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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웹연재] 현자의 제자를 자칭하는 현자 275화 - 구원의 손길

M_G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1 07: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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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역본은 웹연재 기준 260화부터 번역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서적판 기준 13권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1권부터 13권까지 읽고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역자가 아마추어라 번역할 때 번역기를 참고하는 경우도 있으니 양해 부탁하며


오타나 오역 등 지적은 적극 수용하고 있음.


https://youtu.be/9Gl0WHgX6dU

오늘의 노동요

(재생후 모바일은 영상을 길게 터치, 컴퓨터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무한 재생시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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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구원의 손길


“점주여, 왜 이 소파는 이런 곳에 놓여 있는 게냐?”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보다 물어보는 편이 빠르다. 미라가 되돌아보며 그렇게 묻자, 점주는 조금 어려운 표정을 띄우며 “실은, 그쪽은──” 하고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2인용 소파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놓여 있던 이유는 과거에 두 번정도 팔리자마자 며칠 지나지 않아 되사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시는대로 상태도 훌륭하고 디자인과 색상도 차분해서 다양한 상황에도 어울리는 일품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적당했기 때문에 매입하자마자 단골고객님이 바로 구입해주셨었죠."


어딘지 모르게 상인 말투로 되돌아가며 점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입니다만." 이라며 어딘가 괴담을 이야기하는 듯한 톤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이 소파를 사간 단골손님이 며칠 뒤에 되팔러왔다는 내용이었다.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었는데 어째서 마음이 바뀐 것일까 하고 신경이 쓰인 점주는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단골손님은 『정말, 뭔가에 감시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진정이 안된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런 물건을 취급하고 있다보면.. 때때로 말이죠, 전과품, 이라고 불리는 물건들이 되돌아오곤 합니다."


다종다양한 골동품들은 모두 오랜 사람의 역사와 함께했던 물건들 뿐이었다. 그러므로 그 역사속에서 많은 인물과 접해왔다는 것은 당연한 셈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그 인물의 죽음이나 강한 부정의 감정과 닿았던 적도 있었으리라.


점주는 그런 악한 것들과 접했을 때, 죽은 사람이나 여러 종류의 저주가 빙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홀린 물건은 전과품으로 불리게 되며 이런저런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한밤중이 되면 소리가 난다는 등의 사소한 일부터 곁에 있는 사람을 저주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대참사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으니까, 저희 같은 가게들은 전속 성술사나 퇴마술사분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것들은 물리쳐주실 수 있으니까 말이죠."


"흠, 그러한가."


영혼이니 뭐니하는 오컬트 역시, 이 세계에는 확실한 대처법이 있었다. 술사의 역량을 따른다곤 하지만, 전과품이라도 어떻게든 해결한다나.


"그런데 저희 가게에서는 우선 두 사람에게 매입한 모든 물건의 검품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이 문제라는 것이죠."


골동품을 취급하는 가게에는 그런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가게에 진열되어 모든 골동품들은 안심 안전했다. 즉, 되돌아온 소파는 이미 전과품인지 아닌지 검사가 끝난 물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소파가 전과품일리가 없다. 점주는 그렇게 믿고는 있었지만 역시 단골 손님의 말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라, 다시한번 두 사람에게 확인을 받았다고 한다.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건 단골분의 착각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결론을 지었던 점주는 일단 만약을 위해서라는 뜻으로 정화를 한 다음 다시 소파를 상품으로 가게에 진열해 두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더 지나서 또 다른 단골손님분이 구매해 가셨습니다만,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며칠 뒤에 또 되돌아 온 것입니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라며 이유도 같지 뭡니까."


점주는 낮은 톤으로 오싹하게 얘기를 꺼냈다. 언뜻 보면 괴담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오컬트적인 괴담이라기보다 골동품점의 무서운 이야기인 것 같았다.


진실로 점주는 "정말 이것때문에 곤란했습니다" 라며 계속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전속 술사를 고용하면서까지 대책을 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과품을 파는 골동품점 등의 소문이 퍼지면 가게의 신용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점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리라.


"저마다의 손님이 계속 같은 착각을 한다니, 그런 일은 없을테죠. 그래서 저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했었습니다. 감시 술식이 행해진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어딘가 담담한 어조가 된 점주는, 술식이 행해진 물건은 간단하게 조사해볼 수 있다고 말하며 루페*같은 것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기대하듯이 미라에게 힐끗 시선을 보냈다.

