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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단으로 당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27) 2014.11.25 05:26:51
조회 898 추천 72 댓글 10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졸음 운전을 하던 차가 순식간에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튕겨나오면서 에이단의 차와 부딪쳤다. 고속도로였던 탓에 에이단의 차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뒤집혔고, 한적하던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리처드는, 팔다리 골절은 외과적 수술을 마쳤고, 전두엽의 충격은 에이단의 의식이 돌아와 봐야 상태를 알 수 있을거라고 전해 들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에이단은 팔다리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코에 호흡기를 끼고 잠들어 있었다. 바싹 말라버린 에이단의 입술에 리처드는 젖은 거즈를 얹었다.


에이단이 눈을 뜬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조용히 눈을 뜬 에이단은 머리와 팔다리로부터 올라오는 묵직한 통증을 느끼고, 눈동자를 굴려 상황을 인식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병원이었고, 자신은 다친 상태였다. 불현듯 느낌이 이상해서 달력을 봤다. 2014년 11월이 펴져 있었다. 분명 2008년 9월인것 같은데....


그 때, 문이 열리고 키 큰 남자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에이단은 무슨 말을 꺼내려다 목이 너무 잠겨서 말을 삼켰다.


"에이단, 정신이 들어? 이틀동안 잠들어 있었어."
"....."
"간호사한테 얘기해야겠다. 잠깐만 있어 알았지? 물도 가지고 올게."


에이단은 자신에게 살갑게 구는 사람이 낯설었다. 다시 한 번 달력을 노려보면서, 자신에게 6년 2개월간의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을 자각했다. 순식간에 두통이 밀려왔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얹어진 지갑이 눈에 들어왔다. 에이단은 분명 그 남자의 것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레 열어봤다. 신분증에 있는 남자의 이름은 리처드 아미티지, 자신보다 12살 많은 사람이었다. 지갑 한 켠엔 자신과 리처드라는 남자가 장난스럽게 볼을 맞대며 웃는 사진이 꽂혀 있었다.


에이단은 이 남자를 모르면 안될 것 같았다.


병실 문이 열리는 인기척에 에이단은 지갑을 재빨리 원래 자리에 뒀다. 간호사는 간단하게 몇 가지를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오늘 몇년 몇월 며칠이에요, 몇 살이에요, 이 사람(리처드)은 누구에요 같은 것들. 에이단은 빠짐 없이 대답했다. 리처드는 안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간호사가 간과한 질문이 있었다. 사고는 어디서 났어요? 무슨 차를 타고 있었죠? 혹시 타고 있던 차 번호는 기억하나요?


에이단은 최대한 리처드의 오랜 연인인 행세를 했다. 나쁜 짓일수도 있지만,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이 왜 리처드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한 달 여의 입원 기간동안, 에이단은 리처드에게 꽤 익숙해졌다. 하지만 리처드는 에이단이 자신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저 기억이 돌아오게끔 익숙한듯 에이단의 배려에 맞춰 주고 있었다.


리처드는 에이단이 탄 휠체어를 천천히 밀었다. 산책이래봐야 병원 뒤 정원이었지만, 날씨는 꽤 좋았다. 뼈를 고정시켜놨던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이 얼마 뒤에 잡혀 있었다. 그 수술에서 회복하면 얼마 안 있어 퇴원이었다.


"날씨 좋네. 뭐 좀 마실래? 사과 주스도 있네 자판기에."
"그걸로 할 게."


리처드는 주머니를 뒤져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캔을 뽑았고, 치익 소리를 내며 캔을 따서 에이단에게 내밀었다. 에이단은 괜히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언제까지 이럴 순 없었다.



"리처드."
"....응?"
"....전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죠?"



리처드는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았다. 음료를 들고 있는 손이 떨렸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에이단은 솔직해지기로 했다.



"제 기억 속 마지막은 2008년 9월이었어요. 깨어난 첫날 당신 이름을 알았던 건 지갑을 봤구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와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사랑하고 있었구나 짐작했어요."



에이단은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리처드는 아직 캔을 따지 않은 채였다.


"6년이 지워졌고 한 달이 그 위에 덮어 쓰여졌어요. 내가 당신을 만났다는 4년은 지워졌는데 그 위에 얹어진 한 달이 당신에 대한 기억 뿐이에요. ...더 이상 당신을 속일 수가 없었어요."
"짐작은 하고 있었어. 믿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고. 4년 동안의 에이단과 이 한 달 동안의 에이단은 완벽히 같을 수는 없으니까."
"미안하다고는 안 할 게요. 적어도 이번 한 달 동안 과거가 어떻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해가 기울어져 갔고,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에이단의 휠체어를 천천히 밀어 병원으로 들어갔다. 정원을 나서기 전, 에이단은 리처드를 나즈막이 불렀다.



"리처드. 나 당신 한 번만 안아 봐도 돼요?"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키를 낮췄다. 에이단은 성한 한 팔을 크게 리처드의 등에 감고 끌어안았다. 리처드의 목덜미에서 풍겨오는 체향이 포근했다.








핵노잼 똥손 미안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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