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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박제가 되어버릴 톱니바퀴 김연경.

아무다쿠(203.207) 2009.03.27 00:07:20
조회 2521 추천 31 댓글 11



 스압 있어
한가한 흥빠들만 천천히 읽어...



 솔까말 난 오늘 경기를 \'보지는 못했\'어.
 다른 일이 바쁘기도 했고 간이 떨려서, 이겼으면도 좋겠고 졌으면도 좋겠고. 문자중계만 켜놓고 점수올라가는걸 보고 있었어.
 0대2로 쳐발리고 있을 때 부터 봤는데, 갑자기 내가 보기 시작했을 때 부터 이기더라고.
 점수가 하나하나 올라고 \'김연경 C퀵 성공\' , \'김연경 블로킹 시도\', \'김연경 디그 시도\', \'김연경 오픈 성공\' ....

 이기고 있는건 알겠지만 연경이가 이리 뒹굴 저리뒹굴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차마 TV중계로 채널을 돌리지 못했어. 지면 그뿐이고 이기면 나중에 받아 봐야지, 하고 그러다가 결국 3:2로 이기더라고. 

 흥빠들은 다 같은 마음이었겠지만 승리하는 순간 내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은 무슨 표정이었을까, 싶어.
 썩소도 아닌 것이, 기쁘긴 기쁜데 뭐라 형언하기 힘든 그 기분. 

 힘들게 산에 올라와서 드디어 정상이야! 하면서 손나 기쁘긴 한데, 아. 내려가는 길이 사라진 기분?
 무인도에 떨어져서 어쩔 줄 모르다가. 식겁하면서 있는 종이 찾아내서 기뻐하면서 드디어 살아나갈 수 있겠구나! 하고 SOS 써가지고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서 건너편에 있는 섬으로 날렸는데 톡 하고 내 발밑에 떨어지는 기분?

 모르겠어. 내가 연경이나 흥국선수들의 맘을 다 아는건 아니고, 주제넘게 경기 뛰는 선수도 아니면서 아는척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문자중계에 찍혀나오는 활자 하나하나가 이렇게 가슴아픈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뭐라 말을 못하겠어.

 내가 저런 기분이었는데 연경이는 오죽할까.

아마 꾸역꾸역 내려가는 길이 없는 산으로,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기분이었을거라고 생각해.



 이상의 \'날개\' 첫머리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다들 알다시피 이건 시대를 잘못만난 자신의 아깝고 또 아까운 천재성에 대한 이상의 한탄이야. 지금 여배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든 알겠지만, 또 인정하긴 싫지만 연경이의 선수생활이 길지는 못할 것이란 사실은 명백해 보여. 88년생, 이제 스물 둘. 배구라는 운동은 원래 비교적 선수생명이 짧은 운동이야. 특히 우리나라 같은 저질스럽기까지한 선수관리체계 하에서 세터나 리베로 이외, 여자 윙 공격수들은 길어봤자 30을 넘기지 못해. 있다해도 극소수이고, 외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
 혹사를 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릎연골은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격, 블로킹, 서브 등에서 점프를 해야만 하는 배구선수들에게 무릎수술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은 \'미리 대비\', 혹은 \'미리 보호\'라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거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데에는 일가견이 있어. 

 선수는 그저 소모품에 불과해. 기업 이미지를 위해 줄창 뛰어야 하는거고, 기업이미지를 위해 기업이 사온 거니까. 기업에 귀속되어 있다고 생각해. 인격체라기 보다 무슨 기계의 톱니바퀴 정도로 보는 것 같아. 연경이는 개중 아주 큰 핵심 톱니바퀴겠지. 기계의 톱니바퀴니까 마음대로 엔진도 바꾸고 다루는 사람도 바꾸는거겠지.
 용병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밀라, 데라크루즈 같은 몰빵전용 \'용병\'. 말그대로 \'용병\'이야. 돈주고 사왔으니까 뽕을 뽑는거야. 걔네도 그냥 돈주고 사온 건전지 같은거겠지. 닳으면 그냥 다시 새거 사오면 돼.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한국여자배구의 큰 별이 뚝 하고 떨어지고 나야 뭔가 선수 보호 차원의 어떤 규정이 생긴다던지, 혹은 최악의 경우 그것조차도 되지 못하고 그냥, \'옛날에 김연경이라고 진짜 잘했었는데\' 하며 사람들이 가끔 회자할 선수가 되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자마자. 제일 위에 써놓은 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말이 생각이 났어.

