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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독일사 입문을 위한 독서 가이드

Ga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1.30 22:35:31
조회 4796 추천 57 댓글 33
														

예전에 서양사 개설서 추천 목록을 러프하게 작성하면서 각국사 연구서 목록은 따로 게재할 것이라 언급을 했었음. 일단 첫번째로 독일사 편을 작성해 보려함.



독일사의 경우 내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좀했던 분야고, 어떤 책이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널리 읽히는지는 어느정도 분별이 가능함. 여기서는 시대별 개설서 및 입문용으로 좋은 서적들과 사학사적으로 중요한 서적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겠음. 다른 국가들의 역사는 독일사 수준으로 밀도 있게 정리하지는 못함


기본적으로 국내에 출판된 서적을 위주로 소개하려 하나, 국내 서양사 연구의 조악한 여건을 고려하면 영어 및 독일어 서적들을 소개 안할 수가 없음. 외국서의 경우 영어 서적 및 영어 번역이 되어 있는 독일어 저작을 위주로 소개하고, 영어 번역서조차 없는 독일어 저작들은 정말 언급을 안하고 넘어갈수 없는 중요한 케이스만 소개를 하겠음


이 목록에서 붙혀지는 연도는 초판의 출시년도를 의미하는데, 번역서의 경우 원서의 출시년도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음. 역사학의 저작들은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기에 가급적이면 30년 이내에 출간된 저작들 위주로 선정하고자 하는데, 사학사적으로 중요하여 지금도 유의미한 저작들은 옛날 책이어도 포함시킴. 또한 국내 출판된 저작들 중 절판된 서적들은 뒤에 ※를 붙혀 표시함


그리고 내가 작성하는 목록은 기본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문 역사학자의 저작을 대상으로 함. 물론 비역사학자의 저작이 역사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저작들도 많지만, 그들의 접근법은 역사학자와 비교했을때 역사적인 맥락에 대한 고찰이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임.







0. 교양서적


본격적인 독일사 서적을 다루기에 앞서서 워밍업이나 좀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서적들을 몇가지 소개해보겠음. 비역사가의 저작이 소개되는 것은 여기가 유일함



2014 닐 맥그리거 (Neil Mcgregor), 《독일사 산책》


2017 고유경, 《독일사 깊이 읽기》※


1987 제바스티안 하프너 (Sebastian Haffner),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맥그리거의 책은 서구권에서 교양용 독일사 입문 책으로 널리 읽히는 책임. 통시적 흐름의 개설서라기보다는 에피소드 위주의 전형적인 교양서적임. 고유경은 전문 역사가인데 이 저작은 '기억'을 테마로 독일사의 중요 기억의 대상이 되는 장소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는 일종의 역사 에세이격의 저작임. 저자가 신뢰도가 높은 연구자고 평이 좋아서 소개해봄. 하프너는 독일의 대표적인 대중 역사가인데, 독일 근대사를 라이트하게 접하기 좋은 책들을 많이 펴냈음. 이 책 이외에도 독일사 관련된 저작들이 몇개 번역이 되어있음.







1. 통사 개설서


한 국가의 통사를 서술할때는 기본적으로 한명의 저자가 모든 시대를 망라하여 서술하는 저작은 학술적으로 인정받기가 힘듬. 역사가들도 전공 시대라는게 있고 그 시대 및 중점 주제를 벗어나면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임.


그나마 한국은 근대 역사학의 전통도 짧고 아직도 역사 연구가 미진한 분야가 많아서 단권짜리 개설서가 통용이 되기도 하는데, 독일은 근대 역사학의 발상지고, 중세에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시대의 역사가 19세기부터 심도 있게 연구된 국가이기에 한권짜리 개설서로 독일사를 정리하려는 시도는 독일 역사가들은 '감히' 하지 못하는 시도임. 있다고 해도 시대별로 저자를 나눠 쓰는 경우가 많고, 아예 10권에서 20권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한권씩 책을 내는 기획 모음 형식이 많음. 실제로 아래서 소개될 개설서 중에도 이런 시리즈물의 일부인 경우가 많고,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주요국들의 통사는 이렇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옥스포드 미국사, 펭귄 영국사 등등)


참고로 독일에서 고등학교-대학 학부 수준의 학생들 및 독서 대중을 상대로 나온 역사 개설서 시리즈 중에는 Gebhardt Handbuch der deutsche Geschichte, 약칭 Gebhardt가 가장 유명함. 이 책은 전부 전문 역사가들이 썼고 거의 30권 가까이 되는데 중세에서 독일 재통일까지 독일사를 통시적으로 다루면서도 권마다 저자가 다 다름. 한국으로 치면 대충 국편위 한국사의 위상쯤 되려나


그래도 어찌되었건 단일저자의 한권짜리 개설서들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고, 마침 그런 저작들 중 유명한 책들이 번역도 되어 있으니 다음의 세 책임



1990 메리 풀브룩 (Mary Fulbrook)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1996 마틴 키친 (Martin Kitchen) 《사진과 그림으로 읽는 케임브리지 독일사》


1996 하겐 슐체 (Hagen Schulze) 《새로 쓴 독일 역사》



이 세 권 중 나는 풀브룩의 책을 가장 추천함. 이 책은 전문가들이 각국사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Cambridge Concise History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이 시리즈 자체가 한 나라의 역사를 컴팩트하게 알아보는데 있어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함. 한국사도 나와 있다.(Michael Seth의 저작)


풀브룩의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이 갖춘 탁월한 균형감각 덕분임. 근현대사 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독일사 연구는 존더베크(Sonderweg)라고 하는, 독일사의 발전경로가 특수하였는지, 정상적이었는지에 관한 논쟁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 존더베크를 영어로 옮기면 Special Way 정도가 되는데, '특수한 길' 혹은 '특수경로' 정도로 표현 가능함.


