녜헤헤...
위대한 언갤럼은 두번 시도한다!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그는 고개를 세차게 돌렸다. 그럴리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담아서!
"아냐, 물론이지!
난 확실히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아! 만약 아니라면, 난 파피루스가 아니겠지!"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아니야? 아니야. 아닌게 아니야!
나, 위대한 파피루스는 아니라는 말따위에 현혹되지 않는다!
만약 조금 엉망인 길로 가더라도 우리는 길의 끝에 다다를수 있어.
나, 위대한 파피루스는 가장 멋진 길을 걷고있는게 분명하다구!
하지만, 그 인간은 길치야!
아주 지독한 길치인게 분명해!
당연히 나, 똑똑한 파피루스가 도와줘야지."
그는 자랑스러운듯 자신의 가슴을 탁! 하고 쳤다.
인간 아이를 기다린지 벌써 한시간째. 불안감이라도 해소하려 하는건지
속삭이듯 들려오는 목소리를 부정하며 그는 들으라는듯 당당히 외쳤다.
'하지만 많은 괴물들을 죽였잖아?'
.......
죽인다. 라는 말에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순수하긴 했지만 그 말이 무슨뜻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목적성, 그리고 그것을 향한 확실한 의지도.
"... 알긴 하지만..."
아주 잠시 조용하는듯 하다, 그는 다시 입을 떼었다.
당당하게, 확신하며!
"난 그게 인간이 원하는게 아닐꺼라는걸 알아.
인간은 그냥, 아주 잘못된 지도를 가지고있는것 뿐이야!
인간 자신도 지금 아주 무섭고, 외로울꺼야.
어둠속에서 혼자 벌벌 떨고있을 인간을 생각해봐.
괴물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릴수록, 괴물들도 인간을 두려워하고 공격하겠지.
그렇게 하면 인간역시 괴물들을 두려워하고 공격하게 될꺼야!
그렇게 된다면, 도대체 누가 인간의 곁에 있어주겠어?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그 손을 잡아주려 하겠어!
녜헤헤, 걱정하지 말거라,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여! 파피루스는 두려워하지 않으니!"
'....'
파피루스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스운듯 미소지었다.
'파피루스. 넌 정말 변하는게 없구나.'
"그게 바로 파피루스지! 녜헤헤."
무슨뜻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파피루스는 아무래도 좋다는듯 웃었다.
-
"아주 어렸을때 일이었다.
그 늙은 찌질이와 함께 훈련을 하던 날.
그는 내게 굉장히 멋진걸 보여주겠다고 했지."
언다인은 발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갑옷이 눈바닥을 밟으며 굵은 눈 밟는소리를 내었다.
평소였으면 차갑다며 호들갑을 떨었을 그녀였겠지만
지금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때 나는 생각했지,
아, 멋진 병장기를 보여주는건가?
아니면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주려는건가?
아니면, 드디어 나를 로얄가드에 편입시켜주는건가?
...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랐어."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냉기를 담은 스산한 바람이 그녀의 꽁지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건, 그냥 꽃밭이었지.
아무것도 아닌 그냥 노란 꽃밭이었어.
나는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하는거냐고 다시 물어봤지.
하지만 그는, 그저 그걸 보라고 말했어.
...
푸흐흐... 난 그가 장난치는거라고 생각했지.
그는 진지해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노망난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젠 알겠어.
그냥 내가 멍청했던거였던거야."
그녀는 무릎을 꿇어 작게 쌓여져있는 먼지더미를 해쳐보였다.
그리고는 마치 소중한것이라도 되는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내게 평화를 보여줬어.
그리고 희망을 보여줬지.
그리고...
눈앞에 있어도 보지못하는건 내쪽이였어."
그녀는 투구를 벗어, 땅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있던 투구는 땅을 거질게 구르며 언덕아래로 굴러떨어져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을 딱히 변화가 없었다.
"영웅? 대장? 모두를 지킨다고?
아니야... 난 아무것도 아니야.
난, 난....
...."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내 눈을 치켜뜨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난...
언다인이야.
... 그거면 됐어."
--
[틱]
"흠흠...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뭐, 이걸 보고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보고있다면, 그만 티비를 끄시고, 어서 대피하러 가주시길 바래요!
.... 아아, 이제 아무도 계시지 않은거겠죠?
그럼, 이제 다시 진행하도록 할까요.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안녕, 우리 자기 일기장...
이것 참 오랫만이죠?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보다시피... 그동안 조금 바빴잖아요."
메타톤은 빨간 불빛이 들언오는 카메라를 향해 하하 웃으며 말을 꺼냈다.
말을 하면서도, 빈 카메라의 적막감이 그를 조용히 짓누르는것은 막을수가 없었다.
"하하... 뭐, 그렇다 치고.
오늘은 정말 많은일이 있었죠.
오늘만큼 바쁜일이 또 있었을까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켰죠.
하루종일 이리저리, 핫랜드를 뛰어다니다보니까 제 메인프레임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질정도였다니까요.