 김연경은 박제가 될지도 몰라. 재수없게 지금 태어나서 배구선수 김연경을 보호해 줄 장치가 애석하게도 아무것도 없는데. 김연경은 끈질긴 불씨가 아니라 한순간 화르륵-하고 타올라 연기가 돼버릴 지도 몰라.
 사람들이 \'이건 이렇게 생겼었지.\', \'아 쟤는 옛날에 저랬었지\' 하면서 추억속에서나 꺼내볼 수 있는 박제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왜 그렇게 서글프던지.
 활유진이라고 불렸던 임유진 선수를 알거야. 임유진 선수도 비슷한 경우지.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드문 타법으로 엄청났었는데, 고관절 부상이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은퇴의 길을 걸어가고 말았어.

 선수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눈 앞의 1승에 눈이 먼 선수들과 프론트의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해. 투지를 불사르며 뛰는것 까지는 좋은데 그게 마치 다음 시즌, 혹은 나 자신이 없는 것 처럼 되면 안된다는 거야. 절뚝거리면서 넘어지고, 뛰어오르고 그리고 다시 서브넣으러 절뚝절뚝.
 힘든 일을 겪고 또 혹사를 당하면서 선수로서의 마인드가 부쩍 성장한건 고무적이고, 괄목할 만한 어른이 된건 시궁창 속에서 하나의 진주를 발견 한 셈이긴 하지만,
 3연속 수술, 4연속 수술 하면 좀 더 성숙해진 마인드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거, 밸런스가 너무 극악이잖아. 마인드가 성숙하면 뭘 해. 점프를 할 수 없는 레프트는 그 시점부터 이미 배구선수가 아닌걸.

  아주 성숙하고 차분하고, 정신적지주이자 경험이 많지만 공격이 불가능한 김연경. 
  아주 괄괄하고 흥분도 잘하고, 가끔 식빵 찾고 제 멋대로이긴 하지만 공격옵션이 제대로인 김연경.

 만약 저 둘 중 하나 밖에 고를 수 없다면, 횽들은 어때?  당연히 후자를 골라야겠지 하는 횽들 많지?
 
 지금 진짜 무서운건. \'만약 저 둘중 하나밖에 고를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거야.
 리그 방식과 선수보호체계, 하나부터 열까지 연경이를 보호해 줄만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 후에 연경이와 같은 선수가 나왔을 때 지금처럼 닳고 닳게 되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연경이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어. 

 희생양, 박제, 혹은 시간이 좀 지난 앨범 속 사진 한장. 우리들한텐 진짜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김연경이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게 난 왜이렇게 마음이 쓰린지 몰라.
 아래에서도 천재들의 숙명이라고 안타까워 하는 횽들 글을 많이 봤어.
 천재들한테 우리는 해주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걔네는 왜 이상하게 우리한텐 없는 일반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고, 더 잘해야 하는 숙명을 지고 있는걸까. 아이러니하지 않아?

 천재도 자원이기 이전에 사람이야. 연경이는 더 그래. 이제 스물 두살, 나하고 동갑이야. 힘들면 울고싶고 주저앉고싶고, 응석도 부리고 싶고 팽개쳐도 보고싶고 실패도 하는 나이인데. 웃어도 웃는게 아닌 표정은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우리는 천재의 실패에 관해서 너무 박해. 그러면서 천재들이 닳아 없어지는건 안타까워 하지.

 좀 삐걱대서 기름칠이나 좀 해주면 다시 잘 돌아가는 뭐 그런걸 원하는 것 같은 구단.
 힘들다 말 못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눈 앞의 1승 때문에 몸을 던지는 선수. 
 선수를 위한 것이 아닌, 연맹 자체를 위한 프로구단들의 자본으로 기생충처럼 1년 또 1년을 연명하는 연맹.

 내가 살고 있는 지금. 동시대에 다른나라도 아니고 대한민국에 김연경이라는 선수가 등장했다는 것은 내가 지금껏 겪은 가장 짧고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이자, 수십억을 거쳐 잠시 내 앞에 머물렀던 내 것 조차 아닌 특별한 기적이 될지도 몰라.
 

 안타까워 하는거 외에 나, 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한 오늘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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