이 개념은 독일사가 영국과 프랑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Westen)와는 다른 근대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핵심인데, 19세기 독일 제국 시대까지는 독일 제국의 발전상을 찬양하는, 다소 국수주의적인 의도를 담고 있었음.


한편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세대의 새로운 역사가들은 19세기 독일의 파행적 발전 과정이 나치즘이 흥기를 불렀다고 주장하면서 이 존더베크 테제를 부정적인 의미로 전환시키고자 하였음. 1980년대까지 독일사, 특히 근현대사를 다룬 서적들은 기본적으로 양자의 시각 중 하나에 입각하여 서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이러한 존더베크의 망령이 어느정도 떨쳐지고 있던 시기였는데, 풀브룩은 이러한 상황과 발맞춰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으면서 공정하고 품격 있는 입문서 서술을 보여주었음.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각과 해석들이 현재 전반적인 독일사 연구의 표준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함.


다만 국내 번역본이 절판되어 있는 것이 좀 안타까운데, 영어판은 충분히 구할 수 있긴 함. 마틴 키친의 책도 좋은 선택이지만 전체적으로 문제지향적이고 저자의 탁월한 균형감각에 의거한 시각이 돋보이는 풀브룩의 책에 비하면 평범한 개설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


한편 유일하게 독일인이 쓴 책인 하겐 슐체의 책의 경우 독일어로 쓴 단권짜리 입문서 중엔 나름 명성이 있는 편이긴 한데, 물론 슐체도 elegant한 개괄을 보여주긴 하였으나 독일사의 긍정적인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존더베크의 망령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함. 그렇기에 이 세 책 중엔 가장 주의하여 독해를 할 필요가 있음. 그외 한국인 저자로 쓴 책 중에 이민호의 <새 독일사>, 권형진의 <독일사>, 박래식의 <이야기 독일사> 정도가 언급할만한데, 이민호의 책은 너무 낡았고 뒤의 둘은 너무 몰개성해서 비추천함.






2. 근대 초기


중세 및 근대 초 독일사 서적은 한국어로 나온 것 중엔 제대로 된 서적이 거의 없음. 신성 로마 제국 관련해서 일본인이 쓴 책이 하나 있는데 이거 읽느니 독일어 위키백과 각 황제 문서 번역기 돌려서 읽는걸 추천함. 여기서 소개되는 책들은 대부분의 외국서임.


중세 독일사는 영어권에서조차 연구자가 그렇게 많지 않고 참고할만한 대부분의 서적들이 독일어라 그냥 넘어가고, 16세기 이후 근대 초기 독일사 서적들만 소개해 보겠음. 일반적으로 독일사에서 중세와 근대의 분기는 막시밀리안 1세의 즉위즈음으로 잡는 경우가 많고, 구체적으로는 막시밀리안 1세가 주도한 신성 로마 제국의 체제개혁인 제국개혁(Reichsreform)이 시작된 1495년이 자주 언급됨.




1) 신성 로마 제국


오해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나라'인데, 신성 로마 제국을 다룬 책은 비교적 근년에 영어권에서 1000페이지가 넘는 표준적인 저작들이 출간되었음



2011 요아킴 웨일리 (Joachim Whaley) 《Germany and the Holy Roman Empire


2016 피터 H. 윌슨 (Peter H. Wilson) 《The Heart of Europe: A History of the Holy Roman Empire》



웨일리의 책은 막시밀리안 1세의 즉위년인 1493년에서 30년 전쟁이 끝나는 1648년까지를 1권, 그리고 나폴레옹 이후 신성 로마 제국이 해체되는 1806년까지를 2권으로 출간됨. 근대 초 독일사 개설에 있어서 현재 표준적 저작임.


윌슨의 책은 통시적 개설서는 아니고 주제별로 접근하고 있는데, 근대 초 뿐만 아니라 중세부터 신성 로마 제국의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긴 함. 웨일리의 책과 함께 현재 신성 로마 제국을 다룬 표준적 저작으로 인정받음.




2) 종교개혁과 30년 전쟁


일단 종교개혁 시기 독일사 관해서는 읽을만한 책이 한권 번역되어 있음


1993 스티븐 오즈먼트 (Steven Ozment) 《프로테스탄티즘》


검색할때는 오즈맹으로 검색해야 나옴. 그리고 현 시점에서는 다음 책들이 각각 종교개혁기 독일사와 30년 전쟁의 표준적 개관으로 꼽힘. 30년 전쟁 관련해서 번역되어 있는 웨지우드의 책은 비추


2009 토마스 브래디 주니어 (Thomas Brady Jr.) 《German Histories in the Age of Reformations 1400-1650》


2009 피터 H. 윌슨 《Europe's Tragedy: A New History of Thirty Years War》




3) 전기


이 시기 중요 인물인 마르틴 루터, 프리드리히 대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전기를 소개해 봄



1928 뤼시앵 페브르 (Lucien Febvre)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


