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스포 피하면서 줄거리 설명해볼까 했는데 그냥 헛소리 시리즈(최소한 잘린머리사이클)를 모두 읽은 상태라는 가정하에 씀


선 3줄 요약&결론1.아카가미, 이리아, 오데트라는 이름의 뜻은 각각 일본 군대 영장,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서 따옴(오피셜)2.일리아스=트로이, 오디세이아=오디세우스(그리스 장군)라는 이름에서 트로이 목마를 유추 가능3.트로이 목마처럼 오데트(오디세우스)가 이리아(트로이)라는 이름으로 살고있는 상황(목마안에 잠입중)임
결론: 아카가미 오데트가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아카가미 이리아를 죽이고 그녀의 이름으로 살고 있음


근거 1. 아카가미, 이리아, 오데트 각 이름의 상징성

아카가미는 赤紙로 쓸 수 있으며 일본에서 전쟁이 났을때 나오는 군대 영장임 이는 전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음
이리아, 오데트는 각각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호메로스의 서사시 이리아스, 오디세이아에서 따온 이름임(아카가미, 이리아, 오데트의 이름의 출처는 니시오 이신이 직접 쓴 설정집인 자레고토딕셔널에서 확인 가능함)
이리아스는 일리온 이야기라는 뜻으로 일리온이 트로이의 옛 지명임을 감안하면 트로이 이야기 라는 뜻이 됨
오디세이아는 그리스의 영웅 중 한명인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


이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각각 트로이 목마의 앞, 뒤 이야기임
트로이 목마는 옛날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10년에 걸친 전쟁 막바지에 트로이에게 멸망을 안겨준 존재임
간단히 설명하자면 트로이 목마는 길어진 트로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리스의 장군인 오디세우스가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자신 포함 30명만 남기고 그리스 전군을 철수시켜
항복한 척을 해서 목마를 트로이로 들이고 승리의 축제를 벌일 동안 트로이 목마 안에 숨어있던 30명이 트로이 수뇌부를 죽이고 트로이를 멸망 시켰다는 내용임(이때 트로이 측에선 목마가 트로이에 행운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거짓 예언이 퍼져 있었는데 마침 작중에 예언가가 등장함)



작중 이리아가 오데트를 죽였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이리아라는 이름이 트로이를 상징하고 오데트가 오디세우스를 상징하며 아카가미가 전쟁을 상징한다는 것을 고려해볼때
트로이와 오디세우스가 싸워 트로이가 이겼다는 의문점이 생김 여기서 작중 묘사를 좀더 정확히 볼 필요가 있음

아카가미 이리아는 DLLR 신드롬, 일명 자동성 살상증후군 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데 이는 살인 충동을 참을 수 없는 병으로 묘사됨(이는 인간 시리즈에 나오는 제로자키 일적과 연관성이 있음)
작중에선 이런 병을 가진 언니와 정상인 여동생 중 한명이 죽고 한명이 살아남은 상태임
보통 병을 가진 언니가 동생을 죽였다고 보는게 자연스러움 하지만 위의 상징성을 고려해봤을때 동생쪽이 언니를 죽이고(정황상 정당방위일 가능성이 높음) 살아남았다고도 볼 수 있음
그럼 어째서 아카가미 오데트가 아닌 이리아가 등장하냐는 의문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음

아카가미 오데트가 아카가미 이리아를 죽이고 아카가미 이리아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트로이 목마 작전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내부에 잠입해 있음을 고려해보면 이는 캐릭터들의 이름과 부합하는 해석이 됨
또한 잘린머리사이클이라는 책의 테마 또한 바꿔치기이니 이런 해석은 매우 자연스러움
그리스 로마식으로 해석 해보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각각 트로이 목마의 앞, 뒤 이야기라는 걸 고려 했을 때
오데트가 이리아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 잠입 중이다, 더이상 오데트의 이름으로 살고 있지 않다=트로이 목마 작전이 끝나지 않았으니 오디세이아가 시작되지 않는다
즉, 인물의 이름을 통해 오데트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작중 상황을 이름으로 나타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음

+추가로) 아카가미 이리아와 바꿔치기한 한다 레이의 이름 또한 그리스 철학가인 헤라클레이토스의 판타 레이에서 따왔으며 이는 만물은 유전한다(=모든 것은 변한다, 움직인다로 해석됨)
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 작중 많은 인물들이 서로의 이름을 바꿨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고 볼 수 있음



근거 2.작품 속에 있는 힌트

2-1.책 제목

책의 제목인 잘린머리사이클은 일본어로 쿠비키리사이쿠루 라고 되어있음
특이한 점은 모두 가타카나로 적혀있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임

한국어 정발 번역인 잘린머리 사이클(쿠비키리 사이쿠루)의 경우 잘린 머리와 사이클(원, 혹은 순환)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작중에서 잘린 머리가 등장한 경우는 없으니 이는 큰 연관이 없는것으로 보임


다른 해석으로 잘린머리 리사이클, 리를 중첩해서 생각해볼 경우 잘린 머리를 재활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 작품의 트릭을 제목에 담아 낸것으로 볼 수도 있음
다만 이러한 해석에는 작은 오류가 있는데, 작중에 등장한 것은 잘린 머리가 아닌 남은 몸통 쪽이었음
한국어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일본어에서는 머리 없는 시체를 보통 쿠비나시라고 부름(관련 요괴담 또한 있음)
즉 의도적으로 약간 핀트가 어긋난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 두었다고 볼 수 있음


