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발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왕발 = 상하이 박

왕발의 싸움 실력이 상하이 박 급이라는 게 아니라 애당초 둘이 이름만 바뀐 완전히 동일한 인물임

소설에서 상하이 박이 했던 걸 드라마에선 고스란히 왕발이 했고, 드라마 대본도 상하이 박으로 되어있다고 함

실제 드라마에서 왕발과 상하이 박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음

수표교 싸움에서 구마적 옆에 상하이 박이 서 있었는데 왕발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음

그러면 수표교 싸움 이후에 상하이 박은 조직을 떠나고 왕발이 들어온거냐?

그것도 아니다

수표교 싸움보다 시기상 앞서는 구마적-신마적 팔씨름 할 때 왕발은 호들갑 떠는 딴 부하들과 달리 원래 상하이 박이 있어야 할 법한 자리에서 혼자 무게잡고 서 있음

근데 그 장면에서 상하이 박은 찾아볼 수 없음

하야시 부하가 상하이 박을 소개할 때 싸움에선 발을 잘 쓴다고 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착안해 왕발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거임

그냥 배우만 바꾸고 극중 역할 이름은 그대로 갔으면 혼란이 없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쉬울 따름

두 번째: 왕발과 이석재의 공통점

1. 세계관 사격 최강자(상하이 조 포함)

2. 세계관 최강자들(김두한 | 시라소니)한테 까불락거리고 끝까지 저항하다가 김두한 | 시라소니에게 총을 쏠지 말지 고민을 했다는 점, 그러다가 김두한 | 시라소니한테 막판에 항복을 하게 됐으며 김두한 | 시라소니로부터 크게 단죄를 받지는 않음

3. 성격 개판이며 윗사람들한테 대들고 다닌다(김두한, 용식 | 시라소니, 신영균, 홍만길, 김관철)

4. 사람들 보는 앞에서 총질(김두한, 정진영 | 김동진)을 했는데 재밌는 사실은 이 총을 맞은 세 사람이 죽지 않고 모두 살아남

5. 한 조직 내에서 싸움 실력으로 2인자(구마적패 2인자는 왕발 | 김동진 은퇴 후 동대문패 2인자는 이석재. 시라소니 복수전 때 도꾸야마나 조열승 같은 애들과는 확실히 급이 다르게 연출됐고 여러 정황상 유지광보다 한수 위)

6. 체격도 비슷하고 맷집과 파워형 싸움 스타일(왕발은 김영태한테 2대 맞고 타격은 있었지만 제법 버틴 후 부하들과 협공하여 김영태에게 피니쉬 급 파워 공격을 이용해 그를 드러눕힘 | 이석재는 졸개 어퍼컷해서 180도 회전시킨 적이 있고 김상도를 단번에 쓰러뜨렸으며 시라소니한테 맷집 인정받음)

7. 립서비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석재는 시라소니로부터 싸움 실력을 인정받았고(시라소니: 주먹도 한가닥하디 않아) 왕발은 김두한에게 싸움 실력을 인정받음(김두한: 종로에서 알아주는 주먹이었다고 들었는데)

8. 왕발은 상하이 박이고 상하이 박은 손호균이고 손호균은 이석재

세 번째: 구마적패의 명백한 2인자는 왕발이다

야인시대에서 서열을 알려주는 핵심 근거인 자리 배치를 확인해보면, 구마적의 부하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왕발은 단 한차례도 가장 앞자리가 아닌 적이 없었다

더욱이 구마적과 하야시 간의 첫 상견례 자리(14화), 구마적과 쌍칼의 결투 전후 오야붕 모임(16,17화), 구마적과 신마적의 팔씨름 대결(11화) 등의 장면에서는 다른 부하들과는 차별화된 자리에 위치하며, 이는 왕발이 구마적패의 2인자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평양박치기와 서로 반말을 쓰는 것을 보고 같은 서열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영균이 문영철보다 서열이 낮음에도 반말을 쓰는 것과 같은 케이스이며, 구마적의 부하들 중 뭉치가 형대접 해주는 인물은 왕발이 유일하다는 점 또한 왕발의 서열이 상당히 높다는 방증으로 볼수 있다

뭉치의 "빡빡이가 떴다하면 종로가 들썩들썩했지"라는 대사는 빡빡이가 구마적 이전 종로 최강자라는 뜻이 아닌 "종로에서 알아주는 주먹"이라는 의미에 불과하다

결론: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왕발과 이석재를 싸움 실력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히 동일인물로 간주함

쌍칼 왕발 김동진의 공통점

이 셋은 대본과 다르게 싸움 신이 연출되어 덕을 봤다는 공통점이 있음

쌍칼: 대본에선 신마적에게 깔끔하게 패배하고 칼을 던진 행위에 대해 구마적으로부터 "건달은 무기를 써선 안 되지"라는 말을 들음

하지만 드라마에선 구마적에 의해 쌍칼과 신마적은 공식적으로 무승부 판정을 받음

왕발: 대본에선 상하이로 되어 있음

종로회관에서 신마적한테 선공을 날리면서 싸움이 시작되고 한 대를 때리지만 곧바로 집어던져지며 패배함

하지만 드라마에선 그 자리에 부재함으로써 다른 구마적의 부하들과는 달리 신마적한테 쉽게 박살나는 굴욕을 면함

김동진: 대본에선 시라소니 린치사건 때 단도를 꺼내 시라소니의 팔을 베지만 곧바로 얻어터짐

하지만 드라마에선 그 역할은 독사가 대신하고 김동진은 동대문패 중 유일하게 시라소니에게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합을 겨룸

주목할 건 이 셋이 저항 혹은 반란을 일으키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것

쌍칼은 구마적한테 도전장을 던지고 왕발은 김두한한테 끝까지 저항하며 김동진은 이정재한테 반란을 일으키지

그러니까 제작진이 대본과 다르게 싸움 신을 연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쌍칼 왕발 김동진의 이미지를 관리해주고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저항 혹은 반란을 일으킬만 하게끔 급을 높여줬다고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