2013 하인츠 쉴링 (Heinz Schilling) 《Martin Luther》


2014 볼프강 비퍼 (Wolfgang Wippermann) 《루터의 두 얼굴》


2016 폴커 라인하르트 (Volker Reinhardt) 《루터》



루터의 경우 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이 시기를 중심으로 관련 도서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쏟아져 나왔는데, 이 중 하인츠 쉴링의 저작이 표준으로 꼽힘. 국내 출간된 관련 서적 중 우선 페브르는 이 시기 관련해서 대단한 거장인데 책이 좀 낡지 않았나 싶긴 함. 그외에 전문 역사가의 서적 중엔 비퍼만과 라인하르트의 책이 꼽을만한데, 라인하르트의 책이 가장 추천할만하지 않나 싶음. 비퍼만은 대단한 역사가이긴 한데 글을 좀 도발적으로 쓰는 타입이기도 하고, 이 책도 좀 논란이 될만해서 좀 그렇다. 박흥식의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도 괜찮아 보이는데 생각외로 평이 갈려서 제외함.


프리드리히 대왕과 마리아 테레지아는 다음의 책들이 표준임. 프리드리히 대왕은 Johannes Kunisch의 책도 있는데 영어판이 없어서 제외함.


2015 팀 블래닝 (Tim C.W. Blanning) 《Frederick the Great》


2016 바바라 슈톨베르크-릴링어 (Barbara Stollberg-Rillinger) 《Maria Teresia》 - 영어판 Maria Teresa






3. 근현대사


1) 존더베크와 근현대사 통사


19세기와 20세기는 독일사에 있어 가장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며, 논쟁점 역시 세계 역사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부분이라 할 수 있음. 이 시기를 다룬 서적을 소개하기에 전에, 우선 앞에서 말했던 존더베크 이야기를 좀 더 짚고 넘어가 보겠음. 앞서 말했듯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독일 역사가들에게 있어 존더베크란 자신들의 조국 독일의 발전과정을 예찬하고자 하는 개념이었음. 19세기 독일에서 태동한 초기 근대 역사학은 아직까지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완전히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음.


그런데 이런 위대한 조국이 망해버림. 알다시피 히틀러와 나치 때문에.


히틀러와 나치 체제, 홀로코스트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파국이었기에 전후 독일사 서술은 이 커다란 짐덩이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음. 그런데 독일 강단 역사가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고,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 근현대사 연구의 주류는 여전히 자국사에 대해 변호적인 경향이 강했음.


이러한 분위기는 1960년대 들어오면서 바뀌기 시작함. 1961년 프리츠 피셔라는 역사가가 1차세계대전의 책임이 전적으로 독일 제국에 있다는 주장을 펼친 《Griff nach der Weltmacht (세계패권의 추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피셔논쟁이라는 대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었는데, 68운동을 거치며 전후 세대의 젊은 역사가들을 중심으로 독일 근현대사의 비판적 해석이 점차 대두하기 시작함.


이러한 역사가들은 그동안 정치사와 외교사 위주의 역사서술을 고수해오던 전통적인 독일 역사학계를 비판하면서 독일 역사학에 사회과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자 하였음. 이른바 독일 '사회사(Sozialgeschichte)'로 불리는 이들 중 한스-울리히 벨러와 볼프강 몸젠이 대표적인데, 특히 1973년 발표된 벨러의 《독일 제국》은 독일 근현대사 서술의 수정주의적 경향의 시초라고 해도 좋은 책임.


벨러를 비롯한 사회사가들은 독일사의 근본적인 문제가 시민혁명의 부재에 있다고 보았음. 시민혁명의 부재로 인해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로 인한 경제적 근대화와 정치적 근대화가 일치하지 못한 것이 독일사의 비극이며 나치즘의 근원이라 보는 것이 사회사가들의 역사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음. 그렇기에 19세기 독일사 및 독일 제국에 대한 이들의 시각은 매우 비판적이었음.


이러한 '비판적인' 역사서술은 사회사가들과 더불어 조지 모스, 게오르그 이거스, 프리츠 스턴과 같은 유대계 망명 역사가들을 중심으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풍미하였고, 이 시기 새로운 '정통'의 지위에 오르는 듯 보였음.


하.지.만 이들의 역사서술에는 한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음. 바로 나치즘이라는 대파국에 너무 집중해버린 나머지, 이전 시대 독일사의 고유한 발전 경로 및 성취들을 나치즘에 매몰시켜 버리고 있었다는 점임. 모든 시대는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를 갖는다는 역사학의 대전제를 고려한다면 이는 당연히 비판에 처할만한 관점이었고, 점차 이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함.


대표적으로 독일에서는 토마스 니퍼다이가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벨러의 대표적인 맞수로서 그를 비판해 오고 있었는데, 1980년 제프 일리와 데이비드 블랙번이라는 당시 막 서른이 넘은 영국의 소장파 역사가들은 존더베크 논의의 결정적인 분기점을 마련함. 이는 독일어로 출판된 한 소책자가 그 시초였는데, 국내에 번역도 되어 있음.



1980 제프 일리 (Geoff Eley), 데이비드 블랙번 (David Blackbourn) 《독일 역사학의 신화 깨트리기》 ※



참고로 이 책은 1984년에 내용을 대폭 개정한 영어판인 《The Peculiarities of German History》가 출간되었는데, 이쪽을 읽는게 사실은 맞음. 한국어판이 독일어판의 번역인건 좀 유감임.


