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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인데 가슴에 통증이 오고 죽을 것 같아요"

22일 저녁 8시16분. 112에 전화를 건 40대 남성은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서울 서부간선도로에서 트럭을 몰던 중 가슴 통증이 너무 심해 운전을 할 수 없어 도로 한 쪽에 차를 겨우 세워뒀다고 전했다.

신고 내용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양평파출소로 전달됐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지만 파출소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이런 저런 신고가 몰려 모든 순찰차가 출동을 나가 타고 나갈 수 있는 차가 없었다. 설상가상 당시 서울 전역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영등포 인근에서도 시간당 5~10㎜ 남짓의 제법 강한 비가 갑작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조인현(53) 경위가 파출소 앞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순찰용 오토바이에 김성언(20) 순경을 태우고 지체없이 현장으로 갔다.

오목교에서 목동교 방향으로 서부간선도로를 타고 오토바이를 몰아 목동교 근처에 도착했지만 날이 어둡고 비까지 내려 신고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서행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조 경위의 눈에 차도 반대편에 세워져있던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트럭 앞에 신고자로 보이는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도 살짝 보였다. 신고가 접수된지 10여분만이었다.

조 경위와 김 순경은 길을 건너 쓰러져 있는 진모(45)씨에게 다가갔다. 진씨는 의식이 희미하게 남아있었지만 말을 하지 못한 채 낮은 신음만 내뱉었다.

의식이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조 경위는 교육을 통해 배운대로 심폐소생술 대신 목과 등을 주무르거나 두드리며 진씨의 의식이 돌아오도록 응급처치했다.

5분 정도가 지난 뒤 진씨의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왔고 응급차가 도착했다. 조 경위와 김 순경은 진씨를 응급차에 태워보낸 뒤 다른 신고 처리를 위해 파출소로 복귀했다.

조 경위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 다시 나가 위급한 상황으로 진씨가 제대로 세워놓지 못한 2.5톤 트럭에 올라탔다. 트럭을 계속 방치해 두면 교통정체가 빚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마침 1종 대형면허가 있던 조 경위는 트럭을 몰아 진씨가 옮겨진 병원에 주차한 뒤 가족에게 차열쇠를 건넸다.

진씨는 23일 통화에서 "경찰들이 와서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응급처치도 해주고 특히 트럭까지 직접 병원으로 운전해서 가져다 줬다"며 "조 경위가 추후에 개인적으로 전화해서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하는 등 모습을 보며 그간 '경찰'하면 가지고 있던 딱딱한 이미지를 버리고 경찰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조 경위는 "당사자나 가족분들이 비오는데 고생한다며 우리한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hw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