(루페 : 시계·보석상이 쓰는 확대경)


미라는 재촉에 응하듯,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점주는 의기양양히 이것이 바로 술식 투시렌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걸 사용하여 조사해보았었지만, 그럴듯한 술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점주는 "그때는 그냥 처분해버릴까 하고도 생각했었습니다." 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표정에 불꽃을 품고는,


"그러나 이 소파에게 죄는 없습니다!"


갑자기 열렬히 목소리를 높인 점주는 한층 더 말을 거듭한다.


"저는 맹세했습니다. 구원해보이겠다고!"


주먹을 움켜쥔 점주는 어딘가 자신만의 세계에라도 젖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말투는 하나하나 과장되긴 했지만 골동품에 거는 열정은 진짜인 것 같았다.


점주가 고용한 두 술사에게는 대부분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솜씨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에도 역시 한계라는 것은 있었던 것이다. 점주는 어쩌면 두 사람의 손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전과품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또한 그만큼이나 강력했다면 그저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정도로 끝날 리도 없었다.


그러나 생각되는 가능성이 그것 밖에 없다고 본 점주는 특별요금을 지불하고 고용중인 두 술사의 스승 격인 인물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성술사의 스승과 퇴마술사의 스승이었다.


"그때, 그 두 분은 확실히 뭔가를 느끼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스승인 두 사람은 점주가 『봐주셨으면 하는 물건이 있다』 라고 말한 것만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맞혔다고 한다. 소파에서 희미한 기척이 난다나. 그리고 더욱이 두 사람은 이따금씩 골동품 속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며 말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 순간 점주는 역시 전과품임이 틀림 없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뻐한 것도 잠시, 점주는 두 사람으로부터 괴로운 현실을 듣게 되었다.


"저는 두 분에게 제발 불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은,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지 뭡니까. 두 분은 과거에도 몇 번인가 비슷한 골동품을 만나 여러가지 기술을 시험해 보았다고 하는데, 어느 것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아서 이렇게 되면 더이상 손 쓸 수단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씁쓸하다는듯이 말한 점주는 그래도 소파를 처분하는 것은 괴롭다며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에 놓아두기로 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정화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이라 믿고.


"흠, 그렇구먼."


미라는 맞장구를 치며 그 스승이라는 두 사람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미미하다곤 하나, 그 두 사람이 느꼈던 기척은 가구정령이었을 것이다. 정령왕이 말하길, 가구정령은 매우 눈에 안 띈다기보다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려는 정령이었다. 가구에 깃든 채 소중히 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을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인,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강한 정령은 아니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미라 공처럼 수많은 정령과 강한 유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을 깨닫기는 어려울 테지. 또, 나의 가호가 없으면, 필시 미라 공이라고 하더라도 지금만큼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자랑스러운 듯한 정령왕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미라는 또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구먼. 과연 정령왕 공이다.』 라고 추켜세워줬다. 그러자 기쁜 듯한 정령왕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라 미라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정령왕이 그렇게 말했듯이, 그 특성상 일반 술사 정도로는 존재는 커녕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상급 술사조차 감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것을 희미하게나마 감지한 두 사람은 정령들과의 인연도 강하고, 그에 걸맞는 수완을 가졌다고 봐도 틀림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두 사람도 가구정령이라고는 깨닫지 못했다. 그렇다기보다 분명 두 사람에게는 가구정령이라는 선택지가 없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즉 가구정령은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헌데 점주여. 그 스승이라던 두 사람은 과거에 이 소파와 같은 골동품과 만났다고 했었지. 그때 그 골동품을 어떻게 했는지는 듣지 못했느냐?"


미라는 조금 전 처분이 어쩌고 하던 점주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성술사와 퇴마술사 두 사람이 관련됐다는 것은 즉, 어떤 골동품이 전과품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건투가 허무하게 끝났을 경우, 그 골동품은 어떻게 되어 버리는 것일까. 미라는 거기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저도 그게 궁금했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점주도 그때 미라와 마찬가지로 불안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두 스승에게 모든 골동품의 처우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교회에 맡길 것을 권유해왔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교회에는 주물 등을 보관하기 위한 결계의 방이 있어 그곳이라면 조용히 안치해 둘 수 있다는 모양이다.


