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이 온 갑판에 전해졌다. 거기서 어두운 색깔의 파워 아머를 입은 스페이스 마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신들의 텔레포트 존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방안에 흩어지면서 무기를 겨눴다.

“모두 엎드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일부러 음량을 증폭시킨 괴물 같은 고함소리가 전투-헬멧에서 들려왔다. “배를 넘겨라!”

“바보같이 굴지 마시게들,” 예수게이가 고딕어를 써가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부디, 무기들 내려놓으시게나.”

열두 개의 총구가 곧바로 그에게 향해졌다.

“스톰-위치!” 침입자 중 한명이 소리쳤다.

총 열두 자루의 무기가 순간에 발포되었다. 플레이머가 방사하는 불길은 용광로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과 같았고, 그 불길을 뒤이어 한 무리의 볼터 포탄이 발사되었다.

예수게이가 지팡이를 들어 보이니, 넘실거리는 힘의 세례가 펼쳐졌다. 날아오는 모든 발사체들이 그의 몸에 채 닿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 찰나의 순간 동안 폭발로 인한 소음과 들끓어 오르는 분노가 예수게이의 주위를 에워싸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는 어리석은 짓이오,” 그의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알타크 평원 위에 홀로 서있다는 듯이.

열두 명의 침입자들이 예수게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철책을 뛰어넘고, 콘솔 스테이션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에게 포탄을 쏟아 붓는 걸 잊지 않았다.

예수게이가 지팡이를 바닥에 쿵 내리꽂자 번갯불의 창이 별안간 갑판에 번쩍였다. 어찌나 기다랗고 밝은지, 총구에서 뿜어지는 불꽃이 번개의 빛에 묻혔고, 갑판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 정도였다. 빈 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자, 적들의 볼터건이 산산이 부서졌고, 들고 있던 플레이머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갑판 안이 우르릉거리는 천둥번개 소리로 가득했다. 폭풍우가 일면서 기중기를 덮치니, 필멸자들은 발을 바닥에 붙이지도 못하고 휘날리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썼으며, 파워 아머를 입은 레기오네르들 마저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갑판을 휘젓는 돌풍은 번갯빛을 머금어 마치 황금색 레이스가 휘날리는 듯했다. 침입자 중 하나가 돌풍이 자아내는 소용돌이를 돌파하며 어떻게든 주먹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예수게이가 손가락을 가리키자 스페이스 마린이, 두꺼운 세라마이트와 근육 그리고 몸에 빽빽한 기계 장비까지 합해 족히 수 톤 무게를 자랑하는 거구의 전사가 자리에 멈춰 서서는 저 멀리 떨어진 벽으로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다. 바위로 만든 칸막이벽에 으드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또 다른 이가 예수게이에게 달려들었다. 빛을 발하는 검을 쥔 이는 검을 휘두르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예수게이는 그에게 관대한 시선을 보냈다, 마치 아이가 부리는 응석을 받아준다는 듯이. 그러곤 머리를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검을 든 자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황금빛 천둥 기둥이 그를 향해 내리쳐졌고, 번개를 맞은 스페이스 마린은 바닥에 거꾸러져 제압당했다.

이제 함선에 보딩한 무리 중에 단 한 사람만이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서있었다.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기술병 전용 갑옷을 입은 그 거구의 사내는 바작바작 에너지 섬광이 튀기는 썬더 해머를 손에 들려 있었다. 소용돌이 한복판을, 벼락이 휘둘러지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순전히 의지의 힘만으로 성큼성큼 예수게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그는 3미터 안팎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예수게이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쥐고 있던 주먹을 폈다.

초고리스의 폭풍처럼 강렬하면서 대지를 뒤흔들 위력을 지닌 천둥이 망치를 든 자의 견갑에 흘러 들어갔다. 그는 뒤로 날아가 난간에 부딪히고는 서비터 구덩이에 처박혔다. 온 몸뚱이에서 에너지 줄기가 거미줄이 퍼지듯이 분출했다.

예수게이는 공중으로 솟아올라 부드럽게 위로 부양했는데, 에테르에서 소환된 바람의 소용돌이가 그의 몸을 붕 뜨게 했다. 갑옷의 주위를 두른 망토가 소리를 내며 물결을 쳤고, 가슴팍에 장식한 토템과 뼈로 만든 징표들이 달그락거렸다. 광포한 불의 혓바닥들이 갑판 바닥 아래서부터 그를 선명하게 핥았다.

