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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인> - 한성희

시빌런(14.58) 2024.05.18 0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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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배롱나무꽃이

 어둠 깊은 새를 받아내는 몸짓에 대해

 울음을 나뭇가지에 얹는다 저녁을 빼앗은

 꽃에서 애인은 잠이 든다

 

 바람의 나무, 어둠의 새, 오늘의 애인

 부재와 존재 사이

 꽃을 기웃거리면서 서로 입술을 비비는

 상징은 오랫동안 선명하다

 

 오늘은 꿈 젖은 꽃잎에 입술을 포갠다

 당신이 깨어날 때까지 엎드려 울던 새는

 부리가 찢긴다

 

 당신 입술은 누구에게나 가벼워

 슬픔이 없는 입술을 빌려 사나흘 울고 싶다

 늦은 밤 살짝 덮어놓은 꽃잎처럼

 

 꽃으로 와서 어둠으로 흩어지는

 오늘을 누워서 쓰다듬는다

 애인은 꽃의 소관이 아닐지도 모르는

 

 새가 떠난 가지에서 애인의 말이 돋는다

 나무는 좀처럼 붉은 그림자를 풀지 않으면서

 바람 없이 나뭇가지가 휘어질 때마다

 입술이 가렵다

 

 가려워 붉은 눈시울을 생각하다 부리로 운다

 울어서 꽃그늘이 부풀고

 한쪽 날개만으로도 그 자리를 찾아간다

 

 꽃을 올려놓은 듯 입술 한쪽이 움찔거린다

 오늘은 숟가락을 한 번도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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