. 그건 대체로 맞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둔재는 정말로 답이 없지만 범재급만 되어도 노력으로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범재가 성실하면 수재가 된단 얘기 같지만 그 뜻도 아니다. 그냥 양질의 동영상과 책과 질문 시스템이 많으니 그것들을 이용하면 재능 이상의 출세가 가능하단 얘기다. 컨닝 페이퍼가 널린 시대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둔재들이 살기 좋아지고 있다. 길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네비게이션이 있고 궁금한 점은 대개 검색하면 나오며 기억력이 안 좋은 자들은 메모를 하면 된다. 수재와 범재에게 타고난 능력 차이가 있어도 상황에 따라 수재보다 범재가 더 큰 성과를 내곤한다. 모든 분야의 범재도 양질의 책과 영상을 접하고 돈을 버는 일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정직하게 회사를 다니는 수재보다 부자가 될 수 있다. 미술을 몰라도 도화지를 팔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노력 역시 재능이라 말한다. 물론 노력이라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하면 성장은 버거워진다. 의지는 있는데 공부할 체력이 없는 자가 존재하고 체력이 넘쳐서 의자에 가만히 못있는 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람이 가진 재능은 다양해서 모든 분야에 노력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이는 책을 5분 이상 읽지 못하는데 하루종일 악보를 보며 연주할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할 수 있다.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노력 결정론자는 신경 가소성을 얘기하며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 노력의 방향으로 뇌가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에 절여져 글을 3줄 이상 읽지 못 하는 사람도 하루에 한 줄씩 늘려가며 독서를 하면 언젠가 2시간 동안 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뇌에 그런 잠재성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달리기 선수가 되려고 하루종일 달리기를 하면 세계 1등이 될 확률보단 몸이 상할 확률이 높다. 정상에 서려면 애초에 한계치가 높아야한다.

나는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정신병자인데 약을 먹을 때와 안 먹을 때 차이가 크다. 약을 안 먹을 땐 2시간 이상 집중하며 독서가 가능한데 먹으면 5분 독서도 버겁다. 웹툰 한 편도 길면 쉬었다가 다시 봐야한다.

이는 뇌의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한다. 약을 안 먹은 게 독서에 자질이 있는 나고 약을 먹은 게 독서에 자질이 없는 나다. 그런 생물학적인 문제는 의지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 복약 후 독서란 자극에 익숙해지라는 사람이 있을텐데 그럼 뇌에 과부하가 걸려 다음날 머리가 무거워서 더 힘들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독서 시간은 늘지 않았다.

이렇듯 재능이 없는 삶이란 그 습득 속도와 한계치가 느리고 좁은만큼 험난하다. 혹자는 누군가의 성공 신화가 타고난 재능과 운 때문이라 말하는 사람에게 출세자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상위 1%에 드는 사람의 열정과 성실함은 타고 나는 것이다. 범재들이 천재들만큼 노력하기엔 정신력이나 체력이 받혀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범재가 되려는 둔재들은 천재가 되려는 수재 이상으로 노력해야한다. 1등은 못 되도 중간은 가려고 성실히 살아야한다. 재능이 없는 건 불운이고 그것은 동정의 대상이지만 벼슬은 아니며 고된 인생의 난이도를 갖는다. 재능이 없는 건 포기의 이유가 아닌 치열한 노력의 동기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서울대생인 친구의 1.5배 공부를 하고 인 서울을 하지 못하는 이도 있고 그것이 부당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현실이다.

세상에는 최선과 최고를 원하는 자가 있고 안정과 평균을 원하는 자가 있다. 전자는 재능이 있는 자만의 영역이지만 노력하다보면 상위권에는 들어갈 수 있고 후자는 심각한 둔재가 아니라면 그럭저럭 달성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각자의 최선이 중요하다.

나는 시각적 사고에 장애가 있어서 서른이 되도록 신발끈을 못 묶고 운전 면허를 따지 못하며 종이로 학을 접는 것도 못한다. 날을 잡고 일주일을 노력했지만 그 능력을 습득할 수 없었다. 범재들은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높은 인생의 난이도를 가졌는지 모를 것이다. 평범하단 것은 큰 행운인 걸 명심하길 바란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같은 새여도 독수리는 날고 펭귄은 헤엄치고 타조는 달리니 자기가 날 수 없는 새인 것에 절망 말고 각자 하고 싶은 걸 찾으면 좋겠다. 모든 분야에 재능이 없는 이도 있겠지만 그게 당신일 확률은 낮다. 그런 둔재는 희귀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그 둔재라면 큰 유감이다

그리고 삶은 확률보다 최선이다. 출세할 확률이 100%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1%씩 올리는 걸 목표로 해야한다. 어제의 자기보다 나아지는 게 중요하다. 끝내 성과가 없더라도 노력에 배팅하는 건 나쁜 판단이 아니다. 확실한 게 없는 세계에서 삶은 확률을 높이는 도박이지 정답이 정해진 시험이 아니다.


1. 강물

흐르는 강물이
반드시 바다와 이어지는 건 아니다

흐르다 보면
둑과 바위가 앞길을 막고
새와 범람에 옆길로 새며
때때로 바가지를 맴돌고
돌에 고여 썩기도 한다

그러나 흘러라
흘러라 바다에 이르지 못해도
웅덩이의 물은 종이배를 띄우고
바가지의 물은 흙을 씻겨낸다

흘러가서 바다가 되진 못해도
바다를 닮을 순 있다
빙산을 띄울 순 없어도
유빙은 품을 수 있으니

흘러라 소금을 갖지 못해도
파도는 멈추지 마라

​2. 노력

​날아가는 나비가
애벌레 시절이 있다고
자기가 바보 출신이랜다

바보의 사칭범이여
어느 지렁이든 노력으로
나비가 될거라 말하지 마라

이무기가 아니라면
아무리 분투해도 뱀일 뿐
용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뱀이여
용만 꿈 꾸지 말고
훌륭한 뱀을 목표해라

​누구나 1등일 순 없지만
먼 곳까지 나아갈 순 있고
삶은 확률보다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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