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상황』
(웅성웅성)
[클레만티느]
밀지 마세요.
스프는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줄에 선 난민 남성]
너 임마, 방금 새치기했지!?
[줄에 선 난민 여성]
엉!? 쩨쩨하게 그럴 거야 속도 좁아가지곤!
[지친 낯빛의 병사]
……아 젠장,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어이 거기 둘! 어디서 싸우고들 있어!
[클레만티느]
(……역시 날이 갈수록 분위기가 살벌해져 가네요.)
[신경질적으로 생긴 중년]
어이 거기 언니. 얼른 스프 달라고.
[클레만티느]
아, 실례했습니다. 네, 여기 있어요.
[신경질적으로 생긴 중년]
……칫. 오늘도 맛 없어보이네.
[클레만티느]
미안해요.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서…….
[신경질적으로 생긴 중년]
………………니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럼 간다.
어디선가 다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속에서
난민들을 위한 점심 배급은 끝났다──
[지친 낯빛의 병사]
수고하셨습니다, 클레만티느 씨.
[클레만티느]
수고하셨습니다.
……안색도 나쁜 것 같고, 조금 쉬시죠?
경비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쓰러져 버리시면 본말전도예요.
[지친 낯빛의 병사]
그렇게 하고 싶긴 합니다만…… 여하튼, 교대요원이 없다보니.
뭐, 내일부터는 병사가 다소 증원된다 하니 그때까진 참아야죠.
아, 증원 하니 떠오른 건데, 애초에 내일 오는 증원은 클레만티느 씨가 받은 의뢰를 지원할 목적이라 했던가요.
아무래도, 대단한 의뢰를 받아버린 것 같으니…….
[클레만티느]
매우 중요한 의뢰이기는 합니다만……
지금으로선 평소와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친 낯빛의 병사]
……듣고보니 그렇네요.
식사 배급, 병자나 부상자의 치료부터, 복구를 위한 막노동까지……
모두, 이전부터 도와주고 계시던 것들.
[클레만티느]
천막의 배치 정리 등도 꼭 거들고 싶네요.
지면에 붙인 천막 자락이 밟혔다든가, 다른 사람이 펼친 천막이 방해되서 지나갈 수 없어,
이런 트러블의 원인도 줄일 수 있을 테고요.
[지친 낯빛의 병사]
그것은 감사합니다만, 그…… 괜찮겠습니까?
난민과 좀 더 교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클레만티느]
유예가 얼마 없다고는 해도, 지금 바로 설득한다고 응해주실 거라는 생각되지 않아요.
일단은 조금이라도 이 분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게 해드리고 싶답니다.
[지친 낯빛의 병사]
그렇군요…… 하지만, 천막의 이동 등은 큰 힘이 필요한 중노동입니다.
부디 무리하지는 말아 주세요.
[클레만티느]
고마워요. 그래도 전 괜찮다구요?
[지친 낯빛의 병사]
하하. 그것 참 든든하네요.
그럼 우리 병사들도 열심히 해야겠죠.
.
.
.
클레만티느가 의뢰를 받은 이래로 며칠이 흘러.
도시 측에서 병력을 증원하면서 난민들의 생활여건은 다소 개선되고 있었다.
[클레만티느]
(천막정리는 이걸로 끝.
어제 오늘 펼친 일제 청소로, 감돌던 악취는 줄어들게 된 것 같네요. 이걸로 조금이라도── 어머?)
저기, 거기 계신 분, 왠지 안색이──
(털썩)
[클레만티느]
괘, 괜찮으신가요!?
[안색 나쁜 난민]
으, 으으…… 빌어먹을.
[클레만티느]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바로 신관님께──
[안색 나쁜 난민]
……누군가 했더니. 일 거드는 여자였냐.
내버려둬. 그냥 넘어졌을 뿐이야.
[클레만티느]
아니요. 방금 그 쓰러지는 모습은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았어요.
[안색 나쁜 난민]
……끈질기긴.
됐으니까, 내버려 둬! 상관없잖아.
[클레만티느]
……그런 슬픈 말씀 하지 마세요.
