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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문학] 오늘이 결승전 날이잖아? 오늘이 결승전 날이야! (上)

YS하늘나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8.23 0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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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델 현대문학 시리즈]

[수강신청문학] 개강 따윈 두렵지 않다네~

[라면문학] 입안에 가득 불볶면 물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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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렌델에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직 방학이지만 엘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마치고 식탁 앞에 앉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아렌델 여자 고교야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거든요. 동생 안나가 다니는 렛잇고등학교가 결승전에 올라갔기 때문에 엘사도 부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사실 렛잇고등학교는 꾸준히 4강까지는 올라가면서도 우승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좀 달랐습니다. 아틀란티카에서 오신 에리얼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으신 뒤로 팀 분위기도 좋아졌고, 팀워크도 더 탄탄해졌거든요. 특히 올해는 3학년 선수들이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난히 준결승전 상대를 꺾고 결승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렛잇고의 운명을 짊어진 선발투수는...


"엘사, 안나 아직도 안 일어났니?"

"세상 모르고 자는데요."

"쟤는 경기가 몇 신데 아직까지 저러고 있어?"

"두세요. 선발로 나가는 날에는 늦잠을 자야 컨디션이 올라온다잖아요."


아무래도 아직까지 자고 있는 모양이네요. 공부는 잘하지만 운동에는 서툰 모범생 언니와 반대로, 안나는 운동을 잘해요. 그 중에서도 야구를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야구를 해온 안나는 렛잇고의 필승 좌완 에이스로 고교여자야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여자고교야구에서는 보기 힘든 시속 120km의 빠른 속구가 자랑거리인 안나라서, 타자들 입장에서는 받아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공만 빠르냐하면 그것도 아닌게, 커브나 체인지업도 잘 던지기 때문에 여간 까다롭지가 않아요. 타자 코 앞에서 뚝 떨어지는 안나의 커브는 바로 여자프로리그에서 던져도 통할 거라고 에리얼 감독님이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안나가 타격을 잘 못하느냐? 모르시는 말씀! 아렌델 여자야구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기 때문에 투수도 타석에 서야 해요. 보통 타석에 들어선 투수는 적당히 배트만 휘두르거나 번트만 대고 들어오게 마련이지만, 안나는 그렇지도 않아요. 쉽게 배트가 나가지는 않지만, 일단 잘 들어온 공이다 싶으면 놓치지 않고 힘을 실어서 휘둘러 큰 아치를 그리는 우타거포! 안나의 경기를 보던 엘사가 "제발 어깨 생각해서 적당히 좀 휘둘러. 투수라는 애가 그렇게 무리하게 힘을 실어서 휘두르면 어떡하니?"라고 한마디 할 정도죠. 그런 언니한테 안나는 "무리하게 힘 실은 적 없어. 이때다 싶을 때 자연스럽게 배트가 나가는 걸?"하고 말해줬어요.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안나는 유독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장에 연습하러 갈 시간이 빠듯할 때까지 늦잠을 잔다는 점이에요. 평소에도 아침에 일어날 일이 없으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는 안나지만, 유독 경기가 있는 날에는 잠을 더 자려고 해요. 엄마도 그런 안나의 습관을 고치려고 해보셨지만, 한 번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를 했던 날 안나가 2이닝 6실점으로 완전히 깨지고 내려온 뒤로는 포기하시고 연습에 늦지 않을 시간에만 깨우세요.


"그래도 이제 일어나서 나가야지. 아무리 집 근처에서 경기한다지만 선수가 이 시간까지 자고 있으면 어쩌니?"

"제가 깨울까요?"

"그러려무나."


하지만 오늘은 엄마가 아침 식사 준비로 바쁘셔서 오늘 안나를 깨우는 일은 엘사의 일이 됐네요. 엘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안나의 방 앞으로 향했습니다.


─ 똑똑똑.

"안나?"


하지만 방 안에서는 안나가 코고는 소리만 들렸어요.


─ 똑똑똑.

"안나!"

"네에-!"


아무래도 언니의 목소리에 존댓말로 대답하는거 보니까 좀 잠이 덜 깬거 같네요.


"깨워서 미안한데..."

"어... 언니야? 아냐, 괜찮아. 나 아까부터 깼어..."


물론 엘사는 방금 전까지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곧이 곧대로 믿어줄만큼 바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장난기가 들어서,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거든요. 아니나다를까, 곧 방 안에서는 다시 코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엘사는 이번엔 방문을 쿵! 하고 두드렸어요.


"누구세요?!"

"아직 나야."


