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2 "무력개입"

엘멜로이

후유키 시의 성배전쟁이란 놈은 애시당초 야바위였지.

성배를 둘러싼 배틀로얄이란 시스템은

그저 다른 참가자들을 낚아올리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다.

마슈

거짓말이라뇨……

소원을 이뤄준다면서 사기를 저지르다니 완전히 형사사건이잖아요!

엘멜로이

내 말이.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는 성배전쟁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하니,

거기서라면 충분히 고소가 걸릴 만한 사안이었겠지.

그러나 이쪽, 아니 내 세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성배전쟁은 오로지 이 장소에서만 벌어졌으니까.

이 전쟁은 참가 서번트가 탈락할 때마다 대재앙이 차근차근 초읽기에 들어가는 완곡한 함정이었다.

이곳에 소환된 서번트들이 일정 수 이상 제물로 희생되는 시점에서 "이 세상의 모든 악", 앙리 마유가 기동하지.

>이 세상 모든 악?

 위험천만한 이름이네요

엘멜로이

그 상세한 실체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지구파괴폭탄의 유사품쯤 되는 거라고 기억해둬라.

해당 시점의 인류사를 파멸로 이끌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졌으니까.

너희들이 처음에 정초복원을 행한 특이점 F…….

그곳은 5번째 성배전쟁이 완벽히 수행된 후유키 시의 모습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세계 붕괴의 첫번째 포인트.

이뤄져서는 안될 의식을 성공시켜버린 결과가 아닌가 하고.

마슈

하지만 어째서 그런 지독한 함정을 놓은 건가요?

그것도 대체 누가?

엘멜로이

사실 그 의식의 본래 목적은 따로 있었고,

어쩌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변질되고 만 쪽이기는 하다만,

그 사건은 이 시간축으로 쳐도 더욱 과거의 일이다.

당면한 문제는, 시바가 이 시점의 후유키에서 성배에 준하는 반응을 찾아냈다는 그 모순점이다.

Dr. 로만

그렇군. 성배가 이미 존재한다면…….

엘멜로이

그렇지. 성배가 이미 출현했다면 후유키는 진작 불바다가 되었을 테다.

그러나 일견 아무 이상도 없다.

칼데아가 감지해낸 성배는 앙리 마유가 오염시킨 후유키의 성배와는 다른 무언가라는 이야기가 되겠지.

내 기억을 더듬어봐도 4차 성배전쟁은 아직 극초반이다.

그리고 전황이 크게 변동하는 계기는 바로 오늘 밤에 있다.

마슈

아하, 그래서 아까부터 시간을 신경쓰고 계셨군요?

엘멜로이

그래. 지금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정황을 한 발짝 앞서나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이 항만지구가 그 열쇠가 되어줄 거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엘멜로이

음. 설명해주려 했는데 시간이 다 됐군.

아무래도 곧 일어날 정황에 따라잡힌 모양이다.

???

거기 당신들,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죠?

서번트를 데리고 있는 걸 봐선 성배전쟁 참가자 같은데…….

세이버

아이리, 아무래도 기묘합니다.

아까까지 우리를 꾀어내던 랜서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쪽에…… 세이버?

>설마 또 히로인 X 얘기야?

마슈

그쪽은 잊어주세요, 선배…….

이번엔 시종일관 시리어스한 전개니까요…… .

엘멜로이

저 자가 4차 성배전쟁에 소환된 일곱 영령 중 하나.

세이버 클래스로 현현한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이다.

사정상 송구하나마 이쪽에서 랜서 대신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아이리스필 폰 아인츠베른.

세이버

뭣……네놈 대체 어떻게 내 진명을!?

아이리스필

아무래도 보통내기가 아닌가 보네. 남자면서 머리도 길고.

조심해, 세이버!

엘멜로이

그럼 (주인공), 2회전 시작됐다.

이번 상대는 아까 전 어새신보다 훨씬 강한 줄 알아라.

고전하게 될 상대겠지만 거기에 제약을 하나만 더 부탁하지.

……미안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세이버를 무사히 보내다오.

그저 물러나게 만드는 수준에서 멈춰라.

 말도 안돼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엘멜로이

당장 할일이 쌓였단 말이다.

사정은 나중에 설명할 테니 당장은 용써봐라!

포우

포우, 포우~!?

(전투)

마슈

적 세이버, 전선을 이탈합니다!

>추격 안해도 돼?

엘멜로이

그래.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이 다음에 찾아올 손님 쪽이거든.

마슈

다음……손님이라고요?

엘멜로이

원래 세이버와 붙었어야 할 서번트를 기문둔갑진 안에 가둬놨었다.

지금쯤이면…….

랜서

네 이놈, 도대체 누구냐? 저 이상한 돌덩어리 미로는 네놈들 재주냐! 세이버는 어떻게 된 거냐!?

포우

포웃?!

>정말로 누가 왔어!

