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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모란ts

ㅇㅇ(110.70) 2017.07.29 18:55:17
조회 1628 추천 60 댓글 12

														

그치지 않을것 같던 비가 멈추었다. 비구름이 물러가자 날이 뜨거워졌다. 새벽부터 공기가 더웠다. 아내는 체온이 낮아 끌어안고 있으면 서늘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가, 일어나야지. 아침이야.

-아가, 아침 먹기 전에 산책하러 갈까? 날이 참 좋구나. 더 더워지기 전에...

머리를 만져주다가 물어보자 아내가 큰눈을 깜빡였다. 지난번 크게 다친 후로 아내는 며칠을 일어나지 못했다. 피를 너무 흘린 탓인지 다시 눈을 뜨고도 제대로 걷질 못하였다. 매일 허리를 안고 방 안을 맴돌며 걷는 연습을 시켜주고, 다리를 만져주었지만 일으키면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상관 없었다. 홍력은 아내를 위해 바퀴가 달린 의자를 주문했다.

-수국이 저렇게 곱게 피었어. 아가, 저기 저 큰 송이를 꺾어다가 침실에 둘까? 수반에 담아두면 참 예쁠거야.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또 물에 빠질까 염려가 되어 연못을 메우고 위에 꽃을 가득 심었다. 외출해야하는 일들은 자우에게 맡기기로 하고 가능하면 아내 곁에 있기로 했다. 아직 어렸고, 겁이 많은 아내를 지난번처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무릎 위에 큰 꽃송이를 올려두자 아내가 시선을 떨구었다. 아가, 마음에 드니? 제일 큰 꽃송이야. 자, 들어가서 수반에 담그자. 시들기 전에.

-더 먹어야지. 네가 좋아하는 새우죽인데...

날이 더운 탓인지 아내는 식욕이 별로 없었다. 어르고 달래어 겨우 몇술 먹고 나면 도통 음식을 넘기질 않았다. 직접 수저를 들고 몇번을 통사정하여 아내의 입 안으로 조심스레 죽을 흘려넣었다. 싫다는걸 억지로 입을 다물게하여 고개를 젖혀 삼키게 했다. 약을 먹여야하는데, 빈속이면 괴로울거니까. 착하지, 우리 강아지. 겨우 죽을 다 먹이고 약을 먹였다. 시무룩한 아내의 입 안에 얼음사탕을 넣어주었다. 귀엽게도, 이내 입매가 부드러워졌다. 참 잘했어요, 우리 아가.

-차 마실거지?

아내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좋은 향이 난다고 옆에서 킁킁거리길래 한모금 주었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시무룩해졌다. 탕약처럼 써서 싫다고 하기에  각설탕을 넣어주어도 도리질을 했다. 그래도 향은 좋아했고, 예쁜 커피잔도 좋아하였다. 고양이발 같은 손잡이에 걸린 손가락을 물끄러미 보다가 품에 살며시 얼굴을 대고 당신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속살거리던게 얼마나 귀엽던지. 서재에서 일을 하면 낮은 탁상에 앉아있던 아내가 이따금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웃었다. 각각 찻잔과 커피잔을 두고 앉아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으응, 구두가 벗겨졌구나.

찻잔을 가지고 서재로 돌아오니 아내는 안락의자에 앉은채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이전부터 아내가 늘상 입고 다니는 시커먼 장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오랜만에 나가 예쁜 옷을 사다주었다. 허리가 가늘고 날씬한 아이라 긴 스커트가 어울렸고, 작고 하얀 발에는 예쁜 구두가 꼭 맞았다. 짙은 감색 스커트에 잘 어울리는 빨간 구두를 신은 아내는 인형처럼 사랑스러웠다. 바닥에 떨어진 구두를 신겨주고 조심스레 발받침 위로 두 발을 모아주었다. 저어, 구두를 선물해주면 도망간대요, 하고 귀여운 농을 하던게 기억이 났다. 한참 작은 발을 쓰다듬던 홍력은 빙그레 웃었다. 아가, 네가 도망갈리가 있니. 너는 내 아가인걸. 자, 약속. 이젠 집에선 예쁜 양장만 입기. 공주님처럼, 인형처럼.