일리와 블랙번의 핵심적인 지적은 모든 나라의 역사는 고유한 특수성을 가진다는 것이었음. 그들에게 있어 당대 영국 역시 그 나름의 사회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억압적인 면모도 존재하던 사회였기에, 영국의 역사가 타에 모범이 되는 정상적인 역사라는 것은 넌센스였음. 더군다나 그들은 19세기 독일 시민사회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19세기 독일 사회가 사회사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억압적인 사회가 아니며, 영국이나 프랑스와 크게 차이가 없으면서도 오히려 더 선진적인 점도 있음을 부각하였음.


이 책의 의의는 그동안 독일 근현대사 서술의 중심에 있었던 존더베크 개념이 그냥 신화에 불과했다는 점을 천명하였다는데 있음. 독일어판의 제목이 Mythen deutscher Geschichtsschreibung (독일 역사서술의 신화)인데, 이는 결국 전통적인 독일 역사가들과 사회사가들 모두 놓지 못하고 있던 개념인 존더베크가 신화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임. 즉 한 나라의 역사가 어떠한 형태로든 독특한 특수성만을 갖는다는 예외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그 역사가 가진 보편성과 특수성을 교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임.


사회사의 대두와 그에 대한 비판은 독일사 서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독일사 연구의 획기적인 분기점이라 할만함.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20세기 후반부 이후 독일 근현대사 통사 서술의 시금석이라 할만한 저작들이 출간됨.



1983-1992 토마스 니퍼다이 (Thomas Nipperdey) 《Deutsche Geschichte》 - 총 3권, 1권만 영어로 번역됨 (Germany from Napoleon to Bismarck)


1987-2008 한스-울리히 벨러 (Hans-Ulrich Wehler) 《Deutsche Gesellschafts geschichte》 - 총 5권, 영어 번역 X


2000 하인리히 아우구스트 빙클러 (Heinrich August Winkler) 《Der lange Weg nach Westen》 - 총 2권, 영어판 Germany: The Long Road West


2014 울리히 헤르베르트 (Ulrich Herbert) 《Geschichte Deutschlands im 20. Jahrhundert》 - 영어판 A History of Twentieth Century Germany



니퍼다이는 앞서 언급되었듯 독일 내에서 사회사의 대표자인 벨러와 라이벌리를 형성하던 역사가였는데, 그가 출간한 19세기 독일사 3부작은 현재까지도 대체불가능한 19세기 독일사의 표준으로 간주됨. 니퍼다이가 제시한 19세기상은 '무한한 그림자 속의 회색'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역사를 선과 악으로 나누는 흑백논리에 대한 거부를 의미함. 니퍼다이가 19세기 독일사회를 분석하는데 있어 강조한 것은, 이 시기가 단순히 찬미 혹은 비난의 대상으로 환원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아주 복합적이면서도 모순적인 속성을 보이는 시기라는 것이었음.


더 나아가 니퍼다이는 이러한 복합적 측면을 근대성의 야누스적 속성에서 찾고자 함. 그에게 있어 19세기 독일은 산업화와 과학, 음악, 대학이라는 문화적 성취로 대표되는 찬란한 빛과,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라는 그림자가 공존하는 세계였음. 니퍼다이는 후자와 같은 그림자와 나치즘 간의 연속성을 인정하면서도, 19세기 독일이 거둔 찬란한 성취가 바이마르 공화국 및 서독과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아울러 강조하고자 하였음. 그러면서 이와 같은 양가적 특징이 결국 근대화의 산물이며, 나치즘 역시 근대화의 병리의 일종으로 파악하고자 한 것이 존더베크 테제에 대한 니퍼다이의 해석임. 19세기 독일 및 독일 제국이 가진 양면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시각은 현재 19세기 독일사를 파악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고 있음.


한편으로 일리와 블랙번, 니퍼다이와 같은 주요 비판자들의 공세에 몰린 사회사가들은 그들의 존더베크 테제가 가진 문제점을 수정해 나가면서도, 독일사에 비판적인 그들의 시각을 유지하여 나름의 종합을 일구어내었음. 그 성과가 바로 벨러와 빙클러의 저작임.


우선 벨러의 책은 사실 니퍼다이 독일사 1권의 출간에 자극을 상당히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니퍼다이 독일사 첫권의 첫 문장이 창세기 첫문장을 비튼 Am Anfang war Napolen. (태초에 나폴레옹이 있었다.)인데 반해 같은 시기를 다룬 벨러의 독일사 2권의 첫 문장이 Im Anfang steht keine Revolution. (태초에 혁명이 없었다.)였던 것은 양자 간의 독일사, 더 나아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극명히 보여줌. 니퍼다이가 1992년 자신의 독일사 막권 완성 직후 사망하여 19세기만을 다루고 있는데 비해 벨러는 19세기를 넘어 18세기부터 독일 재통일까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차이점임. 다만 유일하게 영어 번역이 한권도 되어 있지 않고 벨러가 글을 딱딱하게 쓰는 것으로 유명해서 진입장벽이 좀 많이 높음.


빙클러의 책은 벨러의 책과 유사하게 1789년부터 1990년까지 독일 근현대사를 서술하고 있는데, 빙클러 역시 대표적인 사회사가였기에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독일 현대사를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서방으로의 통합으로 해석하고 있음. 이 책은 애초에 니퍼다이와 벨러의 뒤를 이은 3인자 느낌이 강하긴 했는데, 근래에 헤르베르트가 낸 20세기 독일사 책이 각광을 받으면서 좀 더 밀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긴함. 현재 세계적인 표준은 19세기는 니퍼다이, 20세기는 헤르베르트라고 생각됨.