우리는 친한 친구 사이 아닌가요?
[안색 나쁜 난민]
엉? 뭐라고──
[클레만티느]
《인간종 매료 Charm Person》.
[안색 나쁜 난민]
──아아. 그랬지.
[클레만티느]
그래서, 어떻게 되신 건가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안색 나쁜 난민]
……실은 요즘, 거의 잠을 자지 못해서 말야.
눈을 감으면 바로 그 녀석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그 괴물들── 혼돈짐승…… 갑자기 덮쳐와선……
나, 나도 하마터면, 다른 사람들처럼…… 젠장!
여기 오면, 더 이상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클레만티느]
……알겠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조용히 쉬고 있으세요.
무슨 일이 생겨도, 제가 옆에 있으니까요.
[안색 나쁜 난민]
쉬라고 해도……
쉬고 있는 동안에, 만일 그 녀석들이 온다고 생각하면──
[클레만티느]
나는 혼돈짐승을 쫓아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요.
그러니 부디 안심해주실.
[안색 나쁜 난민]
…………그런, 가……
네가 말하는 거라면…… 믿을………….
(털썩)
[클레만티느]
……꽤나 긴장하셨던 것 같네요.
노숙은 몸에 해로울 테고, 어딘가에서 천막을 빌려서 드리도록 할까요.
(저벅 저벅)
[???]
…………케케.
.
.
.
[클레만티느]
완전히 늦어버렸네요……
그 분도 조금은 쉬신 것 같으니, 그건 다행입니다만──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걸까요?
저런 분들이 그 밖에도 많이 있다면, 다소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걸로 시간벌기조차 되지 않아…….)
[???]
이런 시간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벽 너머로 돌아가지 말고, 오늘밤은 여기서 자고 가지 그래.
[메이스를 든 난민]
어이쿠. 소리 지르지 말라고?
천막에서 자는 애들 깨우면 미안하잖아. 만약 큰 소리를 지르면…… 알겠지?
[클레만티느]
(무기····· 여기선 딱히, 소지하는 걸 금지하고 있진 않습니다만,
그것도 혼돈짐승에 대비하기 위함이지, 이런 사용법은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검을 쥔 난민]
이런 장소에서 계속 기다리게 해서, 우리도 쌓여 있단 말이지.
사람 돕는 거라 생각하고 상대해달라고.
[방패를 든 난민]
히히. 이런 상등품, 오랜만…… 아니 처음일지도.
[클레만티느]
(말투로 보아 상습범인가요…….)
오히려, 당신들 같은 사람을 도시 안에 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길게 대기하도록 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인데 말이지요.
[메이스를 든 난민]
어엉?
[클레만티느]
그럼 원하시는 대로 상대해드리지요.
상대해드리는 내용은── 기대에 부응치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
.
.
[지친 낯빛의 병사]
범죄자 포박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레만티느]
아니요. 저야말로 달려와주신 덕에 살았어요.
[검을 쥔 난민]
젠장, 이거 놔!
뭐야 저 여자! 괴물인가!
[방패를 든 난민]
병사들의 횡포야!
끝도 없이 우리를 기다리게 한 데다가, 죄를 지어내서 감옥에 처넣으려는 거냐!
[지친 낯빛의 병사]
……포기할 줄도 모르네. 그럼 클레만티느 씨, 저는 이만.
──야 너희들! 젊은 여자에게 행패를 부려놓고서도 그런 변명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클레만티느]
(저 사람들에게 동정의 여지는 없습니다만…… 시간이 너무 걸리면,
이곳에 뒤섞여 있는 저런 범죄자가 얌전히 있길 포기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임시 대기장소에서 범죄까지 다발하면 불만은 더욱 커지겠죠.
이건 슬슬…… 유예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
4화 『광기』
[클레만티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설명하고 싶은 것과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난민 남성]
설명……? 드디어, 안에 들어가게 해주는 건가!?
[클레만티느]
……정말 죄송합니다.
순차적으로 수용 준비는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여러분 모두 받아들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난민 남성]
전에 다른 녀석이 말했던 것과 같은 설명이잖아!
