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금껏 발전과 성장을 해온 것도 모든 시점에서 우리의 주우체적 노오력 덕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면 이승만의 농지개혁부터 김대중의 IT인프라 보급까지는 그래도 탁월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한게 많은 영향을 줬는데, 노무현 때엔 구조개혁처럼 크게 손대야 할 부분에 손을 놓고 그냥 내몰라라 방치해서 한국 경제구조가 일부만 혜택보는 방향으로 고착된 것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만달러 경제에서 3만5천달러 경제로 성장한 이유? 순전히 중국 특수 덕분임. 굳이 따지면 동남아나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도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채로 손 하나 까딱 안하고 했던 성장이라 부작용이 지금껏 누적된 게 아니었나 싶은 거임. 제대로 해당 스테이지의 과제를 해결해 가면서 성장해온, 즉 실력이 뒷받침되는 성장은 1997년까지 혹은 잘 쳐줘야 2002년까지만 그러했던 거임. 사실 2000년대 중반의 그 시기가 노동시장의 극단적인 이중화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던 때고, 중국의 거대한 경쟁 압박으로 이미 밀려나기 시작하던 중소 제조업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던 때였다. 그러나 노무현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로 국가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고 현실에 체념한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너무 많은 걸 시장에만 맡겨버렸다.
이명박 정부야 집권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뒷수습하는 데 온 역량을 다 써버려야 했고, 따라서 이때에도 구조개혁은 전혀 못 하고 넘어갔다. 그 시기 기업도 가계도 그냥 존버를 하는 것으로 금융위기를 지나왔고, 그러다보니 국가와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아 우리는 지금껏 해왔던대로만 하면 잘되겠구나"라는 오개념이 생겨버린 것임.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도 기존 구조 그대로 쭉 갔던 거고.
사실은 1만달러 경제가 되었을때부터 사람 갈아넣는 방식의 경제.사회운용이 지속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조금씩이나마 바꿔나갔어야 했던거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지나치게 정치개혁 문제나 문화적 리버럴리즘 문제에 집중했고 경제는 이정도 성장했으니 신경 안써도 알아서 잘 돌아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것. 이명박-박근혜의 보수정권 때는 기존 산업화시대 마인드에만 익숙한 층이 사회 모든 분야의 의사결정권과 담론장을 쥐고 있으니 역시 선진국형 사고를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그나마 이명박이 고졸취업 장려한거랑 박근혜가 자유학기제 등 진로교육 강화를 시도했던 것이 선진국 마인드에 가까운 정책의 전부였다. 박근혜 초기에 시동 걸었던 복지국가 건설이 중산층의 극심한 조세저항으로 철회되었던 것도 짚고 넘어갈만하다.
한줄요약: 사람을 갈아넣어 왔어도 나라가 안 망한 거는 순전히 대외환경이 너무 좋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