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톰 이글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도 엔진의 굉음이 들려왔다. 슬러지처럼 짙은 기운이 감도는 안개 속에서 건쉽 궁극호가 불꽃 꼬리를 그리며 시야에 들어왔다. 구름을 꿰뚫자 불꽃이 치솟으며 흩어져간다. 건쉽의 주인이 도륙한 먹잇감 위에 착지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자 역추진 로켓의 힘에 의해 대지가 흔들렸다. 다른 프라이마크가 가져온 건쉽으로부터 가까운 거리를 찾아 착륙했다.

그 건쉽은 다른 형제의 군단의 것에 비해 수수해 보였다. 날개에 그려진 감람색 엠블럼 띠는 선체의 뼈색깔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데다, 긁힌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기체였다. 호루스는 자신의 형제에게 어울리는 병기라고도 생각했지만, 그 점이 그를 슬프게 했다.

옆 문이 열리자, 모타리온은 홀몸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매연과 재가 휘날리는 평원을 지나 프라이마크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먼저 인사하지." 호루스가 말했다.

생귀니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루스는 언덕을 내려와 잔해를 넘어서 데스 가드의 군주를 만났다.

모타리온의 바르바루스 갑주는 황동의 찬란함이 죽어버리지만, 궁극호의 닳은 뼈색과 어울리는 공예품이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을 담은 황동 석관이자 기념비였다. 그는 잿빛 망토를 두르고, 후드를 뒤집어써서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의 이목구비는 그림자 속에서 불길한 예감처럼 날카로웠다. 수척하고, 온 털이 없었으며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의 뺨 위를 가로지른 깊은 주름은 그의 피부를 어두운 현실을 덮고 있는 얇은 베일같은 낡고 꽉 끼는 양피지처럼 두개골의 존재를 더욱 부각했다. 그에게 애도의 새벽녘처럼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의 얼굴 아랫부분은 호흡기에 의해 가려졌다. 호흡기 또한 그의 갑주와 같은 슬픔이 서린 황동이었다. 유독성 가스가 숨을 내쉴 때마다 뿜어져 나온다. 모타리온이 갈라스파의 대기를 들이마시자 희미하게 남은 바르바루스의 유독한 공기와 뒤섞였다. 이 광경은 호루스가 모타리온이 어디를 가든지 간에 자신을 키워준 유독한 세계를 진정히 떠난 적 없다고도 생각할 정도였다. 

모타리온의 시선은 호루스를 지나 생귀니우스에게 꽂혀 들었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그의 눈은 의심으로 반짝였다.

"만나서 반갑구나." 호루스가 다가오며 말했다.

모타리온이 멈춰 섰다. "갈라스파에 온 자네를 환영해주는 건 나일텐데, 되려 날 맞이해주는 건가."

"형제로서 인사하러 온건 너도 잘 알 텐데 말이지. 우리 중 아무도 이 세계나, 우리를 따르는 그 어떤 세계의 소유권을 주장하러 온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겠지." 그는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다오, 모타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