준비 준비라고만 하곤, 앞으로 며칠이나 더 있어야 직성이 풀릴 거야?
[클레만티느]
이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며칠」이 아닌, 「몇 주」 「몇 개월」이라는 단위로
기다리셔야 할 분도 나올 거라 전망됩니다.
[난민 남성]
뭐어!? 앞으로도 몇 개월이나!?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이 이상 기다리고 있다간, 조만간 저 괴물들에게 죽어버릴거야!
[클레만티느]
분노도 염려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래서 도시 측도 대책안을 마련했습니다.
──제4성벽의 건설입니다.
이쪽 문을 중심으로 현재 여러분이 생활하고 있는 범위를 둘러싸는 형태로
새로운 성벽을 건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현재 있는 얕은 해자나 울타리 등보다 훨씬 견고한 벽입니다.
[난민 남성]
……그게 할 수 있다면, 확실히 조금은 안심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루아침에 가능한 건 아닐 거잖아!?
[클레만티느]
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일손으로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여기서 처음에 말했던 「부탁」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벽을 건설하는 데,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난민 남성]
……우리한테, 만들라고 하는 건가? 그 벽을?
설마 싶지만, 공짜로 하라는 건 아니지?
[클레만티느]
…………정말로, 죄송합니다.
물론 도시의 병사들도 협력하겠지만, 그 밖에 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자재와 식량의 준비가 고작으로──
[난민 남성]
웃기지 마!
저런 맛대가리도 없는 스프 하나 가지고 일할 수 있을리 없잖아!
[난민 여성]
말도 안 돼! 돌아가돌아가!
(휙)
(퍽)
[클레만티느]
……읏!
[지친 낯빛의 병사]
클레만티느 씨!?
……읏, 방금 돌을 던진 사람은 누구냐!? 체포하겠──
[클레만티느]
안 됩니다. 지금 당신들이 끼어들었다간
몸 싸움이 일어나 그대로 폭동으로 발전할 거예요.
[지친 낯빛의 병사]
하, 하지만──
[클레만티느]
괜찮습니다.
[지친 낯빛의 병사]
………….
[난민 여성]
하! 뭐야, 그 연극은!
병사를 멈추게 한 정도로 은혜를 입힌 셈으로 치는 거야!? 어차피 협의라도 해놓고──
[???]
나는 상관없어!
[클레만티느]
당신은──
[안색 나쁜 난민]
나는, 상관없어. 밥도 먹여줄 거잖아?
그럼 벽 건설 정도는 도와줄게.
[난민 남성]
뭐? 너 제정신이냐!
마냥 기다리기만 하게 해놓곤
받아들이는 건 무리니까 스스로 벽이라도 쌓고 어떻게든 하라는 거라고!?
[난민 여성]
이런 거, 죽으라고 내버려두는 거나 다름없잖아!
제정신으로 말하는 거라면… 당신, 그 여자가 시킨 거나 그런 거지?
아니면 저 여자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거냐!
[안색 나쁜 난민]
……자세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 여자에게는 전에 신세를 졌다.
확실히, 그걸 이유로 편드는 걸지도 모르지.
근데 말이야. 저 여자한테 신세진 적 없는 녀석, 여기 대체 몇 명이나 있지?
아픈 사람이나 다친 사람은 물론이고, 배급 때 얼굴 정도는 보고 있을 거 아니야? 다들.
[난민 남성]
그야…… 하지만,
이럴 때에 관리가 우리를 돕는 건 당연한──
[안색 나쁜 난민]
병사에게 물었는데 저 여자, 딱히 이 도시 관리도 아니라는 모양이야.
그 증거, 라기는 좀 그렇지만……
저기 말야, 댁 어째서 진작에 우리를 협박하지 않은 거야?
[난민 여성]
협박하다니……?
[안색 나쁜 난민]
생각해 봐. 여기에 모인 우리들은 언제 분노가 들끓어서 폭도가 될지 모르잖아.
도시의 높으신 분들이 보기엔 골치 아픈 존재일테지.
