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그리고리 소콜로프 선생의 피아노 솔로 신작.

판으로는 이번에 나왔으니 신작이 맞지만, 연주는 무려 2008년 잘츠부르크 리사이틀의 그것이니 연식이 좀 됐습니다.

레파토리는 모차르트 소나타 둘에 쇼팽 전주곡이 주. 앵콜로는 스크리아빈, 바흐, 라모를 짤막하게.

마음에 쏙 드는 판은 아니네요. 반 정도는 팬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듣는데도 말입니다.

이 양반의 쇼팽은 예나 지금이나 도무지 정이 안 가서 말이죠. 더군다나 여기선 분량을 반이나 잡아먹으니...

내달리기와 끈적함만 오가는 이상한 루바토는 앞으로도 좋아지지 않을 듯.

뭐 제 취향이 그렇다는 거고, 소콜로프의 쇼팽은 전통의 거장들(?)과 달리 색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며 좋아하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다른 레파토리는 제가 들어도 훌륭하고 말이죠. 모차르트는 걱정을 약간 했는데 의외로 멋있는 연주.

듣기론 소선생 본인도 이날 연주를 굉장히 맘에 들어했고, 그래서 그 깐깐한 양반이 판으로 찍는 걸 너그럽게 허락했다는 썰이.

...판매까지 7년이 걸렸으니 너그럽게 허락했다는 야그는 전혀 안 믿기지만.

링크는 라모의 르 소바쥬. 한글로 야만인 정도가 되겠네요. 다른 곡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우실 테니 좀 새로운 곡으로.

비록 다른 연주회지만, 스타카토인 듯 스타카토 아닌 스타카토 같은 쫄깃한 터치는 최근의 연주에서도 여전하십니다.

참. 이 판은 어디까지나 실황 녹음이니, 평소에 깔끔한 스투디오 싸운드를 선호하신다면 미리 확인을.

그리고, 아르헤리치와 플레트뇨프의 피아노 듀오 구작.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신데렐라를 피아노로 편곡한 것, 그리고 라벨의 엄마 거위가 수록되었습니다.

유명한 연주자의 유명한 판이고. 나온지 제법 된 판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재고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는 듯하고. 뭐 그렇습니다.

요즘 이렇다할 신작이 없어선지 클라식만 계속 듣게 되네요. 음악도 골고루 들어야 하는데 어째 꼰대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그래도 신데렐라 왈츠는 들어줘야죠. 백문이 불여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