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야," 생귀니우스가 슬픈 목소리로 말하였다. "황무지 위에 포개진 황무지야."

호루스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와 생귀니우스는 함께 융해된 잔해 언덕에 서서 절멸의 평원을 바라보았다. 대기는 몇분 안에 사람을 죽일 수 있을정도로 치명적인 방사능 수치를 자랑했다. 공기는 갈색과 녹색으로 요동치며, 고인 기름빛 무지개가 흘러가는 늪처럼 맴돌았다. 서로 포개진 구덩이가 전쟁기계의 잔해에 둘러싸여 있었다. 평원에는 수천, 수만대의 전차가 펼쳐저 있었다. 검게 그을리고 찢겨 녹아 융합된 전차의 잔해 금속망이 지평선까지 뻗어있다.

"조각상을 볼 수도 있었을텐데," 생귀니우스가 나지막히 말했다. "이 계획은 예술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야. 펄그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 잠시 후, 천사가 말을 이었다. "아니, 좋아할 것 같지는 않구나."

순간 호루스는 생귀니우스가 농담을 하는건가 생각했다. 그가 천사를 흘끗 보자 음울한 입매와 걱정에 가득 찬 눈살이 보였다.

"이건 그저 황무지야."

"바알의 위성들보다 더 심각한가?" 호루스가 물었다.

"그것도 그렇지. 그 폐허는 타락한 시대의 산물이고, 아버지가 우리 모두를 끌어 올리셨던 수렁이었지. 우리가 만든 이 시대의 결과물이 아니야." 그는 뒤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것들도 그런 종류의 결과물이 아니야."

이들은 갈라스파의 주요 하이브의 외벽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드높이 솟은 건물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원뿔모양의 하이브가 무너지고, 모타리온의 강타로 도시가 일그러졌다. 이들은 피해의 전모를 보기 위해 하이브의 반대편에 서있었지만, 호루스는 스톰버드 늑대의 눈을 몰며 하이브를 살펴보았다. 너무나 막대한 피해였다.

그리고 그곳엔 15미터나 되는 시체 더미가 쌓여 언덕이 되었다. 호루스가 식별할 수 있는 임무에 관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방사능 보호복을 입고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시체들이 화물 운송선에 실려 하이브 밖으로 버려지거나, 평원에서 불도저가 밀어내면서 새로운 언덕들이 생겨났다.

"모타리온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생귀니우스가 말했다.

"그걸 알기 위해 이곳에 온거네." 호루스가 대답했다.

"대학살이라는 건 이미 알겠네만."

"그렇게 보인다는 건 인정하네." 호루스는 조심스럽게 말하려 했다.

"그렇게 보인다니?"

"모타리온이 이곳에 파견된 이유를 잊지 말게. 갈라스파 성단의 협력을 위한 투쟁은 훨씬 길어지고, 예산도 더 들었을 거야."

"갈라스파에서 예산이 얼마나 더 많이 들지 생각도 못하겠군." 생귀니우스가 말했다.

"정확해. 그건 우리도 아직 모르는 점이지. 자료 없이는 함부로 추측해서는 안 되고, 우리는 이제 막 도착했을 뿐이네."

"이렇게 도착했지만 보이는게 시체더미라니."

"그렇긴 하지," 호루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천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을 해선 안된다네. 그 마음은 나도 이해하지. 나도 그렇게 느끼니깐 말야. 그렇기에 아버지가 우릴 모타리온에게 보낸거지. 위험 없이 서로의 첫 충동을 확인할 수 있을거다."

"모타리온의 생각도 확인할 수 있을거같나?"

"아직은 모르지. 하지만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와, 이유를 알고싶은거네." 호루스는 두 팔을 벌려 참화를 받아들였다. "형제에게 주어진 본질을 생각하면 이게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생귀니우스가 물었다. 호루스가 망설이자 생귀니우스는 말을 이었다. "이버지께서 이 일에 기뻐하셨다면 우리를 여기로 보냈을까?"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싶은지는 알고있지. 하지만 그건 알아내고 이해하는 것과 굉장히 다르더군." 호루스가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서도, 이 황폐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의미도 맞지."

"동의하네. 모타리온이 도착하기 전에 그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해."

생귀니우스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들의 첫 충동을 확인하는 게 더 좋겠지." 호루스도 다시 웃어보였다. "그를 차분히 맞이해주는 게 좋겠군. 그렇지 않나?"

"그 녀석이 다시 호출된다면 좋은 기분으로 오지는 않을 거 같아." 생귀니우스는 죽은 자들의 언덕 위에 떼지어 모인 일꾼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뭘 하고 있는거지?" 그가 읊조렸다.

말투 생각하는게 제일 힘들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