-아가, 머리가 아파?

한참 서신을 쓰고 있던 차에,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내가 의자에서 떨어져있었다. 마루에 엎드린채 누운 동그란 이마에 식은땀에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크게 아픈 후로 아내는 예민해졌다. 옆으로 가자 큰 눈이 데구르르, 가만히 얼굴을 보았다. 눈물이 고여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어린것도 제 몸에 무언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리라. 살며시 눈물을 닦아주고 아내를 안아 서재 안쪽 긴 안락의자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미안하구나, 낮잠시간이었는데... 자리가 불편했니? 한숨 자렴. 그럼 기분 좋아질거야. 일어나서 간식 먹자.

아내는 곧 잠이 들었다. 기분이 좀 가라앉았으나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갈 기분이 아니었다. 아내에게 무릎을 베어주고 살며시 뺨을 더듬어보았다. 자리 보전을 하고 여름까지 타는 통에 그나마 조금 올랐던 살이 이내 쏙 빠져버리고 말았다. 마른 어깨와 팔을 더듬으며 속이 상했다. 그래도 잠이 든 아내의 얼굴은 아직 어린 아기처럼 맑갛고 사랑스러웠다. 바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졌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너를 아끼나보구나, 홍력은 아내의 찬 손을 쥐고 빙긋 웃었다.

-나른하구나, 그렇지?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내가 투정을 부렸다. 힘도 없으면서 자꾸 버르적거리는게 마냥 귀엽기만 했다. 살며시 안아일으켜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아내가 아프던 내내, 자우에게 일러 복숭아를 준비해두었다. 아픈 아내가 눈을 뜨면 좋아하는 것부터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과육을 작게 잘라주면 아내도 곧잘 받아먹었다. 좋아하는 간식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좀 풀렸는지, 아내가 다시 얌전해졌다. 머리를 보듬어주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일하는 동안 아내가 심심해할까 전축에 레코드를 걸어주고 품에 인형을 안겨주었다.

-아가, 오늘은 얼룩이가 왔구나.

해질녘 선선한 바람이 불면 아내를 데리고 대청으로 나갔다. 부러 마당 구석에 먹이를 두고 새나 고양이가 오게 두었다. 아내에겐 못내 미안했지만 다시 집 안에 짐승을 들이기는 싫었다. 아직 덩치가 조그만 얼룩 고양이가 자정향 나무 아래에 놓인 먹이를 몇입 먹고는 쭐레쭐레 대청으로 올라와 구석에 앉아 크게 애웅애웅 울었다. 아내의 시선이 저편에 머물렀다가 이내 눈꺼풀이 내리앉았다. 피곤한 모양이다. 홍력은 아내를 안아 안으로 들어갔다.

-예쁘기도 하지, 우리 강아지.

엉망으로 잘리었던 머리가 겨우 정리되었다. 구름 같던 머리를 잘라주면서 무척 속이 상했었다. 그래도 머리는 금방 다시 기를 수 있고, 아직 어린 아내는 단발도 어울렸다. 빗질을 해주고 자리에 뉘이자 아내가 다시 커다란 눈으로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살며시 손을 잡아주자 또 눈을 감는다. 아기처럼 순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곧 숨소리가 조용해졌다. 살며시 책을 치우고 남포등을 껐다. 어둡다. 손을 뻗어 마른 등을 쓰다듬었다. 품으로 가는 몸을 당겨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가, 잘 자렴. 예쁜 꿈 꾸고...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니.

두 사람이 잠들고, 곧 집안이 조용해졌다. 아니, 이 집은 소란스러웠던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풀벌레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무거운 바람이 가끔 꽃밭을 스치울 뿐인, 언덕 위의 담벼락이 높은 집. 사시사철 문이 열리지 않는 집. 어두운 앞뜰을 지나, 그늘진 저택.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동화 같은 가족. 예쁘고 착한 아내와, 다정한 남편. 다시는 검은 등롱이 걸리지 않을 고요한 집.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포근한 집.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위하는 예쁜 부부. 일곱번째만에 찾은 완벽한 사랑, 처음 알게된 사랑. 약지에 끼워진 반지처럼 영영 끊어지지 않을 약속.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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