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령의 무인도인 매쿼리섬은 펭귄의 천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펭귄과 바다표범의 대규모 번식지인데다 일반인의 출입도 금지되어 있거든

하지만 고작 100년정도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펭귄지옥으로 악명높은 곳이기도 했다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지? 이때 가장 수요량이 늘어난 게 뭐였을까? 정답은 연료. 바로 석탄과 기름이다

기름이 있어야 연료로 써서 기계를 굴리고 톱니바퀴에 기름칠도 하고 밤낮없이 일해야하니 밤에 불도 켜고 뭐 그럴거아냐

석탄이야 뭐 땅에서 캘 수 있는데 기름은 당시엔 땅에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통 가장 많이 쓰던 기름은 동물성 기름이었지

물론 동물성 기름이 생산량이 충분할리가 없었기 때문에 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려야했던 유럽놈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동물성 기름 확보루트를 찾아다니곤 했다

그 와중 1810년에 호주인인 물개잡이배 선장 프레드릭 하셀버러(Frederick Hasselbourgh)에 의해 매쿼리 섬이 발견된다

프레드릭은 이 섬이 동물성 지방으로 넘치는 뚱뚱하고 기어다니는 병신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뚱뚱하고 날지도 못하는 병신새들로 가득하다는 걸 보고서에 써서 올려보냈고

그 결과 1810년 10월부터 이 섬에서 동물성 기름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상업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말하자면 이 프레드릭 뭐시기는 펭귄지옥의 사탄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인 것이다

펭귄과 바다표범 등등은 모두 이런 기계를 이용해 기름을 추출했다

이게 뭐냐면 그냥 찜통임. 증기 소화조(Steam Digester)라고 불리는 물건인데 여기다가 펭귄이나 물개 같은걸 넣고 푹 찌면 기름이 추출되어 나오는거다

소화조 하나당 약 2000마리의 펭귄을 처리할 수 있었고, 한마리가 1파인트 정도의 기름을 생산했으며 연료는 펭귄이나 바다사자, 물개를 쪄서 추출한 기름이 사용되었다

펭귄으로 펭귄을 삶는 제노사이드 머신인거지. 매쿼리섬에는 아직도 이 증기 소화조가 녹슨 채로 방치되어 있다

워낙 대량으로 잡아들였기 때문에 여기서 서식하던 물개 종은 10년후인 1820년에 절멸했고, 1919년에 추출작업이 중단됐을 때는 고작 4000마리정도의 펭귄만 남은 상태였다고 한다

1919년에 중단된 이유는 그때쯤에 석유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기름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었거든

이때 죽은 펭귄들의 뼈는 그냥 땅에다가 묻었는데, 현재는 이렇게 지층이 되어있다

좆간들이 사라진 후 매쿼리 섬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물개, 바다표범, 펭귄이 다시 번식하기 시작해 현재처럼 다시 펭귄의 주요 서식지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약 80년만에 예전 개체수와 유전적 다양성을 회복해서 현재는 50만마리 이상의 펭귄이 서식중임

여기서 우리는 좆간 없는 세상 = 동물들의 천국이라는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