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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원신/크레이비x아를레키노]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5 02:37:37
조회 710 추천 16 댓글 2
														


※4.6버전 아를레키노 전설임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니 아직 안깨신분들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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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냉혹했고, 그녀는 자유로웠다.


벽난로의 집, 말이 좋아서 집이고, 겉으로 보기에나 화목한 과정이었지 실제 그 내면은 정 반대였다. 세계 각지의 전쟁고아를 거두어서 서로 경쟁시키고, 한 명만 남을 때 까지 서로 죽이게끔 반복해서 자질을 뽑게 만드는 [어머니] 의 실험장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던,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이 어찌되는지는 모르지만, 부상자는 스네즈나야의 어떤 사람에게 보내져서 실험체로 쓰이거나, 위험한 임무에 보내져서 버림받고는 했다.


고아원 내에서도 진실을 알아차린 것은 나와 그녀 뿐이었지만, 행동은 정 반대였다. 그녀는, 크레이비는 언제나 명랑하고 자유를 동경했으며, 절대로 꺾이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가졌다. 그랬기에 그녀는 자신이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때로는 목숨의 위험을 받더라도 끝끝내 도망치고, 다른 폰타인의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때로는 진실을 폭로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어머니] 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쉽게 간파할 수 있었으며, 그랬기에 당장은 저항하지 않으려고 했다. 설사 살육이 벌어진다고 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즉, 다른 모든 형제자매들을 제치고 [왕]이 될 수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째서일까, 그녀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파오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자유를 갈망하면서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부근이 꾸욱 조여오면서 그 자그만한 이상을 동경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상했다, 냉정하게 따지면 무리하게 도망치는 것 보다 여기있는 다른 사람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왕]이 되는 편이 생존률이 더 높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크레이비만 보면, 그녀만 보면...


"아얏!"


생각에 잠긴 내가 그녀의 나즈막한 비명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미안, 반사적으로 작게 사과의 말을 남긴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오늘도 상처투성이었던 것이다. 뻔했다, [어머니]한테 반항했다가 간신히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맞았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심한 상처라고 생각하면서 남은 약을 상처에 잘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자, 달빛 아래에서 태양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그 미소, 자신과는 정 반대의 그 찬란한 미소에 내 양 얼굴이 태양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부끄러워진 내가 그대로 벽에 머리를 기댄 채 평소은 척을 가장하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톡 내뱉었다.


"친모녀끼리, 싸우기도 해?"


붉어진 얼굴이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기를, 달님이 내 얼굴을 비추지 않기를, 속으로 간절하게 빌면서 벽에 머리를 기대자 그녀가 곧장 창문을 벌컥 열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득 찬 달이 우리 두 사람을 비추고 있자, 그 만월을 올려다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스네즈나야의 밤하늘에는, 무지갯빛 오로라가 뜬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붉은 색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려놓았다. 휘날리는 머리카락, 달빛에 비친 얼굴...그 모습을 보자 지금까지 몇 번이나 느꼈던 알 수 없는 감정이 다시금 샘솟아오르는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체 이 감정은 뭘까, 두근거리는 심장을 꾸욱 누른 내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예쁜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은, 어두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뜬 것만 같았다.


"어른이 되면."


그렇게 운을 땐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어두운 밤, 상처투성이의 얼굴, 그 무엇 하나 흠이 되는 건 없었다. 예쁜 미소를 띈 채 나를 본 그녀가 곧장, 곧장 내뱉었다.


"우리, 같이 보러 가자!"


어른이 되면, 그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 중에서 [왕] 이 되는 건 한 사람 뿐, 그리고 냉정하게 따지면 자신이 될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녀의 말을 들으니 그런 당연한 사실조차 순간 잊어버릴 만큼 머리속에는 어른이 된 우리 두 사람이 스네즈나야의 오로라 아래에서,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던 것이다. 


불가능하다.


불가능한걸 분명 알고 있음에도.


"펠?"


자신이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있으려니, 상태가 안좋아진 줄 알았는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렀다. 으응, 고개를 저은 내가 창틀에 올라가서, 그녀의 옆으로 곧장 다가가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이 감정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째서 그녀가 다치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건지, 이루어질 수 없는 그녀의 이상을 응원해주고 싶은건지, 언젠가는 내 손으로 죽여야만 할 크레이비를, 이렇게 소중히 대해주고 싶은건지.


불가능한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둘이서 스네즈나야에 가고 싶어 하는건지.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렇게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젠가 끝이 오리라, 그 기간은 아마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손을 뻗어서 붕대가 감기지 않은 반대편 손을 꼭 붙잡았다. 만월의 밤, 따듯한 온기를 느끼면서 둘이서 같이 달을 올려다본 내가 작게, 나답지 않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조금만 더 이 시간이 더 길게 이어지기를.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만월의 밤에 대고 속삭이듯 빌었다.


*


새벽까지 전설임무 다 깨고 애니한번 다시 본 다음 뽕에 취해서 새벽에 급하게 연성하는 글


어린 시절에 서로 사랑에 빠진 크레이비랑 아를레키노


단편애니에서 어른이 되면 오로라를 보러가자고 약속하는 크레이비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크레이비를 위해 약속해주는 아를레키노


그런 아를레키노x크레이비


사실 원래는 둘이서 스네즈나야의 오로라를 만드는 내용이었는데 스토리랑 새벽감성 때문에 쓰고보니 뭔가 좀 애매하게 붕뜬 감성적인 글이 되버렸다


크레이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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