그리고 영어권에만 한정하면 다음 책들이 표준적 개설서임



1997 데이비드 블랙번 《History of Germany 1780-1918


1991 메리 풀브룩 《The Divided Nation 1918-2020》



풀브룩의 책은 꾸준히 개정이 이루어 지고 있음. 원래 영어권에선 Gordon A. Craig과 James Sheehan의 책이 많이 읽혔는데, 현재는 이 책들로 대체가 되었음.


이제 국내에 출판된 독일 근현대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서적을 다뤄보자면, 마침 근래에 관련 저작 두권이 출간됨.



1987 디트릭 올로 (Dietrich Orlow) 《독일 현대사》


2006 크리스토퍼 클라크 (Christopher Clark) 《강철왕국 프로이센》



클라크의 책은 프로이센의 통사를 다루고 있지만 독일 근현대사에서 프로이센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사실상의 독일 근현대사 통사로 보아도 좋다고 생각함. 올로의 책은 1987년에 초판 발매이지만 최근까지 꾸준히 개정이 되고 있고 번역 저본도 2018년판인가 그러니 예전 책이라는 문제점은 없음.


재밌는 점은 두 책이 독일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정반대라는 것임. 단적으로 말하자면 올로는 한국어로 출판된 벨러의 대변격이고, 클라크는 니퍼다이에 가까움. 올로의 책은 기본적으로 평이한 개설서이기에 그러한 관점이 전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독일 근현대사를 나치즘이라는 파국에 귀속시키고 나치즘 이후의 역사는 독일의 서방으로의 통합으로 본다는 점에서 사회사가들의 존더베크론과 상통하고 있음. 상위호환격인 헤르베르트의 책이 나뫄 있고, 블랙번과 풀브룩의 책 같은 좋은 대안들도 있는 시점에서 굳이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온건 약간 유감임.


한편 클라크의 책은 이미 사라진 한 국가의 역사를 어떻게 다루는데 있어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음. 클라크의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역시 그의 균형감각에 있는데, 클라크는 프로이센에 대한 기존의 편견들을 시정하면서도 그 한계점들 역시 아울러 짚어 주고 있음. 개인적으로 한국어로 번역된 독일사 서적 중 풀브룩의 책, 일리와 블랙번의 책과 더불어 가장 우선순위로 읽을 것을 권장하고 싶은 책임.


그리고 이외에 독일 근현대사를 다룬 책들 중 권장할만한 도서들을 모아봄. 일단 개설서 중에 <독일 근대사>라는 책이 윌리엄 카가 쓴 거랑 발터 슈미트가 쓴 것 각각 하나씩 있는데, 둘 다 너무 끔찍하게 낡은 책들이 권장하지 않음. 발터 슈미트의 책은 심지어 동독에서 나온 책이라...



1908 프리드리히 마이네케 (Friedrich Meinecke) 《세계시민주의와 민족국가》


1946 프리드리히 마이네케 《독일의 비극》※


1966 헬가 그레빙 (Helga Grebing) 《독일 노동운동사》


1968 게오르그 이거스 (Georg G. Iggers) 《독일 역사주의》※


1975 조지 모스 (George Mosse) 《대중의 국민화》※


1978 제임스 쉬한 (James Sheehan) 《독일 자유주의 발전사》※


1988 마이클 휴즈 (Michael Hughes) 《독일 민족주의》※


1990 오토 단 (Otto Dann) 《독일 국민과 민족주의의 역사》※


1998 볼프강 J. 몸젠 (Wolfgang J. Mommsen) 《원치 않은 혁명, 1848》※


2001 에드가 볼프룸 (Edgar Wolfrum) 《무기가 된 역사》※


2002 니겔 로스펠스 (Nigel Rothfels) 《동물원의 탄생》


2010 피터 왓슨 (Peter Watson) 《저먼 지니어스》


2012 베른트 파울렌바흐 (Bernd Faulenbach) 《독일 사회민주당 150년의 역사》


2016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Gareth Stedman Jones) 《마르크스》



일단 제임스 쉬한의 책까지는 다 사학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책들인데 대부분이 절판이 된 것이 아쉬움. 헬가 그레빙의 책은 최근에 개정판을 번역한 신간이 출판되어서 그나마 낫고. 마이네케는 20세기 독일 역사학의 아이콘격인 인물인데 책이 오래된거랑 별개로 아직도 이념사, 지성사 쪽에서는 그 의의를 인정받음. 아래 책들은 다 주제 관련해서 참고할만한데, 피터 왓슨의 책을 특히 추천함. 왓슨은 전문 역사가가 아니긴 한데 지성사 분야에 공력이 깊고, 책 내용이 근대 독일 지성사 개관에 있어 매우 좋은 책이라 강력히 추천함






2)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개념사


'개념사(Begriffsgeschichte)' 프로젝트로 유명한 코젤렉은 전후 독일사가 중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높은 역사가임. 코젤렉은 벨러와 함께 빌레펠트 대학에 재직하였는데, 빌레펠트 대학은 이러한 사회사가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기에 사회사가들을 묶어 빌레펠트 학파라고도 불렀음. 다만 코젤렉은 사회사를 추구하면서도 벨러와 같은 주류 역사가들과는 거리감이 있는 편이었음


코젤렉은 우선 1750년과 1850년 사이의 시대를 '말안장시대(Sattelzeit)'로 규정하면서, 이 시기에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자유', '진보', '역사'와 같은 '기본개념'들이 근본적인 의미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고 파악하였음. 개념사 프로젝트는 바로 근대에 접어들면서 발생한 이러한 기본개념들의 의미변화를 추적하고자 하는 것으로, 근대성을 언어를 통해 통찰하고자 하는 것이 그 핵심임.