이미 온 갑판의 모습이 파괴란 개념을 화폭에 담은 듯 했다. 화이트 스카 레기오네르와 적들 모두 몸을 피할 만한 곳이면 어디든 간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예수게이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해머를 든 자를 향해 부드럽게 내려왔다. 그 모습은 마치 테라의 신화에 나오는 천사 전설을 연상케 했다. 바람의 울부짖음이 잦아들고 희미해지기를, 소환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함선에 보딩한 12명의 스페이스 마린들이 에테르 에너지로 빚어낸 포승줄로 결박당했다.

예수게이가 자신이 제압한 이의 옆에 섰다.

“당신이 입고 있는 갑옷 색깔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으면 하오,” 그가 말했다. 이제 폭풍이 지나가자, 정황이 조금은 밝혀졌다. 그의 발아래 놓인 스페이스 마린은 선 오브 호루스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전투 판갑은 어두운 초록색이며 황동색으로 테두리가 칠해져 있었다. 불꽃의 인장들이 그의 견갑을 둘렀으며, 세라마이트와 강철을 재료로 기교 있게 만들어진 목가리개가 목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금박 입힌 복스 그릴로 목소리가 변조되었음에도, 몹시 낭랑한 음색이었다.

“이 간악한 요술사 자식, 그토록 날 죽이고 싶다면,” 그 스페이스 마린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라. 네놈 따위에게 목숨을 구걸할쏘냐.”

투구 안의 예수게이의 표정이 찡그러졌다. 비록 고운 말이 오고 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의 언행이 예수게이를 불편하게 했다.

“그 쪽의 목숨을 앗아갈 의도는 없소,” 그가 말했다. “속임수를 쓰는 게 아니라면, 당신은 살라맨더로군. 내 기억하기론, 그 쪽과 내 군단 사이엔 어떤 반목도 없었을 텐데.”

살라맨더의 투구에서 고통으로 빳빳해진 웃음이 새어나왔다. “대체 뭐하자는... 지금 진지하게 하는 말인가?”

예수게이는 고개를 들어 함교를 둘러봤다. 포박당한 스페이스 마린 중 아홉 명은 살라맨더였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주는 전투 후 입은 손상으로 성한 것이 없었다. 그 외에 다른 이들은 아이언 핸드로 보였다. 그들의 밤 같이 검은 갑주하며 몸에 달린 어그매틱이 그들이 누군지를 알려줬다.

예수게이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는, 살라맨더를 향해 머리를 가까이 가져갔다. 에테르-밧줄을 없애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줬다. 루샨의 화이트 스카들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며, 새로 온 이들에게 볼터를 겨눴다.

“살라맨더,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소,” 예수게이가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당신이 공격하기 전에 감지해냈소. 만일 당신이 우리가 적임을 확신했다면, 우주상에서 우리를 공격해 파괴했을 거요. 그런데 당신은 함선에 보딩한다는 위험성을 감수했소. 어떤 내막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워마스터의 군단으로부터 함선을 탈취했고 우리의 함선도 취하려 했소. 어쩌면 당신이 미쳐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당신의 마음속에 그 어떤 혼미함도 찾을 수 없었소.”

예수게이가 쓰고 있던 투구를 잡아 비틀어 벗은 다음 벨트에 고정시켰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갑판안의 공기는 마치 재를 들이마시는 듯 했다.

“내 이름은 타르구타이 예수게이라고 하오,” 그가 말했다. “흔히들 서로 통성명하는 게 관계 개선의 첫 단계라고 하잖소. 당신 이름을 말해주시오. 그래야 뭐라도 진전을 보이지 않겠소.”

망설임. 덩치 큰 살라맨더는 훼손된 투구를 통해 소리를 내며 숨을 쉬었다. 예수게이가 불러온 힘에 당해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

“자`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제 34 중대 캡틴이오.”

예수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 들으시오, 자`벤. 나는 이제부터 당신에게 진실만을 말할 거요. 부디 그쪽도 마찬가지의 친절을 내게 베풀었으면 하오. 우리는 지금 눈이 멀었소. 은하에게서 몸을 숨긴 형국이오. 대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왜 에테르가 고통스러워하는 거요?”

자`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결정하는 듯이 보였다.

“그 대학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거요?” 주위를 살피며 그가 물었다. 마치 너무 멍청한 질문을 해서 자기를 비웃지 않을까 염려하는 기색이었다.

예수게이가 그가 일어나는 걸 도와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대학살이라?” 그가 물었다. “우린 아는바가 없소.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모든 걸 말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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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 상대로 양학하는 예수게이

이러니 사썬이 사이킥 뽕에 못헤어나오지

일반 군단원들까지 저러고 다닐 거 생각하니 ㅎㄷㄷ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