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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gg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36) 2023.02.04 02:32:44
조회 318 추천 0 댓글 2

당신은 집에 가는 길에 죽었습니다.

자동차 사고였지요.
대단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하여튼 당신은 죽었습니다.
그다지 고통스럽진 않은 죽음이었습니다.
응급팀은 당신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죠.
사실 몸이 워낙에 박살이 났기 때문에 죽는 편이 나았어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만났지요.

'무슨 일이죠?' '제가 어디에 있는 거죠?'

당신은 물었습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제가 담담하게 말했어요. 이런 건 돌려 말할 이유가 없죠.

'어... 트럭이 미끄러지는 걸 본 것 같긴 한데'

'그랬죠'

제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죽었나요?'

'네. 그렇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마세요.
누구나 결국 죽으니까요'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주변에 당신과 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만요.

'여긴 어딘가요?'

당신이 물었습니다.

'여기가 내세인가요?'

'그런 셈이죠'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신인가요?'

당신이 물었고,

'네 제가 신입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놀라서 절 쳐다봤습니다.

사실 당신 눈에 제가 신 같아 보이진 않았을 거에요.

그냥 또 하나의 남자, 혹은 여자 같았겠지요.

어느 정도 권위는 있어 보였겠지만요.

'오'

당신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나요?

천국이나 지옥 뭐 그런 곳으로 가나요?'

'아닙니다'

제가 말했죠.

'당신은 환생하게 됩니다.'

'아하'

당신이 말하길.

'그래서 결국 힌두교가 맞는 거였네요'

'모든 종교는 다들 나름대로 맞는 구석이 있죠'

제가 대답했습니다.

'나랑 좀 걸읍시다'

당신은 나와 함께 공허를 걸었습니다.

'우리가 근데 어디로 가는 거죠?'

'특별히 목적지는 없습니다.
그냥 좀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 모든 게 다 뭐랍니까?'

당신이 물었죠.

'환생을 한다 치고,
어차피 지금 기억은 다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럼 환생을 해봤자 전생은 아무 의미가 없잖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제가 대답했죠.

'당신은 모든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다 가지고 있어요.
다만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 것뿐이죠.'

나는 걷기를 멈추고 당신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굉장하고,
아름답고, 거대합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진정한 당신의 아주 작은 파편밖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뭐랄까, 컵 속에 담겨있는 물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알아보려고 손가락을 넣어보는 정도에 불과한 겁니다.

컵 속에 당신의 아주 일부만 넣어보고, 그걸 꺼낼 때 즈음에는 당신 손가락을 통해서 경험을 얻는 거죠.'

'당신은 지난 23년을 인간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당신의 거대한 의식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 거죠.
여기에 오래 머무르면 결국은 다 기억이 날 겁니다.

하지만 환생 사이사이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제가 그럼 그동안 얼마나 환생한 건가요?'

'오, 많이요. 아주 많이요.
그동안 매우 다양한 삶을 살아왔지요.'

제가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기원후 540년,
중국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게 될 겁니다.'

'으음? 뭐요?'

당신이 더듬거렸습니다.

'저를 과거로 보낸다고요?'

'어, 뭐 기술적으로는 그런 셈이죠.

짐작하시겠지만, 시간이란것은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나 있는 거예요.

제가 온 세계는 좀 다르죠'

'잠깐만요. 제가 여기저기 환생한다 치고,
그럼 제가 다른 저를 만난 적도 있겠네요?'

'물론이죠. 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당신들은 자기 자신만을 사는 거기
때문에 그런 만남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이걸 왜 하는 거죠?'

'진지하게 묻는 거에요?'

제가 반문했습니다.

'진짜로요?

삶의 의미가 뭐냐고 저한테 묻는 거에요?
솔직히 좀 뻔한 질문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물어볼 만한 것 같은데요.'

당신이 우기더군요.

전 당신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죠.

'삶의 의미라... 제가 이 세상을 만든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예요'

'인류요? 인류의 성장을 위해서요?'

'아뇨. 당신이요. 이 우주는 그냥 당신 한 명을 위한 거에요.

모든 환생을 거치면서 당신이 점점 자라고 성숙해지고
점점 위대한 존재가 되게 하려고요'

'저만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다른 사람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시 대답했습니다.

'이 우주에는 저랑 당신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죠

'하지만 지구의 그 수많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전부 당신이에요. 당신의 다른 환생들이죠.'

'잠깐만요. 제가 그들 모두라고요?'

'이제야 말귀가 통하네요'

제가 당신 등을 두드려주며 이야기했죠.

'제가 그동안 살았던 모든 인간이라고요?'

'네 맞아요. 그리고 앞으로 살 모든 인간이기도 하죠.'

'그럼 제가 에이브러햄 링컨이기도 한가요?'

'그리고 링컨을 죽인 암살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덧붙였습니다.

'제가 히틀러였다고요?'

당신이 경악했습니다.

'가스실에서 죽은 400만의 유대인중 한명이였기도 하죠'

'예수도요?'

'그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이였기도 했지요.'

당신은 잠시 침묵하더군요.

'왜죠?'

당신이 결국 묻더군요.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죠?'

'왜냐하면, 언젠가는, 당신은 저같이 될 거거든요. 그게 당신이에요. 당신은 저와 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은 제 자식이에요'

'우와'

당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죠.

'제가 신이라는 뜻인가요?'

'아뇨. 아직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직 태아 같은 거에요.
아직 자라는 중이죠. 당신이 모든 인간의 삶을 경험하고 나면, 당신은 비로소 태어날 준비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알고 있는 세계란 것은..... 결국....'

'알(The Egg) 이죠.'



Andy Weir - The 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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