코젤렉이 편집을 주도한 '역사적 기본개념(Geschichtliche Grundbegriffe)'는 국내에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이라는 제목으로 항목별로 출간되고 있는데, 이번에 마지막 편이 출간됨. 다만 이건 전체 번역이 아니라 한림대 출판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몇개 항목만 추린 것임을 유의해야함. 일단 번역 출간된 코젤렉의 저작으로는



1972-1997 라인하르트 코젤렉, 베르너 콘체, 오토 브루너 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79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



개념사 사전은 우선 서양 근대사 이해에 있어 정말 중요한 텍스트로 평가됨. 코젤렉은 근대성에 대한 통찰에 있어 중요한 사상가로 꼽히고, 또 그 자신이 전후 최고의 역사 이론가이기도 하였음. 《지나간 미래》의 경우 코젤렉의 개념사 프로젝트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책인데, 그러면서도 코젤렉 본인의 역사 이론의 정수가 담긴 책으로 꼽힘. 이 책은 독일어로 출판된 역사학 서적 중 압도적으로 인용이 많이 되고 가장 영향력이 높은 책이라 할 수 있음. 그외에도 박사논문인 《Kritik und Krise (비판과 위기)》라는 책도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어로 번역이 안되어 있음.


그리고 코젤렉과 개념사 프로젝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2011 나인호 《개념사란 무엇인가》



를 추천함. 저자는 코젤렉의 제자의 제자고, 한국에 개념사를 소개하는데 많은 업적을 남겼음. 그외에 박근갑이 코젤렉의 직계 제자로 역시 관련 연구들이 참고할 만함.






3) 독일 제국


독일 제국을 다룬 서적 중 우선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책 두 권이 있음



1973 한스-울리히 벨러 《독일제2제국》


2000 미하엘 슈튀르머 (Michael Stürmer) 《독일 제국》



벨러의 책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책이고, 슈튀르머의 책은 간소한 교양서적임. 슈튀르머는 벨러와 반대되는, 상당히 민족주의적인 역사가라서 두 책의 관점은 완전 반대임.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책 다 편향적인 측면이 있는데다 내용도 소략해서 이 두 책만으로 독일 제국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건 무리가 있음. 벨러의 책은 연구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기에 어느 정도 검토는 필요하나 이 책의 기본 관점은 현재 거의 폐기 상태라는 점을 유의해야 하고, 슈튀르머의 책은 간단한 교양서적이라 대놓고 드러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유의할 필요가 있음.


현 시점에서 독일 제국을 다룬 통사는 일단 니퍼다이 독일사 2,3권이 아직 대체 불가능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긴 한데, 단권 개설서로는 이 정도를 추천함.



1997 폴커 울리히 (Volker Ullrich) 《Die nervöse Grossmacht》


2020 크리스토프 논 (Christoph Nonn) 《12 Tage und ein halbe Jahrhundert》


2021 카챠 호이어 (Katja Hoyer) Iron and Blood



작년이 독일 제국 건국 150주년이라 관련 도서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논의 책은 그 중 으뜸으로 평가됨. 독일 제국의 역사를 12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과 연관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선정된 주제들이 현재 학계 트렌드 반영이 제대로 되어 있어서 대중성과 학술성을 고루 잡은 명저로 평가 받음. 다만 일반적인 개설서 형식과는 약간 다른데 그런걸 원한다면 울리히의 책을 추천함. 영어 책 중에서는 호이어의 책이 가장 좋은 선택인데, 300페이지도 안되는 다소 소략한 분량이 아쉬움.


그리고 독일 제국 시기의 양대 중요 인물인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2세의 전기를 소개해보겠음. 일단 번역된 책 중에 빌헬름 몸젠의 <비스마르크>는 끔찍하게 낡은 책이니 거르는 게 좋음.



2009 에버하르트 콜브 (Eberhard Kolb) 《지금, 비스마르크》


2010 강미현 《비스마르크》


2011 조나단 스타인버그 (Jonathan Steinberg) 《Bismarck》



일단 여기서 표준은 스타인버그의 책임. 한국어로 된 책 중에는 강미현의 책이 그렇게 잘 쓴 책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용 면에서 충실함. 콜브의 책은 다소 소략하지만 좀 더 요령 있게 서술되어 있음. 빌헬름 2세 전기는



1993-2008 존 뢸 (Johm Röhl) 《Wilhelm II》


2000 크리스토퍼 클라크 《Kaiser Wilhelm II》



뢸의 3부작이 표준으로 꼽힘. 클라크는 콜브의 책과 마찬가지로 좀 더 컴팩트하게 읽을 수 있음. 다만 번역이 안되어 있는걸 감안해야 함.






4) 바이마르 공화국


우선 국내 출판된 서적 중에는 이 세 책이 가장 참고할만함.