하하하."
그는 일부러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잠시 웃던 찰나, 그는 조금 웃음을 잃은듯한 빛으로 말을 이었다.
"하하하.
하...
이런 기분은 참 오랫만이네요.
알피스와 함께 있었을땐 느끼지 못했던 그런 감정이예요.
외로움, 고독함, 어,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둘 다 같은 감정이겠죠?"
그는 물어봤지만 카메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심한듯 빨간빛을 내보내는 그 기계를 앞에두고, 메타톤은 낮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거 아나요?
꿈을 쫒아간다고 해서, 그렇게 전진하는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 제가 어렸을 시절에도, 청취자가 한명이 있었답니다.
유일한 청취자, 제 친구, 제 가족...
아아, 하지만 비극적인 결별이...
... 있지는 않았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가련한 여주인공의 3번자세'를 취하려다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는 조금 멎쩍은듯 웃었다.
"그래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죠.
저는 한명의 청취자보다 수만의 시청자를 선택했어요.
수만의 시청자가 저를 바라본다는 그 선택은 옳은것같았어요.
수십만의 시청자가 절 바라보는 그 광경도 믿기지 않을정도로 아름다워요.
진정한 스타가,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었답니다."
보란듯이 한바퀴 빙글, 회전을 하며 그는 자신의 말을 표현해냈다.
"하지만 이젠.
그 높은곳이 제 꿈인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할지."
우뚝, 회전을 멈춘 뒤 잠시 머리를 짚으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다시한번 말을 고백하듯 입을 떼어냈다.
"...아까전에 인간이 칼을 휘두르는걸 봤어요.
그러니까... 그건, 그야말로...
인상깊은 장면이었죠.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괴물들은... 뛰어넘고.
그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언제까지 저렇게 할까?
도대체 언제 끝이 날까?
... 그러다가 또 다시한번 생각이 들었죠.
나는?"
그는 다시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자세를 잡았다.
드디어 하고싶은말을 꺼내게 되었지만, 말주변이 없는것인지 잠시 하하하, 하고 웃었다.
"걱정마세요, 자기.
그리고 자기들, 그리고 자기가 아닌 분들 역시도.
저는 달라지지 않는답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그 반대방향으로 뛰어내릴겁니다.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아무도 없는 곳에, 제가 그토록 찾던 도착지가 숨겨져있겠죠.
그곳에가면... 드디어 제가 바라마지않던 그것이 될수 있을겁니다.
... 지하에서 가장 낮은 별."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마무리를 지었다.
"... 메타톤이."
[틱]
-
"제발..."
라랄라, 동굴에는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다가, 끽! 하고 단말마를내며 소리가 멈췄다.
경쾌한 소리가 한번 울리고, 아이는 그제야 만족한듯 다시 동굴을 배회했다.
"그냥 도망가버려..."
거친 비행기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아이에게 피해를 주고싶은 마을은 없는지, 비행기는 아이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카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비행기는 꼴사납게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왜 다가가는거야?"
육중한 모닝스타가 허공을 갈랐다.
방금까지 그자리에 서있었을 아이는 어느새 거대한 괴물의 옆구리로 다가와 칼을 휘둘렀다.
벌써 세번째, 괴물의 옆구리가 갈라졌고
괴물은 큰소리를내며 쓰러져버렸다.
아이의 칼이 눈 괴물의 시끄러운 입을 찢었다.
괴물은 갈라진 부리를 다잡고 괴로워했으나, 아이의 칼이 그것의 안면을 찔러들어갔다.
아이의 칼이 괴물의 배를 뚫자, 용암이 상처를 비집고 꾸역꾸역 흘러내렸다.
괴물은 당황하여 용암을 주워담으려 했으나, 상처는 스스로 낫질 않았다.
아이의 칼이 해마의 근육을 찢었다.
그는 힘을 더 줘보았으나 아이가 칼을 한번 더 휘둘러, 상처는 더욱 벌어져만갔다.
아이의 칼이 사슴의 뿔을 부러트렸다.
그는 이제 더이상 나무처럼 생기지 않았다. 쓸모없는 고깃덩어리처럼 생겼을 뿐.
아이의 칼이 동생을 죽였다.
괴물은 그의 약속만큼이나 덧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아이의 칼이 영웅을 죽였다.
아이의 칼이 그녀를 죽였다.
아이의 칼이,
아이의 칼이...
아이가,
더 죽일것을 찾아다닌다.
"...."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누군가 있을리가 없었다.
그가 죽였으니까. 모두 다.
"하하... 헤헤."
해골은 잠시 아이를 기다리다가, 웃음을 흘려버렸다.
"이것 참 '해골'만 하겠군 그래."
그는 습관적으로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의 농담은 허공으로 흩어져버렸다.
아무도 웃지 않았고.
아무도 화내지 않았고
아무도 맞장구치지 않았다.
"... 헤헤.
헤."
대신. 그 혼자서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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