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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ㅃ.. 광염 스포) 내가 생각하는 빙케이 전사앱에서 작성

ㅇㅇ(175.223) 2024.05.16 01:58:44
조회 452 추천 11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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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사실 스포.. 인지는 모르겠다
걍 내가 생각한 빙케이 전사.. 를 써봄 

혹시 님이 생각하는 전사와 내 생각이 다를 경우?
님이 맞습니다.

빙케이..
강의하시느라 바쁘신건 잘 알지만 아무래도 기작 줘.
















K는 셋째이자 막내아들이었다. 위로 형이 둘. 

먼저 태어난 아들은 장남이고 그 다음은 차남이다. 이후로는 삼남 사남. 따로 명칭도 없다. K가 바로 그 삼남이었다. 대체로 집안의 가업을 잇고 재산을 이어받아 가족들을 건사하는 것은 장남의 역할이다. K도 그 의무를 탐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형들이 자기에게 피해나 주지 않으면 그뿐이다. 

형들은 착한 편이었다. 크게 모나거나 눈에 띄는 구석은 없었다. K가 그리 살가운 동생은 아니었으나 형들은 항상 K에게 신경쓰고 무언가를 양보했다. 그들이 주는 것은 K에게 쓸모는 없었다. 하지만 K에게 남들이 무언가를 주는 것은 거절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었다. 

형들은 굳이 따지자면 선한 인간이었다. 

아버지는 의과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의사였다. 진료부터 연구까지 해내려면 필연적으로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그가 포기한 것은 '아버지' 였다. 아들들에게 큰 관심은 없었다. 풍족하고 유복하게 키우기는 했으나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들들에게 크게 간섭을 하지도 않았다. K로서는 잘 된 일이었다.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은 짧았기에 서재는 늘 비어 있었다. 서재에 들어가 책을 마음대로 읽어도 집안에서 K를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만약 아버지가 집에 있었더라도 K가 서재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않았을 것이다. K는 시간이 날 때면 외과수술이나 해부학에 관련된 책들을 꺼내 읽었다. 다 읽고 나면 책은 잘 정리해 원래 있던 곳에 꽂아두었다. 

인간의 몸에 대해 아는 것은 재미있었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회복되는가 하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온전했던 그것이 어떻게 하면 '부서지는지' 에 대한 것이었다. 그걸 아는 것은 즐거웠다. 

인간은 매우 복잡하지만 정형화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겉이 어떻더라도 일단 '잘라' 보면 누구나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그것은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마찬가지였다. 

외과적 지식에서 시작한 K의 흥미는 인간의 내면, 심리로 옮겨갔다. 말수가 적고 아이답지 않아 대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었던 K는 시간이 지날수록 호감을 주는 인간으로 바뀌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대화에는 막힘이 없었고 늘 입가에는 웃음을 띠었다. 당당하지만 여유로운 태도는 사람들을 즐겁게 했고 K의 주변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K의 인생을 바꾼 것은 온가족이 드물게 시간을 내어 참석했던 연주회였다. 아버지에게 수술을 받았던 피아니스트가 초대한 자리였다. K는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데다 관심도 별로 없었으나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음악이라는 것은 교양이 아닌가. 잘 갖춰진 인간으로 보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 한 대가 있었다. K는 그 검은 피아노 한 대가 주는 위압감에 압도되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대단할 것은 없었다. 피아노 한 대일 뿐이다. 

연주자가 등장해 피아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팔을 들어 자켓 자락과 소매를 걷는 동작이 꽤나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연주자의 손가락이 피아노에 닿았다. 

건반을 과감하고 빠르게 두드리는 연주자의 손가락은 마치 무언가를 해체하고 해부하는 손길처럼 거칠었다. 피아노를 부술 기세로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음정과 박자는 정확했다. K가 음악을 감상할 틈도 없이 거센 멜로디가 쉴새없이 몰아쳤다. 작고 느린 선율들이 아주 잠깐 속삭이는가 싶더니 또다시 뒤에서 바짝 쫓아오듯 숨가쁘게 변했다. 

K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연주자의 손가락이 잠시 멈출 때마다 K는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귓가에 무언가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이 느낌은 뭐지? 가녀리고 여린 멜로디가 섬세하고 부드럽게 K를 달래다가 다시 힘 있게 변하기 시작했다. K는 이번에는 반대로 선율들에게 쫓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붙잡기 위해 힘껏 달려나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마치 음표들과 함께 떠다니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K가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움직이는 손가락은 경쾌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음악이 교양이라고? K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던 스스로를 비웃었다. 이건 본능이고, 감각이었다. 

K를 압도한 것은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이었다. Franz Liszt, 죽음의 무도 S.126 Totentanz. 

장례 미사의 멜로디를 5개의 변주곡으로 구성해 죽음의 공포를 음악으로 형상화했다는 곡. 

K는 자신이 무엇에 사로잡혔는지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죽음' 이었다. 





아들들 중 가장 머리가 좋은 K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말리지 않았다. 그는 K가 자신의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메스를 닮은 도구로 무엇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K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라는 한 마디만 답했다. K는 그 말대로 필요한 모든 것을 요구했다. 

스스로 한 곡을 끝까지 작곡해 본 적이 없어도, 남들보다 늦게 음악을 시작했어도, K의 성적에는 문제가 없었다. 집안과 학벌, 그리고 인맥, 무엇도 부족하지 않은 K를 막을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K는 그렇게 음대 교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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