1955 칼 디트리히 브라허 (Karl Dietrich Bracher) 《바이마르 공화국의 해체》


1968 피터 게이 (Peter Gay) 《바이마르 문화》※


1985 호르스트 묄러 (Horst Möller) 《바이마르 미완성의 민주주의》



일단 브라허의 책은 매우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그 의의를 인정받고 있는 중요한 고전임. 바이마르 공화국 후반 및 나치 집권기를 논하는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저작임. 피터 게이의 책은 번역본이 너무 예전에 나와서 규모 있는 도서관 아니면 찾기도 힘들긴 할 것임. 그래도 바이마르 문화사 개설의 중요한 고전임. 묄러의 책은 무난한 바이마르 개설서인데 최근까지 꾸준히 개정이 되고 있음. 그외 국내 저자 오인석이나 신일범이 쓴 개설서들은 연식이 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비추천. 그리고 바이마르 공화국 개설서는 외서 중에는 선택지가 많아서 빙클러나 한스 몸젠, 하겐 슐체 같은 거장 역사가들이 영향력 있는 통사 한편씩 냈고 다 참고할만한데, 그래도 현재로선 다음의 세 책이 정점에 있지 않나 싶음.



1984 에버하르트 콜프 (Eberhard Kolb) 《Die Weimarer Republik》 - 영어판 《Weimar Republic》



1987 데틀레프 포이케르트 (Detlev Peukert) 《Die Weimarer Republik》 - 영어판 《Weimar Republic》


2007 에릭 D. 웨이츠 (Eric D. Weitz) 《Weimar Germany》



포이케르트의 책은 이미 고전에 반열에 올랐고, 웨이츠의 책은 현 시점에서 표준임. 콜프의 책 역시 최근까지 Dirk Schumann이 공저자로 참여하여 꾸준히 개정되고 있는 표준적 교과서인데, 영어판이 구판의 번역임을 유의해야함.






5) 제3제국


나치 시대 연구에 있어서는 의도주의(Intentionalism)과 기능주의(Functionalism)이라는 두 연구 경향을 간략히 소개하겠음. 의도주의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체주의 이론과 결합하는데, 한나 아렌트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윌리엄 샤이러 등등 2차 대전 종전 직후부터 전개된 주장임. 이 이론은 익히 알고 있듯이 나치즘의 핵심을 히틀러에서 찾고, 나치 체제를 지도자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설계된 전체주의 체제로 파악하는 것이 핵심임. 의도주의에 의하면 홀로코스트는 결국 히틀러가 중심이 된 나치 지도부의 명백한 의도 하에 설계된 학살이었음.


반면 기능주의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사회사의 발전과 발맞추어 등장함. 그 대표자는 마르틴 브로샤트와 한스 몸젠(볼프강 몸젠의 쌍둥이 동생)이었음. 브로샤트의 《히틀러 국가》는 기능주의 경향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저작인데, 이들은 나치 체제의 당 조직과 행정 기구를 중심으로 연구하면서 나치 독일의 행정 체계가 각 지구당 간의 권력이 뒤얽히고 중첩된 매우 무체계적이고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음. 이러한 난맥상의 결과는 결국 각 지구당 권력자들의 월권 행위를 초래하였고, 이들이 바라본 의도주의자들과 달리 히틀러를 '약한 독재자'로 파악하였음.


이러한 기능주의적 관점 하에서 볼 때, 홀로코스트는 나치당 하부 관료조직의 과잉충성행위에 비롯된 '누적적 급진화(kumulative Radikalisierung)'의 결과물이었음. 즉 나치 지도부는 유대인을 완전히 절멸시키는데 합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별다른 마스터플랜을 갖춘 것도 아니었으나, 나치당 하위 관료들이 자발적으로 유대인을 '청소'하기 시작한 것이 점차 확장되고 급진화되어 나갔던 것이 홀로코스트의 결과라는 것임. 이는 즉 홀로코스트의 원인을 히틀러의 '의도'가 아닌 나치 국가 체제 내부의 '기능' 혹은 '구조'에서 찾고자 하였던 것임.


이 의도주의와 기능주의 간의 논쟁은 여타 역사학계의 논쟁이 그러하지만 양자의 견해를 종합, 절충하는 식으로 나아감. 이는 나치 시대 연구에 있어 양자의 시각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시각들이었기 때문임. 의도주의와 기능주의에 대해서는 《히틀러 국가》의 번역자 김학이의 역자 해설을 참고하는 것을 권장함. 김학이는 국내 나치 시대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하나이며, 관련 저작들도 다수 번역하였는데, 안그래도 친절하게 《히틀러 국가》의 역자 해설에서 국내 출판된 나치 관련 서적 중 세계적 명성을 얻은 책 6권을 정리함.



1961 라울 힐베르크 (Raul Hilberg) 《유럽 유대인의 파괴》


1969 마르틴 브로샤트 (Martin Broszat) 《히틀러 국가》


1977 티모시 메이슨 (Timothy Mason) 《나치스 노동계급과 민족공동체》


1982 데틀레프 포이케르트 《나치 시대의 일상사》


1992 크리스토퍼 브라우닝 (Christopher Browning) 《아주 평범한 사람들》


1998-2000 이안 커쇼 (Ian Kershaw) 《히틀러》



이중 힐베르크의 책은 홀로코스트 연구의 영원불멸한 고전으로, 세월이 흘러도 그 진가는 퇴색되지 않음. 브로샤트 역시 마찬가지로, 나치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읽어보아야 함. 메이슨과 포이케르트는 기능주의자로 분류되는 역사가들로, 그들의 저작 역시 이미 고전으로 남았음. 브라우닝과 커쇼는 기본적으로 브로샤트의 영향을 받은 기능주의 계통의 역사가인데, 이들의 저작은 앞서 말한 기능주의와 의도주의적 관점의 종합을 추구하는 경향을 대표함.


