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가 익어간다

조심스레 불을 깨문 듯

오월밤의 떨리는 손길로

다정한 놈이를 골라

한 알 두 알...

적신 손마디에

세 마디는 쉬지 않고,

보랏빛으로, 싱그럽게

물이들면

옷감처럼 이리저리

이로 뒹그리 굴려도 보고

그러다 입맛이 쓰라릴젠

느직히-

그만 깨물어 버렸다.

따땃케도 시리고 비린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

달기는 하여도

시린 맛이 감히 잊혀지기나 하리야

그렇게도 점점이

막膜은 별자리를 따라

조금씩 지도를 그리고,

그리다 만 지도 위로는

붉게 모든 걸 물이라도 뒤일 듯,

목구멍 속으로

시컨 피를 가득이나 던져댄다.

신 맛이 다 가실 때에야

쓴 맛이 좋은 줄 알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

허공에다 작게 손글씨를 써보아도

다시 혼자 밤을 그리고 있음을 안다.

어느새 입맛을 치운

물이 든 접시 위로

풋내난 과실의 향기가

서렸음을 알고,

서푸른 화톳불에 편지를 던지듯

쓰다 만 글자를 그 향기에 태워보낸다.

자정이 지날 제

물든 손은 다시 허공을 헤매일 때

더 이상 남은 오디가 없음을 아는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반짝 열기가 다 가지 않은

서툰 밤이 다 지나가기만을

오늘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