또, 점주도 이 방법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골동품 자체에는 죄가 없어, 주물과 함께하는 것은 마음이 괴롭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흠.... 출입금지가 되어있던 그 장소로군."


미라는 그 장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기보다,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몇몇 대도시에 있는 대교회 지하에 존재하는 그 장소는 동서고금에서 모여드는 주물을 봉인하기 위한 장소로 『성비뢰의 방』 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덧붙여 미라가 그 자리를 방문했던 이유는, 아르테시아의 심부름때문이었다. 바로 그 장소에서 성술사용의 퀘스트가 있었던 것이다.


미라는 당시를 그리워하면서도 『성비뢰의 방』 의 불길한 공기도 떠올리며 주물등과 같이 놓여있을 정령들의 처우에 고뇌했다. 주관은 조금 달랐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미라도 점주에게 동의하는 바였다.


다만, 동시에 『성비뢰의 방』 에서 정령이 깃든 골동품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생겨났다.


"헌데, 이런 경우에는 교회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인 게냐? 보통 다른 가게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골동품을 각별히 사랑하는 『카페 크래프트 벨 골동품점』 의 점주는 골동품을 생각한 나머지 주물과 함께하는 것을 거절하고 가게 안쪽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는 방식을 택했다. 그럼 이곳 이외의 골동품점에서는 어떨까. 그렇게 미라가 물었더니 점주는 약간 표정을 흐렸다.


"다른 가게말입니까. 그렇네요.... 희망을 가지고 소중히 다뤄주셨으면합니다만, 폐기해버리는 분도 계실 겁니다. 또한 용서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사정을 숨기고 멀리까지 출하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교회에 맡겨본다 해도 상당한 기부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골동품을 아끼는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가게로서의 입장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지, 점주는 쓸쓸한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모습으로 일반적인 처우를 얘기했다.


"역시, 그러한가..."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가구정령은 성질 나쁜 원령인지 뭔지로 착각되어버리고 만다. 미라는 그 처지로 보아 어쩌면 과거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처분되어 버린 물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고뇌했다.


"헌데 점주여, 이 몸이 이 소파를 팔아 달라고 한다면 팔아주겠는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미라는 정했다는 듯한 표정을 띠우고는 점주에게 물었다. 미라는 가구정령들을 지금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걸, 말인가요. 그러나 이 물건은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손을 쓸 방법이 없는 전과품입니다. 그걸 알고있는 한 판매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라의 질문에 점주는 순순히 그렇게 대답했다. 만약 악덕상인이라면 이 경우, 파는 것은 마음에 불편할 것이라 하면서도 "어떻게든이라 말씀하신다면." 하고 일일히 이유를 들면서 팔 것이다. 하지만 점주는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에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가게사정에 있어 귀찮은 물건을 사주는 일이라면 대환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점주는 그 물건이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점주의 선량한 인간성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다만 그것은 사소한 우연일 뿐이었고 미라가 물은 의도와는 조금 달랐다.


"하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물건이라 말해도 말이냐?"


성실하기 때문에 둔감해져 버리고 만 걸까. 기왕이면 가르쳐주는 것보다 스스로 깨닫고 놀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라는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을 힌트를 말했다.


"정령여왕님께서 찾고 계신 물건....."


그래서 어떻게 될까. 그 말을 들은 점주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소파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대로 미라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몇 번인가 반복하다가, 설마, 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는 것이다.


"뭣!? 그렇습니까!? 이것이... 이 소파에 가구정령이 깃들어 있다고요!? 아니... 하지만 스승 분들은 아무것도... 술사들은 정령이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이 소파에 깃들어 있는 것이라면 그분들이 놓칠 리는...."


놀라움을 드러내는 것도 잠시. 알고 있는 지식과 미라의 말에 모순이 생기는 듯하자 점주는 당황한 것처럼 고민하더니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과연 그렇구먼.'


점주가 한 말에 의해 미라도 또한 정령이 깃든 가구가 왜 이렇게까지 취급이 되고 있는지를 이해했다. 모든 것은 술사라는 것이, 정령을 본다는, 정령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상식이 나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술사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령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숙련도에 의해 차이는 나지만, 정령 자체가 아닌 정령검같은 물건이어도 인식은 가능했다. 그리고 사실 이는 상식이며 누구라도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이번에는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정령왕이 말했듯 가구정령은 숙련된 술사라고 해도 그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어려웠다. 화목한 가정을 살그머니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구정령의 본회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존재한다고는 화자되면서도 소파의 가구정령을 눈치챌 수 없었던 것은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정령들과 마찬가지로 술사라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가구정령을 미미하게라도 느끼고자 한다면 여러 정령과의 유대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확실하게 인식하고자 한다면 미라처럼 정령왕의 가호가 필요한 것이다. 전자의 조건은 상당한 숙련자라면 클리어 할 수 있을 것이지만, 후자는 현재 미라가 유일했다.


