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7.9km : Part 1, Satan's Lair]

동유럽에서 벌어지는 모종의 음모를 알아내어 막아내십시오

작중 서술되는 모든 집단, 인물, 그리고 객체는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게임성을 위해 생략된 요소들이 여럿 있으며, 현실의 첩보 프로세스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상 라운드 : 6 ~ 17라운드 (프롤로그/에필로그 제외, 서브라운드 포함)
현실성 : 하
난이도 : 중

태양이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시간에 유즈노예 정문으로 트럭 한대가 조용히 빠져나왔습니다.

문을 나가자마자 어디선가 검은색 SUV들이 나타나더니 트럭의 앞뒤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첫 교차로에 도달할 때 쯤에는 대열을 맞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운송 트럭 1대에 앞뒤로 합해 호송차량 4대가 달라붙었습니다.

아마 우리 시야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머지 차량들도 함께 움직이며 관찰하는 중일 겁니다.

분명 처음 계획은 유즈노예를 들락날락거리는 일반적인 출퇴근 차량처럼 위장하는 것이었지만 아무리 전쟁통이더라도 소총을 들고 퇴근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좀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나 참, 난 또 왜 끌려온건지"

당신은 호송차량 문짝에 임시로 붙여놓은 방탄판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한탄했습니다.

"혼자 호텔에 남아 있는게 더 위험할걸요?"

정보사 팀장이 한 손으로 방금 전 막 광학과 손잡이를 장착한 MCX를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반대편 손으로는 핸드폰 메시지를 스크롤하며 호송시 행동 요령을 읽고 있습니다.

특히 군인 아니랄까봐 특히 습격 시 행동 수칙 부분만 반복해서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습격이 일어난다면 선택지는 원론적이긴 하지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당연히 교전하는 것입니다.

중화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총이 있긴 하니 싸운다는 선택지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우리에게 우호적인 우크라이나 땅인만큼 버티다 보면 지원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걸릴진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죠.

두번째는 자료를 폐기하는 것입니다.

우리 작전의 목표는 자료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지만,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료를 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유즈노예의 중요 문서들이 사라지는 것은 사실 우리 사정은 아니죠.

그렇기에 운송 트럭에 실려 있는 자료들을 폐기하고 탈출하는 것 또한 선택지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탄이라도 있다면 한방에 불태워버릴 수 있겠지만 당연히 그런 걸 쓰지 않는 상황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마지막은 탈출입니다.

두가지 모두 여의치 않고, 적의 위협이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면, 살아남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중 하나를 현장 재량에 따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 필요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특히 우리의 첩보 역량에 대한 선택과 집중 덕분에 키이우에 도착만 한다면 적들이 자료의 위치를 알아낼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는 넓은 땅이고, 키이우까지 도착하려면 아직도 5시간은 더 달려야 합니다.

5시간이라니, 거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나 다름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주요 전투력도 아닌 만큼, 그냥 가만히 밖이나 구경하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차량이 교외로 나오자 조금씩 건물들이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쉬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른쪽 민가에서 붉은색 화염과 함께 잔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뭐야?"

당신은 총열덮개를 반사적으로 움켜쥐었습니다. 호송차량이 연기와 나무조각들을 통과하며 조금 가속했습니다.

말하기가 무섭게, 또 다시 같은 소리와 함께 붉은색 화염이 솟구쳤습니다.

차이라면, 이번엔 옆이 아니라 앞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우리 바로 앞에서 움직이던 트럭 너머로 연기가 피어오르자, 트럭의 뒤로 라이트가 새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타이어가 녹아내리는 소리와 함께 급제동하던 트럭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멈췄습니다.

동시에 시야에 트럭의 뒷문이 순식간에 가까워지자, 배 6급이 핸들을 꽉 잡고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가까스로 부딪히기 직전에 차가 멈추자, 라디오에서는 무전이 쏟아졌습니다.

"1번차가 피격당했다!"

"공격받고 있다!"

몇 초쯤 흘렀을까, 겨우 정신을 차리자 당신은 스스로를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더 이상의 폭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풀숲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10시 방향에 적이다!"

당신은 황급히 ACR을 들어올리고 조정간을 돌렸습니다.

1. 교전

2. 자료 폐기

3.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