엘멜로이

진정하게, 피오나 기사단 제일의 창.

우리는 아치볼트 진영의 적이 아니야.

랜서

웃!? 나의 진명을……?

???

흐음, 아무래도 보통내기는 아닌가 보군.

어떻게 랜서 진영의 마스터가 나라는 걸 알았지?

마슈

읏? 어디서 목소리가?

Dr. 로만

마술미채구나. 

저 랜서의 마스터는 가까이에 숨어있어.

엘멜로이

케이네스 경.

저희들은 경을 지원키 위해 조속히 찾아온 자들입니다.

사정상 이름을 밝히지는 못합니다만, 일단은 레이디 라이네스를 대리하여 찾아왔다고만 밝히고저 합니다.

???

라이네스……내 조카 말인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겐가?

엘멜로이

이 자리에서 고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가능하면 내일까지 유예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우선은 이렇게 말씀 올리겠습니다. "캐스터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릴 수 있다"고.

엘멜로이

그래, 그랬었지. 후유키의 대성배는 도중 탈락한 서번트를 제물 삼아 흡수하여 완성된다.

하지만 완성품은 소원을 들어주는 도구는 커녕 앙리 마유……

이 전쟁에서 승리자 같은 건 처음부터 없는 셈이다.

Dr. 로만

끔찍한 이야기로군…….

다른 마술사들을 죽여가면서 겨우겨우 얻은 보상이,

오히려 상상과 정반대의 물건이라니…… 정말로 지독한 일이야…….

엘멜로이

그렇지. 만약 내가 제5차의 승자였더라면 절망한 나머지 악역비도의 구렁텅이에 떨어졌을지도.

아니, 감상적인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내가 아까 말해놓고도 미안하군.

내 경험상 대성배가 한정적이나마 기동을 개시하는 순간은 일곱 서번트 중 다섯번째가 패퇴한 뒤였다.

그렇다면 뒤집어 말해, 최소한 셋을 살려 전선을 이탈하게 만들면…….

Dr. 로만

의식은 유야무야 끝나버리고 성배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그럼 그 그릇만 확보하면 된다, 이런 얘기군?

포우

포~우.

마슈

알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서번트들을 쓰러뜨리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지키는 싸움에 가깝겠네요.

평화로운 방법으로 끝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거예요.

엘멜로이

그래.

그러나 평화주의적 마인드로 이번 일을 마치지는 못할 거다.

최종적으로 화해를 통한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화해에 응할 여지가 없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신사적인 줄 알았더니 독재적이네!

>논리적인 줄 알았더니 폭력적이네!

엘멜로이

거친 방식이라는 점은 자각하고 있다.

말해두자면 원래의 나는 비굴하고도 겁쟁이다마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몸 안에 깃든 난세의 책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군.

 공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정녕~ 그러하오이까?

엘멜로이

뭐냐 그 실없는 말투는!

외국인이라면 접어두더라도 일본인인 네놈이 하오체 같은 걸 헛되이 쓰다니,

그런 쇼크 수준 어법은 쓰지 않도록 해라!

과거를 살아왔던 사무라이들에게 실례가 아니냐!

포우

포우, 포포포포-우…….

엘멜로이

아무튼 화제를 되돌리도록 하지.

이번 성배전쟁의 참가자들 중에서 구제불능인 놈들은 캐스터와 아처다.

이놈들과는 도무지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서번트들과 교전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들이 떠맡도록 하자.

그리고 어새신. 이쪽은 마스터가 아처 진영과 결탁한 상태다.

아처를 적대하는 이상 어새신과의 분쟁도 피할 수 없지.

어차피 우리는 이미 적대자로 마크되어 있을 테고.

마슈

아, 레이시프트 직후의 싸움 때문에…….

엘멜로이

다음은 버서커다만……아무래도 광화된 이상, 마스터 하기 나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군.

마스터가 영주를 온존한 상태로 서번트를 완벽히 제어할 수 있을 때 교섭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 버서커니까 말이지, 마스터의 뜻과는 상관없이 폭주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더불어, 제4차의 버서커를 다루던 마스터는 심신 양면으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었다는 점이 이후의 조사로 밝혀졌다.

나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마슈

그렇다면 버서커 쪽은 일단 보류인가요?

엘멜로이

안전패라고는 할 수 없다고 결론지어야겠군.

소거법에 의해 최종적인 보호대상은,

세이버, 랜서, 라이더, 이 셋이 되겠다.

Dr. 로만

아하, 그래서 아까 선착장에서

세이버와 랜서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한 거로군.

마슈

그럼 남은 쪽은 라이더 진영이네요.

순조롭게 교섭할 수 있을까요?

엘멜로이

…….

포우

포우?

 어째서 그 대목에서 조용해지시는 거죠?

>혹시 걱정거리라도?

엘멜로이

……그래.

그들과 순조롭게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어떨까가 해답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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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급용이 생겨서 여기까지... 다른 사람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