제목을 다른 식으로 잘라보면 쿠비키 리사이쿠루 로 나눌 수 있음

쿠비키는 일본어로 멍에를 뜻하는데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일본어, 한국어 모두 1.말이나 소의 목에 얹어 수레나 쟁기를 끌게하는 도구,2.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흔히 쓰는 족쇄와 비슷한 의미) 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음
아카가미 재벌가의 일원으로서 아카가미 이리아, 오데트의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로도 볼 수 있음
즉, 쿠비키의 2번 뜻을 이름으로 해석하면 이 책의 제목을 쿠비키 리사이쿠루=이름 재활용 으로 볼 수 있음
이는 작중에서 소노야마 아카네와 이부키 카나미, 한다 레이와 아카가미 이리아가 서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음
이 경우 또한 정확히는 이름을 교환한 것이지 재활용한게 아니므로 제목대로 이름을 재활용한 사람은 아카가미 이리아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오데트 뿐이라고도 볼 수 있음

다만 이런 해석은 잘린머리 사이클이라는 번역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닌 위의 여러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임
원서에서도 가타카나만으로 제목을 지은 것 또한 이런 중의성을 가지기 위함으로 보임



2-2.작중 모순된 대사

주인공이 치가 테루코라는 메이드와 나눈 대화 중
1.아가씨는 DLLR 신드롬을 앓고 있다
2.아가씨는 그런 병 따위 앓고 있지 않다
라는 서로 상반된 대사가 있음
이를 1번의 아가씨=아카가미 이리아, 2번의 아가씨=아카가미 오데트를 가리킨다고 하면 모순 없이 해석할 수 있음
저 대사와 함께 말했던 3.자신들 치가 세자매는 의식을 공유한다
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대사 또한 후반 전개에서 사실인 듯한 묘사가 이루어지니 1, 2번 대사 모두 사실일 가능성이 높음


2-3.외전인 인간 시리즈에서의 언급

인간 시리즈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주로 등장하는 제로자키 일족의 특징을 2가지만 꼽겠음
1.제로자키 일적은 모두 살인충동을 가지고 있다
2.제로자키 일적은 자신의 가족이 될만한 사람(살인 충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위의 두가지 특징을 볼때 이리아가 가진 DLLR 신드롬 또한 제로자키 일적이 가지고 있는 살인 충동과 굉장히 유사함을 알 수 있음
실제로 인간 시리즈 작중에서 아카가미 일가의 쌍둥이가 자신의 자매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선 자신의 일족이 될만한 사람인지 확인하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음
제로자키 일적은 아카가미 이리아가 DLLR 신드롬을 앓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으나 확인 작전 중 누구도 2번의 특징인 직감을 느끼지 못했음
DLLR 신드롬을 가진 이리아가 동생인 오데트를 죽이려다 정당방위로 오데트가 이리아를 죽였다고 가정하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가 됨



위의 근거들을 통해 작중 등장한 아카가미 이리아는 사실 아카가미 오데트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작중 부자연 스러운 부분들 또한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음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카가미 이리아가 경찰을 부르지 못하게 한것을 자신이 오데트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볼 수 있음
이리아는 그저 싫다는 이유로 경찰을 부르지 못하게 했지만 이러한 속내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타당성을 갖게 됨
경찰 조사 결과 자신의 정체를 들킬 수도 있기 때문


또한 극후반 자신과 한다 레이의 이름을 서로 바꾼 것 또한 단순히 심심해서가 아닌 자신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힌트라고 생각해볼 수 있음
그저 심심하기 때문이었다는 공감못할 이유보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란다는 게 좀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있는 동기라고 볼 수 있음

위의 2가지 동기는 언뜻보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하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서로 상반되는 태도처럼 보임
이는 자기 이름이 아닌 언니 이리아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상황에 오데트라는 것을 밝히는 게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 있음
아카가미 가문 입장에선 DLLR 신드롬이라는 비정상적인 병을 가진 언니와 정상인 동생 중 한명을 살릴거면 보통 정상인 동생을 살리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아가 살아남(은 것으로 보이)게 했다는 것은 오데트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나 가문의 외압 같은 것들이 있다고 보는게 자연스러움

자신의 섬에 천재들을 초대하는 것 또한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류 최강의 청부업자인 아이카와 준에게 강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임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후반부에서 사이토 타카시가 이 세계는 이야기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대사와 함께 다소 심심한 엔딩으로 끝나는데
이를 게임에 비유하면 지금 완결된 헛소리 시리즈는 진엔딩이 아니며 숨겨진 진엔딩 같은 것이 있고 사이토 타카시는 그걸 원한다고 보고 있음


헛소리 시리즈에는 이와 같이 숨겨진 요소들이 적어도 1권마다 있음
다음 글에서는 목조르는 로맨티스트에 숨겨진 요소를 써보려고 함
기회가 된다면 이런 숨겨진 요소에 관한 글을 더 쓰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헛소리 시리즈의 진엔딩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