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후타로(남주)에 이어서 이번에는 히로인 편이다.

사실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남주가 잘 나와도 일반적으로 여캐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

5등분의 여캐가 다른 만화의 캐릭터에 비해 특출나게 이뻤나?

딱히 그렇지는 않을것이고 그것만으로 좋은 캐릭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은 5등분의 신부 히로인 편이다.

1. 평등한 출발선

역대 이런 럽코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정도로 파격적인 설정. 다섯 쌍둥이 히로인에 전원 첫화 등장!

일반적인 럽코는 메인 히로인 두명이 먼저나오고, 그 다음 한명 더 추가해서 3명 정도를 돌린다. 거기서 늘어지면 서브 곁다리 더 추가하는 방식.

거의 럽코 공식수준으로 굳어졌지만, 사실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볼때 진 히로인은 둘 중 하나로 좁혀지고, 세번째부터는

기대를 안하게 된다. (딸백의 사츠키나 니세코이의 마리카가 좋은 예) 독자들의 인기는 받을 수 있어도 히로인 쟁탈전의 재미는 크게 떨어진다.

5등분은 그러한 단점을 개선해서 차라리 초반 무리수를 던지는 한이 있어도 평등한 출발선을 선택했다. 다섯 쌍둥이라고?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

하지만 가능성 없는 히로인이 줄줄이 추가되면서 늘어지는거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었다. (무리수는 1화에 던진다)

초반에 5명을 투입함으로서 다른 곁다리 히로인들의 진입을 원천 차단했으며, 5명들의 팬덤을 전부 몰입하게 만들었다. (신부는 5명중 단 1명!)

여담으로 여동생 캐릭터는 동생다운 모습으로 그려내어 쓸데없이 여동생파가 생기는 것도 방지했다.

2. 동등한 외형 설정 (쓸데없는 할당제 배제)

히로인마다 개성이 필요한 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대중들에게 먹히는 외형은 거의 정해져있다는 것. 그게 보통은 메인 히로인에게 몰빵된다.

꺼려지는 속성을 가진 빈유, 안경, 까무잡잡한 피부색 등 불리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들은 외모 선호도 순위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게 된다.

대신 5등분은 기본적인 외모 베이스는 평등하게 가면서 캐릭터들의 성격과 아이템, 헤어스타일로 차별화를 두었다.

이게 왜 장점이냐고? 5등분은 다른 럽코와 달리 캐릭터 외형이나 몸매로 싸우는 경우가 드물었다.

최소한 '외모로 이 캐릭터는 탈락' 이라는 말은 거의 없었다. (보통 럽코는 외모 차이로 취향차가 극명하다)

덕분에 독자들은 캐릭터 외형 싸움에서 벗어나 성격이나, 작중 행동으로 히로인을 평가하면서 응원과 비판을 하게 되었다.

3. 그럼에도 개성 넘치는 다섯 쌍둥이들

헤어스타일과 쌍둥이만의 아이템으로(미쿠 헤드셋같은) 캐릭터 구분은 확실히 하고 세세한 설정은 모두 차별화를 두었다.

쌍둥이란 설정이 단순히 그리기만 쉬우면 안되는 법. 외형까지 똑같은만큼 다른 방향으로 차별화를 줬어야 했고 5등분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기본적인 설정도 그렇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고, 설정과 성격에 맞는 행동을 잘 그려냈다.

통치카, 흉노, 똥쿠, 요진족, 어신돼 같은 별명도 5쌍둥이의 개성이 명확하다는 증거다.

4. 통제되지 않는 히로인

5등분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 가벼운 대리만족을 원했던 독자들은 불편했고, 좀 더 공감되는 히로인을 원한 독자는 열광했다.

5등분의 히로인은 일반적인 남성향 럽코와 달리 독자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각자 장점도 확실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고, 작가는 그것을 숨김없이 그려낸다. 그런 부분에서 5둥이들은 각각 실책을 저지르고는 한다.

초반의 이치카는 적대적이진 않지만 딱히 협조적이지도 않았고, 불꽃놀이 에피소드에서 서로 이해의 과정을 거친 뒤 아군이 된다.

하지만 맏언니라는 책임감에 갇혀, 고백을 하지 못하고 빙빙 돌다가 결국 미쿠를 통수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미쿠는 비교적 초반에 빠르게 공략되어 내내 협조적이지만, 소심한 성격때문에 고백을 하지 못하고 후타로를 시험한다.

요츠바는 약속의 아이지만 과거의 업보와 본인 노력 부족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다.

이츠키는 진히로인 같은데 왜 연애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뜬금없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 (밥 좀 그만 먹어!)

니노는 대체 언제 마음을 여는거야? 같은 불편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공략이 어려울 수록 성취했을때 기쁨도 더 커지는 법.

니노의 고백이나 미쿠의 고백 등 에피가 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나? 어려웠던 만큼 독자들의 성취감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5등분은 러브코미디보다 순정만화적인 요소가 많았으며, 점점 하이틴 로맨스 색깔을 띄게 된다. 

이런 점이 여자 캐릭터들을 보다 입체적이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며, 작품과 캐릭터의 질을 몇단계 올려놓았다.

5. 판치라와 같은 서비스신 최소화

러브코미디에서 서비스신은 거의 필수적이다. 사실 남성 독자를 상대로 장사하려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문제는 대부분 럽코들은 그게 좀 과하다는 것. 딸기 100% 같은 경우 초반부가 너무 심해서 여성 독자들이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에 비해 5등분은 초반의 서비스신도 그리 과하지 않다. 일단 판치라는 전면 배제했으며, 묘한 각도로 여캐의 몸매를 클로즈업하지도 않는다.

서비스신을 쓰더라도 생존을 위한 초반부(1권)와 자연스럽게 투입할 수 있는 온천편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짧게 녹여낸다.

또한 다소 고급스러운 은꼴 연출을 많이하는데 5둥이 둘의 가슴이 맞닿는다던가, 요츠바가 후타로 앞에서 탈의를 한다던가 같은 거부감이 적은 연출이 많다.

덕분에 기존 양산형 뽕빨물에 지친 남성 독자들과 지나친 서비스신에 거부감을 느낀 여성 독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수영장 에피를 보고 어딘가 불편했다면 진정 5등분 팬이라고 할 수 있다. 5등분은 기존의 공식과 같은 전개를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

6. 남자보다 꿈에 도전하는 히로인들

기존의 럽코 히로인들이 대부분 남주의 선택을 받는게 1순위라면 5등분은 그렇지 않다.

이치카는 여배우란 꿈이 소중하며 진정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한다. (남자를 위해 여배우를 그만두겠다와 같은 말이 일체 없다)

니노는 자기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 자매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미쿠와 함께 가게를 차리게 된 이유다)

미쿠는 후타로가 대학을 가길 바라지만, 자신은 요리학교에 가고 싶다.

요츠바는 약속을 했지만 공부는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고 운동이 좋다.

이츠키는 존경하는 어머니를 닮아 선생님이 되고 싶다.

독자들 입장에선 '신부' 가 되는게 1순위지만 5등분 히로인들은 보다 현실적이다.

후타로는 모두의 연인이 되진 못했지만, 모두의 꿈을 이루는데는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신부가 되지 못한 4명도 모두 자신의 꿈을 이뤘다. 히로인들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불행해진 캐릭터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5등분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