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너무 오래 걸렸다. 바라진은 수비병들을 상대로 일격을 가할 참이었으나,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전투를 벌인 후 하이브를 거쳐 행군하는 건 거의 고된 일이었다. 결사단의 군대를 학살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일이기에 완전히 고된 일은 아니었다. 모타리온께서 이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셨고, 바라진은 확실히 따르고 있었다.

“침략군을 죽여라. 온 갈라스파가 싸워야 한다.” 

복스 스피커가 일으키는 공격자의 밀물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바라진의 분대는 멈출 새 없이 끝없는 풍파에 맞서 전진해야 했다. 이 전진과 군인들의 투지는 1중대장에게 그의 분대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놈들이 우릴 들여보내고 싶지 않나보다.' 어쩌면 그의 분대가 무한한 군인들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일수도 있다. 파도가 밀려오고 부숴져 내리는 게 셀 수 없이 반복되었다. 결사단의 명령이 민간인들에게 방송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는 군중 섬멸전으로 축소되었다. 몇몇 전투원들은 갑옷이나 제복 없이 몽둥이나 렌치 같은 급조된 무기를 들고 싸웠다. 이런 학살을 몇 차례 계속하니 그런 종류의 전투원들은 적어졌다.

바라진과 함께 행군하던 티폰은 수비군의 시체 속 죽어서도 양손 망치를 쥐고 있는 남성의 시체를 가리켰다. “저들이 민간인이 맞긴 합니까?”

“만일 그렇다면 압제사를 위해 싸워선 안 되지 않습니까. 저 전투원들을 구별할 여유도 없는데, 누구든 우리들에게 손이라도 댄다면 죽어야 할 뿐입니다.”

분대원들은 모퉁이를 돌아 넓은 복도로 들어서자, 낮은 포탑 한 쌍이 뒤편의 육중한 문을 지키고 있었다. 바라진은 헤비 스터버가 발포되자마자 몸을 재빨리 피했다. 포탄이 그의 오른쪽 벽에 부딪혀 커다란 돌 덩어리를 떼어냈다.

“거점이군.” 포탑 뒤의 문에 흥미를 느낀 바라진이 말했다. “일종의 보루 같아.” 보루의 존재는 방어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암시한다. 모타리온이 그에게 찾으라고 명령한 접근 지점 중 하나일 것이다. 바라진은 소리 없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놈들은 시체를 던지는 것 말고도 무언갈 하긴 하는군요.” 티폰이 끼어들었다.

“하긴 하지, 적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말야.” 바라진이 말하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바넥 형제님. 그대가 필요합니다.”

바라진 분대의 후방에 있던 드레드노트가 묵직한 발걸음으로 락크리트를 부수며 나섰다. 아바넥은 대부분의 데스 가드의 드레드노트처럼 테라인이었다. 바르바루스에서 온 신병들 중 그러한 변신의 후보가 될 만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아바넥은 모타리온의 도래와 그분이 14군단에 가져온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더스크 레이더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바라진에게 아바넥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테라에서 태어난 바르바루스의 진정한 아들처럼 보였다. 아바넥의 존재가 데스 가드의 미래를 대표한다 생각했다. '저 분은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할 새 목적을 위한 단결을 알고 계신다.'

아바넥은 대지를 뒤흔드는 듯한 발걸음으로 모퉁이를 돌고는, 빗발치는 헤비 스터버 탄환에 미사일 발사기와 플라즈마 캐논으로 답해주었다. 그 후 폭발로 복도 전체가 흔들렸다. “문제거리를 무력화했다.” 아바넥의 묘비처럼 평평하고 거친 금속성 목소리가 말했다.

바라진이 다시 모퉁이 너머를 보니, 포탑은 걸레짝이 된대다 1미터 두께의 금속 문은 천쪼가리처럼 찢어져 열려 있었다. 결사단의 병사들이 안에서 튀어나와 손에 든 무기를 발사했다. 바라진은 이에 맞서 달려들자 그를 뒤따르는 데스 가드 분대원들도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의 볼터탄이 적을 휩쓸자, 바라진의 핸드 플레이머는 적군을 씻어내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고는 요새로 급습했다.

이제 이 보루는 함정이 되었다. 이미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물리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일어날 수도 없는 반역 자체가 포탑을 지나치는 일은 결사단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다, 우수한 무기를 가진 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좁은 요새는 군단병들이 문턱을 넘은 순간부터 데스 가드의 것이었다.

비좁은 보루안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신속하고 완전했다. 터미네이터 아머를 두른 바라진은 공간을 거의 메우고 있었고, 아바넥은 거점의 후방으로 통하는 주요 통로로만 나아갈 수 있었다. 죽음을 뿜어내는 화염방사기를 앞세워 복도를 거니며 적군을 도망칠 곳이 없어질 때까지 몰아넣은 후 불태워버렸다.

나머지 대원들은 다른 삶의 전당을 파워 사이드로 피, 뼛조각과 해체된 살점만 남겨 숙청했다. 몇 분 후, 보루 내부는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공기는 증발된 피로 습해졌다. 분대원들은 중앙 통로에 다시 모였다.

적의 영토를 점령하는 건 장악하는것과도 같다. 분대의 경로에는 요새 탈환을 시도할 만한 적군들은 몰살당해 군단원들도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보루 반대편에는 또 다른 무거운 문이 있었다.

“놈들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한 번 보자.” 바라진이 말하고는 파워 사이드의 칼날을 문 중앙에 내리찍어 터져 나오는 역장으로 금속을 절단 냈다. 다시 한번 문을 찍자 두꺼운 철판이 천조각처럼 찢겨 나갔다. 문 너머엔 바라진이 네 번째 기수를 떠난 이래로 본 가장 큰 공간이 펼쳐졌다.

“아,” 바라진이 접근실과 안에 있는 대규모 군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완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