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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10 모란ts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7.04.28 01:43:45
조회 950 추천 62 댓글 14

														

일림이 아침에 일어나 살그머니 품을 빠져나가는데도 홍력은 눈을 뜨지 않았다. 조심스레 손바닥으로 이불을 펴고 발목을 안아 침대에 바로 뉘여도 반응이 없었다. 머리를 만지고 옷을 갈아입은 일림은 옆에 앉아 잠든 남편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조심조심 손을 뻗어 반듯한 이마에 손을 대어보았다. 열은 없었다. 긴 속눈썹이 하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슬쩍 넥타이를 풀어주고 이불을 당겨준 후 한참 옆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다독였다. 그러자 이불 아래로 나온 큰 손이 발목을 잡았다. 미안, 싫었어요? 일림이 사과하자 약간 충혈된 눈이 웃었다. 그럴리가 있니. 홍력은 일림의 발목을 당겨 발등에 뺨을 대고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부스스 일어나 보통때처럼 차를 마시고 비틀비틀 욕실로 갔다.

취해서 돌아온 그날 후로 홍력은 아예 일림을 끼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린 아내를 무릎에 앉혀두고 아침을 먹었다. 좁아서 움직이기가 불편한 일림의 밥 위에는 반찬이 꼬박꼬박 놓여졌다. 서재에 가서도 일림을 품에 끼고 아무렇지도 않게 복잡한 문서를 봤다. 종종 작은 손에 간식거리를 쥐어줘가며, 빙그레 웃어주었다. 점심도 마찬가지였다. 오후에는 수를 두는 작은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동그란 무릎이며 머리칼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일림은 좀 갑갑하긴 했지만 문득 나비를 품고 지내던 때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냥 홍력을 놓아두었다. 저녁도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홍력이 일림을 안아주는게 아니라 일림의 좁은 품 안에 홍력이 파고들어 안겼다. 큰 손이 가슴팍을 더듬을때면 이상하게 뱃속이 간질간질해졌다. 그 기분이 싫지 않았고, 몸이 더워지면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도 잠이 깨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요즘 들어 일림은 죽은듯이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떠도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눈을 뜨기 전 살며시 손가락을 뻗어 제 품에 안긴 몸을 확인하고나면 손 끝까지 따뜻하게 핏기가 돌았다.

-일림.

초저녁,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날이 차다 홍력이 달랬지만 어린 일림은 첫눈을 보고 싶다 고집을 부려 종일 창가에 앉아있었다. 결국 저녁나절부터 미열이 나기 시작했고, 꼼짝없이 홍력에게 잡히어 탕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약기운 때문인지 멍하게 잠이 몰려왔다. 거푸 마른 기침을 하자 낮은 목소리가 물었다. 아가, 사과 먹으련? 이불 속은 따뜻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숨을 조금 들이쉬자 부드러운 손이 등을 쓸었다. 기분 좋았다. 일림은 도리질을 했다. 아니, 이대로 있을래요. 그리고는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던 차였다. 아주 잠깐이었던것 같은데 저 멀리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준 열쇠, 어디있니.

홍력이 먼저 일어나는 일은 잘 없었기에, 일림은 살며시 눈을 떴다. 아직 어두운 밤이었다. 경대 서랍에 넣어둔 열쇠 뭉치를 꺼내어 내밀자 얇은 입술이 빙그레 웃었다. 눈이 무거웠다. 곧, 어깨에 뜨개옷이 걸쳐졌다.

-가자.

아직 잠에 취한 일림을 안고, 홍력은 긴 복도를 걸었다. 어깨가 선득했다. 더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웅크리자 다시 큰 손이 등을 쓸어주었다. 한참을 걸어 어두운 복도 끝에 다다르자 홍력이 일림을 내려주었다. 낡은 자물쇠가 걸린 방이었다. 맨발에 닿은 마룻바닥이 시렸다.

-한번도 열어본적 없니?

일림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하얀 손이 제일 낡은 쇳지렛대를 골라 자물쇠를 열었다. 아직 멍했다. 곧 손목을 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시커멓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향 냄새가 진하게 났다. 어둠에 눈이 익자 낡은 단상 위에 놓인 긴 막대가 여섯개, 뒤로 하얀 백자 여섯개가 둥그러니 놓여있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첫번째는...

멍하니 선 등 뒤에서, 익숙한 품이 다가왔다. 곧 양팔이 목과 가슴을 끌어안았다.

-여길 나가고 싶어했어. 안된다고 했더니 곧 병이 걸렸지. 그러더니 다신 눈을 뜨지 않더구나.

귓가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일림은 여전히 멍했다. 요즘은 푹 잠드는게 버릇이 되었고, 잠귀도 어두워진듯 했다. 자꾸만 눈이 감겼다. 독한 향 때문에 약기운으로 멍해진 머리가 더 어지러웠다. 두번째는 정인이 있었단다. 아주 어릴적, 잠자리에서 어미가 읽어주던 동화책이 생각났다. 내가 없던 사이 담을 넘으려다 떨어졌지. 이 집은 담이 높은걸. 점점 소리가 줄어들었다. 세번째는 날 의심하더구나. 등 뒤로 닿은 체온이 따뜻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에 다신 입을 열지 말라했더니, 제 화에 못이겨 혀를 물었단다. 자꾸만 고개가 쳐졌다. 네번째는... 아, 향 냄새가 너무 독했다. 다섯...꾸벅, 고개를 떨구자 다정한 손길이 어깨를 감싸쥐었다.

-...마지막은, 나 몰래 이 방을 열었어. 그러더니 저 벽에 제 머리를 박았다더구나.

누가, 몇번째로, 뭘 했다고? 향 냄새가 머리를 흘러넘쳐 뱃속까지 꽉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기침이 나왔다.

-너는 어떠니.

눈을 비벼보았지만, 여전히 시선이 가물가물했다. 어느새 마주보고 선 홍력이 가만히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림은 버릇대로 팔을 뻗어 익숙한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졸려요.

잠시 고요해졌다. 그대로 잠에 빠지려는 찰나, 따뜻한 손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졸리지? 자는걸 깨웠구나. 응, 자러 갈까.

둥실, 꿈결처럼 발이 떠올랐다. 양팔로 따뜻한 목을 껴안았다. 곧 푹신한 이불이 몸을 감싸고, 노란 불빛이 톡 끊겼다. 버릇대로 이마를 디밀자 더운 품 속이었다. 오랜만에 꿈을 꾸는구나, 생각했다. 으응, 괜한 나른함에 투정을 부리자 보드라운 손길이 몸을 꼭 당겼다.

-내 사랑.

귓가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손을 더듬어 옷깃을 꼭 쥐었다. 몸을 웅크리자 머리 위로 살며시 입술이 닿았다. 어두운 밤이었다. 눈이 쌓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림은 눈처럼 내리는 잠에 쌓인채,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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