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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이천년 전, 신은 인간을 구원하고 모든 죄를 사하며 돌아가셨다. 이 세상 모두가 다 아는, 솔라스 교의 바이블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래, 신. 신성하지. 우리 인간을 생각하는 그 마음, 사랑. 아주 자애롭지. 눈물이 날 것 같다.

근데 난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다. 신이 죽으면서 이 세상에 남긴 성혈. 그 피가 담긴 잔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피를 마시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신이 죽었고, 그 피를 마시는 거니 마시는 사람이 신이 되지 않을까?”하는 이야기가 세간에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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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아무래도 사색은 잠시 멈춰야 할 것 같다. 쓰러진 동료들의 피 냄새를 맡았는지, 베어다인 한 마리가 뛰어오고 있었다.

“인챈트, 파이어”

나는 빠르게 읊조리며 내 검에 다시금 불의 마법을 부여했다.

“크와앙”

베어다인은 그 육중한 몸에서는 나오기 힘든 빠르기로 나에게 돌진했다. 나는 옆으로 굴러 그 돌진을 피하며 뒤를 돌아 크게 한 번 다리를 베었다. 그러자 베어다인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넘어지며 거친 바닥에 미끄러졌다. 그 사이를 틈 타 검을 역수로 쥐고 베어다인의 목에 깊게 찔러넣었다.

“꾸륵..”

베어다인의 목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나다가 곧 소리가 멎었다.

“후.. 끝이 없네. 이놈들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는구만. 이 동굴이 아니기만 해봐라, 피터.”

테인 마을에서부터 약 4시간은 걸어서 온 동굴이다. 게다가 사방에 베어다인 투성이고. 대체 왜 깊은 산 속 아니면 보기도 힘든 이 녀석들은 죄 다 이 동굴에 몰려 있는 거지? 이 고생들이 다 피터 이 친구가 이 동굴 안에 신의 피가 담긴 잔이 있다고 해서 그런거다. 사실이면 뽀뽀를 백 번 해줘도 시원찮을 정도로 고마운 정보지만, 여태 그 녀석 전적으로는 뽀뽀 대신 꿀밤을 백 대 맥여주게 될 것 같다. 여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굴 안을 헤메던 나는 잠시 널려 있는 베어다인 시체를 쳐다보았다. 대체 베어다인을 얼마나 잡은거야. 그렇게 투덜거리며 나는 베어다인에게서 나온 곰 가죽을 챙기고 다시 동굴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라이트 마법을 켜둔 덕에 어둡지는 않았지만,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지는 건 여전하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걸었을까, 앞에 두 개의 갈림길이 보였다.

“어.느.것.을.고.를.까.요.알.아.맞.춰.보.세.요.딩.동.댕.동.그.라.미!”

오케이, 왼쪽이다. 그렇게 거침 없이 왼쪽 길로 들어간 순간,

-쐑

화살 세 발이 각각 양 옆, 위에서 날아왔다.

“흡!”

있는 힘껏 앞으로 굴러 피하고 뒤를 보자, 실 같은 가느다란 줄이 끊어져 있었다. 아마 내가 걸어 들어오며 함정을 작동시킨 모양이다. 휴, 이 정도 암것도 아니지. 나는 떨리는 손가락과 내려가는 입꼬리를 애써 무시하며 자신만만한 양 자기최면을 걸었다. 여튼 살았으면 된거지. 나는 라이트 마법을 하나 더 켜며 조심조심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걷다 보니 그 끝에는 막다른 길이 있었다.

“제길!”

역시 오른 쪽 길이었어. 다음부턴 딩.동.댕.동 까지만 세고 멈추자. 괜히 동.그.라.미 같은 이상한 걸 넣어서 그래. 그렇게 생각하며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오른쪽 갈림길로 접어든 순간

-틱

응? 무슨 소리지? 분명 아래에서 난 소린데.

...

밟았다. 무언가의 발판이다. 근데 동굴 속에 있는, 밟으면 틱 소리가 나는 발판이라니, 너무 수상하다. 일단 생각해보자. 발판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음... 아! 누군가 재미를 위해 설치해뒀구나. 어떤 심술궂은 사람이 이 동굴에 오는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함정인 척! 깜짝 놀라게 하려고 아무 효과 없는 발판을 설치해둔거다. 물론 발을 떼어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왜냐면 그... 이름 모를 심술궂은 사람이 놀리기 위해 설치해놓은 것일 테니까!

... 후,,, 그럴 리가 있겠냐. 누가 봐도 이건 함정이다. 이번엔 뭐가 날라오려나? 화살? 구르는 돌? 쇠창살? 뭐든 와라. 자.. 셋, 둘, 하나.

“으아아악!!!”

난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밟고 있던 발판은 함정발판이었다. 그 증거로 천장에서 불꽃이 뿜어 나오잖아. 제길, 화살도 돌도 쇠창살도 아니었군.

“앗뜨뜨”

나는 불이 붙은 가죽 튜닉을 검으로 잘라냈다. 후.. 살았다. 진짜 조심하자 페란아. 왼쪽 갈림길로 들어갔을 때도 같은 다짐을 했던 것 같지만, 분명히 기분 탓이다. 여튼 기분 탓이다. 그냥 그런 걸로 하자.

“라이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누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 하지만 다음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건 필요하지, 암. 역시 난 현명해. 난 그대로 이제는 세 개가 된 라이트 구체와 함께 다시 조심조심 걸어갔다. 그 끝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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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이었다. 아니 상식적으로, 상식적으로 말이야. 동굴이 있고 갈림길이 있으며는, 한 쪽에는 뭔가 그럴싸한 문 같은 게 있고 그걸 열면 막 금은보화에 레어 아이템 정돈 있어야 하는 것 아냐? 후... 오늘도 허탕 쳤다. 피터 새끼, 뽀뽀? 응 아냐. 꿀밤이야. 돌아가면 죽기 딱 직전까지만 때려주리라 다짐하며 한숨을 쉬는 순간,

“응? 이게 뭐지?”

막다른 동굴 벽에 있는 깨알 같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점...인가? 가까이 가서 살펴보자 점이 아닌 글자라는 것을 깨닳았다.

“마그니파이”

마법으로 확대해서 보자 고대 레바인 어로 쓰인 문구였다. 어디 보자...

“보이지, 않는, 길은, 없는, 길이, 아닐지니.”

이게 무슨 말이지? 보이지 않는 길은 없는 길이 아니라는 말은,, 음...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니까 “없는 길이 아니다.”라는 말은 “있는 길이다”로 해석이 되겠고 즉,

“보이지 않는 길은 길이다.”라는 문장이 성립한다. 말을 더럽게도 꼬아서 하네. 분명 저 문구 쓴 사람은 최소 70세 이상의 선문답을 좋아하는 늙은이일 게 분명하다. 여튼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군. 생각해보자, 보이지 않는 길? 이걸 직역하자면 눈에 아예 보이지 않는 길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눈에 아예 보이지 않는 길을 길이라고 할 수가 있는가? 넌센스군. 따라서 의역해보자면, 눈에 잘 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