그 소리에 놀랐는지 이번엔 조금 톤이 올라간 목소리가 들렸어요. 엘사는 쿡쿡 웃으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역시 안나는 머리를 산발을 한 채로 침대에 앉아 있었어요. 엘사는 커튼을 열어 젖히면서 말했어요.


"좀 있다 아침 먹을거야. 너도 나가서 준비해야지."

"무슨 준비?"


아이고 맙소사. 아직도 잠이 덜 깼나봐요. 엘사는 한숨을 쉬고 말했어요.


"너 오늘 결승전 선발 아니니?"

"결승전... 선발..."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간신히 눈을 반쯤 뜬 안나의 시선이 달력에 가서 꽂혔어요. 오늘 날짜에 큼지막하게 동그라미가 쳐져있네요. 네, 오늘은 결승전 날이니까요. 그걸 보고서 정신이 들었는지 안나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결승전 날이잖아?!"

"그래... 결승전 날인데 아직까지 자고 있으면..."


그런데 엘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나는 침대에서 폴짝 내려와 언니의 손을 잡고 소리쳤어요.


"오늘이 결승전 날이야!"

"어...어?"


오늘이 결승전이라는 사실에 잔뜩 들뜬 안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방에서 달려나갔습니다. 엘사는 엉망으로 어질러진 이불을 보고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 그걸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요.


"정말 못말려..."



결승전 날이라고 엄마가 특별히 차려주신 아침식사를 마치자, 안나는 가방을 들쳐멨어요. 가족들은 모두 문 앞에 서서 안나가 나가는 걸 배웅해줬어요. 엄마는 안나를 꼭 안아주면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우리 딸, 긴장하지 말고 하던대로만 해."


아빠는 안나의 모자를 벗기고는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어요. 안나도 그게 싫지는 않은지 배시시 웃네요.


이젠 엘사의 차례인데, 뭐라고 해줘야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어요.


"잘 하고 와."


아, 이런 말을 하려던게 아닌데. 좀 뭔가 힘을 북돋아주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전에도 그렇고 왜 자꾸 안나한테는 틱틱거리는 말이 먼저 나가는지 몰라요. 하지만 성격 좋은 안나는 그런 인사에도 씨익 웃으면서 모자를 매만집니다.


"그럼 먼저 갈게요! 이따 봬요!"


오른쪽 어깨로 가방을 들쳐멘 안나는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받았다 하면서 집을 나섰어요. 그걸 보면서 엘사는 아빠를 흘끗 쳐다봤어요.


"아빠가 그 때 글러브만 잘못 사오시지 않았어도 안나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지는 않을텐데요."


그 말에 아빠가 허허 웃으셨습니다.


"그 때는 아빠도 야구를 잘 몰랐으니까. 그래도 저렇게 훌륭한 왼손투수가 됐으니 됐잖니?"

"에휴..."


사실 안나는 왼손을 잘 쓰지는 못해요. 그런데도 안나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건 어려서 아버지가 글러브를 잘못 사오셨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잡이용이라면서 오른손에 끼는 글러브를 사오셨거든요. 하지만 야구 글러브는 자주 쓰는 손의 반대편으로 껴야해요. 자주 쓰는 손으로는 공을 던져야하니까요.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가 사오신 글러브만 보고는 공은 당연히 왼손으로 던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야구를 시작한 안나는 그렇게 좌투우타라는 보기 힘든 패턴을 가진 선수가 됐던거죠.


안나를 먼저 보낸 가족들은 곧 각자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이제 경기까지 몇시간 남지 않았네요. 과연 안나는 학교를 여자고교야구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


* 이번 화의 상식


좌투우타(左投右打)

왼손으로 공을 던지고, 타석에서는 오른쪽 타석에 서는 형태로, 야구에서 가장 보기 힘든 투, 타패턴이다. 단 투수들의 좌투우타는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왼팔과 어깨 보호 때문이다. 타격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우타석에서 스윙을 할 때는 왼팔을 밀기만 하기 때문에 투구할 때와는 정 반대로만 움직인다. 그래서 스윙할 때 왼팔과 어깨에 무리하게 힘이 실리지 않기 위해 그냥 우타석에서 나서는 것. 사실상 전술로써 의미는 전혀 없는 케이스이다. 비슷한 의미로 우투좌타인 투수들도 볼 수 있다. 다만 이유없이 그냥 본인이 편해서 좌투우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의 경우가 좌투우타인데, 재미있는건 원래 류현진은 양손잡이에 가까운 오른손잡이라는 것이다. 아주 어렸을때 아버지가 왼손잡이 글러브를 선물로 사줬기 때문에 왼손으로 공을 던져야 하는줄 알았다고 한다. 이는 작중 안나의 설정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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