그리고 그외에 국내 출판된 나치 관련 서적들을 좀 더 꼽아보면



1960 윌리엄 샤이러 (William Shirer) 제3제국의 흥망



1972 요아힘 페스트 (Joachim Fest) 《히틀러 평전》


1982 리처드 오버리 (Richard Overy) 《대공황과 나치의 경제회복


1996 헨리 애슈비 터너 (Henry Ashby Turner) 히틀러의 30일


2001 로버트 위스트리치 (Robert Wistrich) 《히틀러와 홀로코스트》


2001 볼프강 벤츠 (Wolfgang Benz)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2004 볼프강 벤츠 《홀로코스트》


2004 리처드 오버리 《독재자들》※


2005 닐 그레고어 (Neil Gregor) 《HOW TO READ 히틀러》


2008 티머시 라이백 (Timothy Ryback) 《히틀러의 비밀서재》


2010 하이케 괴르테마커 (Heike Görtemaker) 《에바 브라운》


2011 죙케 나이첼 (Sönke Neitzel), 하랄트 벨처 (Harald Welzer) 《나치의 병사들》


2013 김학이 《나치즘과 동성애》


2015 티머시 스나이더 (Timothy Snyder) 《블랙 어스》



우선 위의 두 책은 의도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저작인데, 샤이러와 페스트 둘 다 전문 역사가는 아니지만 나치 연구와 관련해서 중요한 고전들임. 또한 바이마르 편에서 언급한 브라허의 책 역시 의도주의 경향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힘. 나이첼의 책은 히틀러 국가 번역 출판 이후 나온 책이라 위의 6권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근래 나온 책 중 저기에 들어갈만하지 않나 싶음. 오버리는 나치 경제사 및 2차 세계대전사 분야에 많은 업적을 남긴 역사가고, 나치 독일과 소련의 비교사 분야에서도 주목할만한 저작들을 남김. 그외에 터너는 나치 집권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관련해 중요한 연구를 남겼고, 벤츠와 위스트리치는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들이며, 그레고어, 라이백, 괴르테마커의 책들도 그럭저럭 참고할만함. 김학이의 책은 국내 서양사가가 출판한 연구서 중 가장 주목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함. 마지막으로 스나이더의 책은 최근 나온 홀로코스트 연구서 중 가장 주목을 끌었던 저작임.


그리고 국내에 제3제국 개설서의 경우 이제 슬슬 업데이트가 필요하긴 한데 아직 적당한게 없음. 그래서 영어권의 표준 저작들을 소개함.



2000 마이클 벌리 (Michael Burleigh) 《The Thrid Reich》

2003-2008 리처드 J. 에반스 (Richard J. Evans) 《The Third Reich Trilogy》



이 두 책이 현재 영어, 독일어 막론하고 표준적 위치에 있음. 에반스 3부작은 각각 《The Coming of the Third Reich》, 《The Third Reich in Power》, 《Third Reich at War》으로 출판됨






6) 전후


전후 독일사를 다룬 책은 별거 없음. 우선 국내 저작은 이 정도가 있음



1989 데니스 바크 (Dennis Bark), 데이비드 그레스 (David Gress) 《도이치 현대사》

1995 위르겐 코카 (Jürgen Kocka) 《독일의 통일과 위기》

1998 크리스토프 클레스만 (Christoph Kleßmann) 《통일과 역사 새로 쓰기》



우선 바크와 그레스의 책은 서독사 통사인데, 지금까지도 영어로 나온 서독사 통사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책임. 코카와 클레스만의 책은 그냥 가볍게 읽을만한 책들임. 클레스만은 분단 독일사를 통합적으로 쓴 2부작 독일사가 분단 독일사 서술의 고전으로 평가받기는 함. 그외에 안드레아스 힐그루버의 <독일 현대사>도 있는데, 이건 독일 통일되기도 전에 나온 오래된 책이라 그렇게 권하지 않음.



그리고 그외에 독일현대사, 서독사, 동독사를 다룬 외국 개설서들을 소개하겠음



2004 콘라트 야라우쉬 (Konrad Jarausch) 《Die Umkehr》 - 영어판 After Hitler


1999 만프레트 괴어테마커 (Manfred Görtemaker) 《Geschichte der Bundesrepublik der Deutschland》

2006 에드가 볼프룸 (Edgar Wolfrum) 《Die geglückte Demokratie》


1995 메리 풀브룩 《Anatomy of a Dictatorship》

2005 메리 풀브룩 《The People's State》



45년 이후 독일현대사를 다룬 책은 우선 야라우쉬의 책이 표준으로 인정받음. 서독사는 독일어로 된 책들밖에 없고, 동독사는 앞서 자주 언급된 풀브룩이 동독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하나임.


그리고 서독의 중요 인물인 아데나워와 브란트를 다룬 전기 서적들로는



1986-1991 한스-페터 슈바르츠 (Hans-Peter Schwarz) 《Adenauer》


2013 그레고어 쇨겐 (Gregor Schöllgen) 《빌리 브란트》



이 책들이 있음. 아데나워는 한국어로 번역된게 없고 슈바르츠의 책이 표준으로 평가됨. 쇨겐의 책은 소략한 편이나 그럭저럭 참고할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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