적당히 우리 화를 부추겨서, 폭동을 일으키려던 것을 빌미로 진압……
병사들을 시켜 죽이면 가장 손쉽고 번거롭지 않을 거야.
[클레만티느]
──그런 일은 시키지 않겠어요.
[안색 나쁜 난민]
그렇게 하고 싶은 녀석이 있다는 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단 말이야.
그럼에도 살해당하고 싶지 않으면 벽 건설에 협력하라고 협박하지 않는 건
……이 녀석이 우리 편이기 때문 아니야?
[난민 남성]
………….
[신경질적으로 생긴 중년]
……나도 상관없어.
그 녀석 말대로, 저 언니씨한테는 언제나 신세지고 있어.
그리고, 자기 몸을 지킬 벽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도 된다면
어설프게 남한테 의지하는 것보단 확실하잖아.
[난민 남성]
……그야, 뭐, 도시 놈들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클레만티느]
……여러분만 일하시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지금처럼, 아니 지금까지 이상으로
여러분과 앞으로도 더 찾아올 난민분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4성벽은 여러분의 대기장소를 지키는 역할을 마친 후에도
방위력 강화와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한 초석이 될 겁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이 도시나 앞으로 여기서 살게 될 ─여러분을 포함한─ 많은 분들을 위해서 일해도 좋다,
그런 마음이 있다면──
──힘을 빌려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 숙이는 클레만티느의 모습에
난민들은 잠시 숨을 들이삼켰다.
[난민 소녀]
…………언니, 예쁘다.
[소녀의 어머니]
……마치 동화 속 공주님 같네.
[소녀의 아버지]
아니, 저건 공주라기보다는──
──성녀.
그런 목소리에 잇따라, 난민들은 서서히 클레만티느를 성녀로 부르며 칭송하기 시작했다.
.
.
.
난민들의 설득을 성공시킨 클레만티느는
보고를 위해 모험자 조합으로 향하고 있었다.
[???]
이제는 「성녀」라고까지 불리기 시작했다면서.
이거 참…… 대단도 하셔라.
[니군]
조합장들의 무리한 의뢰…… 성공시킬 줄은 몰랐단 말이지.
아니, 정말 훌륭한 일솜씨였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지?
[클레만티느]
(슬레인 법국, 양광성전 대장……니군 그리드 루인.
분위기를 보아 저를 감시, 혹은 부하에게 감시하게 하고 있었겠지요.)
[니군]
그래서? 저건 대체, 어디까지가 네놈의 「계산」 내였던 거지?
얼핏 보면 대책 없이 정면으로 설득을 시도했고,
자신이 평소에 보인 고결함과 청렴함으로 난민들의 선의를 이끌어냈다── 그런 「기적」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개연성을 이용한, 작위적인 「공작」으로 보였단 말이지.
눈에 띄지 않지만, 그러나 날마다 반복하는 것으로 상당한 인원에 인상을 심어줄 헌신.
그로 인해, 그 자리에는 계기만 있으면 편들어 줄 사람도 많다고, 예측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클레만티느]
……꽤 재미있는 관점이네요.
[니군]
호오? 그럼 좀 더 해볼까.
분위기 흐름을 바꾼 그 남자…… 네 녀석은 이전에 그 남자에게 매료마법을 사용했었지?
[클레만티느]
그건…… 그의 몸 상태가 위험한 것 같았기에,
그 원인을 찾으려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법의 효과는 진작에 다 떨어져──
[니군]
나는, 사람의 평가는 그 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나 사실에 근거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놈은 매료마법을 써서, 쓰인 남자가 장소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네 녀석은 법국을 배신했다, 는 점도 덧붙여야 되겠나?
[클레만티느]
……실례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군요.
자신의 행동을 말로 포장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 버렸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니군]
흥. 묘하게 솔직하지 않나.
그럼, 그 결과에 네 녀석의 공작이 영향을 끼쳤단 것도 인정한다는 건가?
[클레만티느]
공작이나 계산, 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만…… 「기대」와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예감이나 확신이라고 불러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분명, 자신들만을 위한 폭동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도 되는, 노동을 선택해줄 것이다.
