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은 거의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모습으로 걸어갔다. 걷는 발바닥마다 통증이 느껴지는지 휘청휘청하는 모습이 조금씩 눈에 띄었다. 크리스토프가 가장 걱정되었지만, 달리 무언가를 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아무도 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벤의 마음속은 간절함으로 가득했다. 비록 그것을 말하지는 못했지만,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꽤 오랫동안 걸어야 할 텐데.”
크리스토프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그는 무언가 어색한 분위기라도 풀어보고 싶었다. 안나가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안나가 조용한 모양새였다. 스벤이 걱정되는지 그저 침묵을 지키며 걸을 뿐이었다. 하얀 눈 위에는 셋이 남기는 발자국이 촘촘하게 이어졌다. 다른 발자국은 별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나무가 이어져 숲이 길옆으로 나 있었고 그들이 걷는 길은 그사이의 조그만 샛길이었다.
“스벤이 보통 이런 적 있어?”
“아니, 정말 처음이야.”
크리스토프는 전에 본 적이 없었다. 아픈 것을 참고 어딘가를 향하는 스벤은. 무엇을 본 것일까, 무엇이 스벤을 이렇게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끄는 것일까, 무언가 알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스벤의 눈동자는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곧 나을 것 같아?”
“글쎄, 오늘 종일, 어쩌면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 아플지도 모르겠어.”
그것은 꽤 아픈 일이었지만 동시에 스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다. 조용한 눈길 위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고, 오직 안나와 크리스토프만이 있었기 때문에 다친 스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안나는 잠시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청명한 하늘이 늘 그 자리에 있어 구름을 품고 높게 떠 있었고 숲의 나뭇잎들은 서로 엉켜 모여 해가 발하는 빛을 흩뿌렸다. 그런 길 아래에 듬직한 크리스토프, 다친 스벤이 자기 앞에서 약간은 기댄 채 걸었다. 찬 바람이 불어왔고 봄이 시작된 아렌델 도시와는 다르게 여전히 시린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종일 걸리는 거 맞지?”
안나는 몹시 걱정되었다. 스벤이 과연 이런 몸으로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고, 크리스토프가 할 일이 걱정되었고, 자기 몸도 점점 추워지고 있었으므로 걱정되었다. 마치 작년에 자기 몸이 얼어가던 때가 잠시 생각날 정도로 추웠다.
“조심해. 여기서 길 잃으면 큰일 나는 거야.”
크리스토프의 그 말에 안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년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다 순간 눈앞을 보는 것을 놓쳐버린 것이다. 어느새 스벤과 크리스토프는 저 앞에 있어 조금 걸음을 빨리해서 눈 사이를 헤쳐가야 할 정도가 되었다. 크리스토프도 속으로는 적잖이 놀라 더 다잡게 되었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한 사람이 없어질 수 있었다.
“내 생각인데.”
안나가 다가오자 크리스토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말은 무언가 비장함이 감돌아서, 평소의 크리스토프와는 조금 다른 말투였다. 안나도 이번에는 진중하게 말을 들었다. 그 눈빛을 보고 크리스토프는 안심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늑대 무리를 스벤이 본 것 아닐까?”
안나는 사실 산 내부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었으므로 크리스토프가 이야기하는 것을 그저 듣기만 했다. 크리스토프도 늑대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적어도 눈과 얼음의 산에서 짐승을 피하는 법의 기초적인 지식은 분명히 있었다. 동물이 훨씬 잘 파악했다. 이 정도로 스벤이 움직인다는 것은, 늑대 무리와 같은 짐승의 움직임을 보고 피하는 것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는 듯했다.
“저 뒤쪽 어딘가에 짐승 무리가 있을 수도 있어.”
일련의 설명을 들은 안나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생각해보니 은근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작년에 간신히 썰매를 타고 늑대를 따돌린 일을 생각하니 더 아찔했다. 어쩌면 스벤은 지금 그들을 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잘못 움직이면......”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동물의 감각을 믿기로 했다. 그래서 스벤이 가는 곳으로 그대로 따라갔다. 그 방향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작년에 갔던 길 그대로 절벽 근처도 넘고, 얼음 호수도 지나고, 오큰의 오두막에서 보이는 작은 봉우리도 지나는 그 길은 얼음 성으로 가는 길이 맞았다.
누구도 한동안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프의 설명 때문이었을까, 안나도 말이 없었다. 그들 앞에서 비장하게 걷는 스벤 덕분인지도 몰랐다. 알 수 없는 곳으로 걸어가지만 무슨 일인지 은근히 편안한 게 있었다. 이 길을 걸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안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 모두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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