점주가 불렀다는 두 스승은, 이야기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상당한 숙련자일 것이다. 어쩌면 은의 연탑에 소속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술사일지도 몰랐다. 또한, 소파에서 무언가의 기척을 느낀다는 이야기로 볼 때 정령들과의 유대감도 돈독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의 기척을 느끼는 정도로 끝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척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을 알았다면 가구정령을 눈치챘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숙련자가 되면 여러가지 감각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라, 거기까지 한정짓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나 우수한 두 명의 술사가 보이는 것이 상식이라는 정령을 인식하지 못하고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선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우수한 술사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정령의 존재를 또 다른 누군가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 아무도 가구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의심하지 않게 되어 다른 무언가의 원인을 상상으로 만들어내고는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소파의 실정이며, 과거에 처분되어 버렸을지도 모르는 골동품들의 처지였다.


"정말... 정말로 이 소파에 가구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게된 점주는 미라를 똑바로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단지, 그런 점주의 얼굴에는 당황을 크게 삼켜버릴 정도의 기대, 아니 희망이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미라의 말이 진실이라면 불쌍한 소파와 같은 입장의 골동품들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류의 좋은 이웃으로 일컬어지는 정령은 주로 워즈랑베르나 안루티네 같은 자연계를 거처로 하는 원초적 정령을 가리키는 말로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 존재는 무엇보다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더욱이 마물에게 습격당한 장소를 지켜주거나 했던 옛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깃든 인공정령에게는 원초정령과 같은 의사는 없었다. 깃들긴 했지만 본질이 의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대표적인 인공정령은 무구정령이겠지. 싸우기 위한 무기에 깃든 정령은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어떤지를 소유주에게 요구한다. 지키기 위한 무기에 깃든 정령은 끝까지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없는지를 소유주에게 요구한다라는 식이다.


이처럼 정령이라곤 해도 양자의 모습은 상당히 달랐다. 그러나 어느쪽도 동일하게 정령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존재에 깃든 특별한 힘인 정령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마력에 의해 자신의 마나를 조작하고 술을 다룬다. 정령은 품고 있는 정령력으로 세계에 가득 찬 마나와 세계를 돌아다니는 별의 힘을 조작함으로써 정령마법을 조종한다.


이 특별한 힘인 정령력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를 핵으로 삼고 모여들어 원초정령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낸 것을 핵으로 하여 정령력이 모여 태어난 존재가 인공정령이 되는 것이다.


또 의사의 유무에 대해서는 핵이 되는 요소의 차이에 있었다. 단일한 인공정령과는 달리 원초정령이 태어날 때에는 무수한 요소가 뒤엉키게 된다. 그 결과 뚜렷한 의식이 형성되어 인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구정령을 포함하여 인공정령은 인류의 좋은 이웃이라 일컬어지는 정령과는 달리 명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있어 이는 사소한 일일 뿐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원초정령들의 권속인 인공정령 역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음, 깃들어 있다. 이 몸의 눈은 틀림없이 정령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고."


미라는 점주의 기대에 부응하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이래도 못믿겠냐는 듯이 정령왕의 가호의 문양을 전신에 띠우며 그 근거를 입증해보였다. 가구정령은 매우 눈에 띄지 않는 존재라는 점. 그것을 자신이 인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령과의 유대감 이외에도 정령왕의 가호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다.


"오오, 오오! 이 무슨! 그럼 정말로 가구정령이! 아아, 훌륭해. 감사합니다!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전신에 떠오른 가호문이 이상한 설득력을 발휘했는지 점주는 미라의 말을 의심하지않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희색이 만면한 점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처분하지 않고, 교회로도 보내지 않아 정말로 다행이라며 소파에게 말했다. 만약 그런 일을 했다면 상냥한 정령에게 괴로운 감정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는 듯이, 점주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몇 번이나 미라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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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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