곤경에 처하더라도 이들 중에는 아직도 선의가 있다, 라고.
[니군]
……어디까지나, 저들의 선의 같은 걸 믿었을 뿐이라고?
[클레만티느]
네. 저도 다른 사람의 「선의」에 의해 구원받은 몸입니다.
그것을 믿었다가 떠나게 되더라도 망설임은 없습니다.
[니군]
……흥. 마치 폭도가 된 난민에게 죽게 되는 것도 각오한 듯 말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수와 질의 집단으로 네 녀석을 죽일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암여우 년.
[니군]
(그런 허언을 잘도 뻔뻔스럽게……
하지만. 우리들의 신이나, 그 신도조차 아닌,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의 선의를 믿고, 순종한다?
만약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그런 것은──)
──광기다.
[클레만티느]
………….
──────────────────
최종화 『성녀』
클레만티느에 의한 난민의 설득으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난민들이 작업에 익숙해져 제4성벽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을 무렵──
[아인잭]
다음으로 토브 대삼림 건에 관한 속보가 법국과 제국에서 제공되었다.
자네에게도 공유해두지. 자세한 것은 이 서류에.
[클레만티느]
잠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행이다. 사태는 일단 진정된 것 같네요.
[아인잭]
음. 위험을 자청해 준 양광성전이나 제국의 기사들에게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겠지.
[클레만티느]
네. ……저기, 여기에 기재되어 있는
현지에서 만난 「동행자」라는 함은?
[아인잭]
상세한 것까진 모르겠지만,
현지에서 만난 협력자이며, 내일 실동부대와 함께 이 도시에 도착한다고 한다.
[클레만티느]
그렇군요…….
(앞서 돌아온 모험자 팀 「칠흑의 검」이나 카르네 마을 사람들이 입에 올리던 이방인이겠죠…… 그 양광성전 대원들도 실력을 인정했다는.
소문은 반 정도 걸러들어야 한다지만, 양광성전이 그 이방인과 임무를 같이했다는 사실은 중대.
상부에서의 명령이라도 없으면, 그들은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자와의 공동임무 같은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만한, 아니 상당한 실력자라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클레만티느]
조합장님.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내일 회의는 결석해도 되겠습니까?
[아인잭]
보기 드문 일인걸.
급한 의제는 적으니까 상관없지만…… 뭔가 볼일이 있나?
[클레만티느]
네.
예의, 인재등용에 관한 건으로── 접촉하고 싶은 인물이.
.
.
.
다음 날.
도시로 돌아오는 양광성전과 제국 기사, 그리고 그 「동행자」를 마중하기 위해, 클레만티느는 문으로 향한다.
[기운찬 소녀]
아, 성녀 님이다! 성녀 니-임!
[클레만티느]
좋은 아침이예요.
기운찬 건 좋지만, 한눈 팔면서 뛰면 위험할걸요?
[술집 주인]
오, 성녀님! 일전에는 고마웠어!
그 주정뱅이, 우리집도 폐를 끼쳤었어!
[클레만티느]
아뇨.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에요.
[허리가 구부정한 노파]
이런 성녀님, 지난 번엔 고마웠습니다.
[키 큰 젊은이]
성녀님! 요전에는 감사합니다!
덕분에 망설임이 없어졌습니다!
[클레만티느]
(일시적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널리 침투해버렸네요…….
좀 어색한 호칭이긴 하지만…… 그만큼 저 분들께 기대받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그 분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시민분의 기대에는 부응하고 싶고.
그럼 우선은──)
[클레만티느]
왕국이 환영해야 할지도 모르는 소중한 손님.
실례가 되지 않도록 마중을 나가야겠지.
결의를 새롭게 하며, 클레만티느는 걸음을 재촉한다.
성녀라는 호칭과 기대에 걸맞게 일하는 것을, 오늘도 목표로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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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토리는 본편 4장으로. 이 인연퀘가 4장 개방와 함께 추가된 인연퀘임
다음은 제국 4기사 레이너스 인연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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