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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운명의 실 01

럽유열연(59.7) 2016.10.14 16:31:22
조회 1084 추천 18 댓글 5

 

[상플] 운명의 실 01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새끼손가락에 운명의 실을 묶고 태어난다.

우리는 그 운명의 실을 따라 만나는 소중한 인연과 사랑하게 되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운명의 실이 엉켜있기 때문이다.

어린 날의 우리는 엉킨 실의 존재를 모른 채 맞닥뜨리는 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 확률은 아주 적다.

살아가다보면 운명의 실이 더 복잡하게 꼬이는 경우도 많기에...

   

   

어디서부터 꼬이게 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강연두.

내 이름이다.

한 때는 세빛고 리얼킹 부장이었고 잘 나가는(?) 꼴통이었다.

현재는 하늘대 심리학과를 졸업해서 심리상담소에서 일하고 있다.

수아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일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즐기고 있다.

이 일을 하면, 그러니깐, 사람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단지 나와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민이 해결된다던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뿐만 아니라 상담을 하다보면 나의 이야기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찾아오는 날이면 너무 반갑고 또 고맙다.

 

(따르르르르릉)

-여보세요.

-강연두? 나 지효야. 천지효.

 

천지효. 대학교 때 같이 다니던 친구다.

예쁘고 애교도 흘러 넘쳐서 인기가 많았다. 이미 임자가 있지만 틈을 노리고 있는 남자들이 많다지 아마.

 

-또 소개팅이야?

-연두야 이제 너 밖에 없어. 한 번만, 딱 한 번만~ ??

-. 나 소개팅 안 나가는 거 알잖아.

-연두야~ 나 한 번만 살려주라~ ?? 딴 애들은 다 남자친구 있다구~

-왜 김예서도 남자친구 없잖아. 예서한테 부탁하면 되겠네.

-아니~ 예서 그 썸남 있잖아~ 잘 되고 있는 거 같던데??

-...

-연두야 제바아아알~~~

-... 알았어. 이번 한 번만이야.

-!! 연두 완전 짱짱!! 고마워~~ 장소랑 시간은 문자로 보낼게~!!!!

 

(띠링)

-내일 3TT카페에서

TT카페 어딘지 알지? 우리 학교 앞에 있는 거!!

연두야~ 고마워^^

 

천지효 부탁이여서 나오긴 했다만... ..

친구 부탁이여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하고 그냥 들어갈까?

아니지. 죄송하니깐 음료수라도 한 잔 마시고 들어갈까?

괜히 부탁 들어줬나보다. 7 내내 소개팅이란 소개팅은 깡그리 무시했는데..

 

강연두?”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올 즈음 낯익은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설마...’

 

맞네, 강연두.”

 

김열이다.

그렇게 그리워했고 그렇게 잊고 싶어했던 김열.

아무리 잊으려고 노력해봐도 잊혀지지 않는 나쁜 김열.

 

*

어느덧 밖은 어두워졌다.

연두는 열을 보자마자 그 길로 곧장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돌아온 연두는 몇 시간째 허공만 쳐다보다가 급히 핸드폰을 든다.

 

(따르르르르릉)

-강연두? 웬일이야. 이 시간에 전화도 다 하고.

-권수아...

-무슨 일인데 그래?

-봤어.

-누구?

-김열.

-...

-...

-너 어디야? 사무실이야? 지금 당장 그리 갈게.

 

*

10시쯤 됐나...

김열을 봤다고 전화한 연두.

그런 연두가 걱정돼 사무실로 급하게 찾아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열을 만난거야..

 

. 권수아.”

강연두, 괜찮아? 어쩌다가 봤어?”

“... 소개팅.”

 

그러게 안 나가던 소개팅은 왜 나가서..’

 

한 마디 하려다 연두의 얼굴을 보고서는 그냥 안아주었다.

내가 안아주니 긴장이 풀렸다보다.

참아왔던 눈물을 다 쏟아낸다.

 

진정하고서는 나와 마주앉은 연두.

눈에 초점이 없는 듯 했지만 주먹 쥔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래. 연두는 아직 열을 잊지 못한 거야. 잊지 못해서 계속 힘들어 했고.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열을 보니깐 참아왔던 감정들이 터진 거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다.

 

*

김열.

보고 싶었어. 죽도록 보고 싶었어.

나를 향해 환하게 웃던 너를 보고 싶었어.

네 목소리도 듣고 싶고 네 손도 다시 잡아보고 싶었어.

너를 안고 싶었고 너랑 밤새 통화하고 싶었어.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싶었어.

같이 도서관 데이트도 하고 네가 다니는 학교에도 놀러가고 싶었어.

그냥 예전처럼 너랑 함께 하고 싶었어.

예전처럼.

네가 떠나기 전처럼.

 

수아의 품에 안겨 정말 많은 감정을 눈물로 토해내다가 7년 동안 수없이 읊조리던 말이 나를 붙잡았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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