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토아는 툴툴거리며 들고 있던 모아나를 해먼드 앞에다가 떨궜다. 모아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채,
집게발에 찍혀있던 배를 끌어안고는 쿨럭거렸다.
그런 모아나를 보고, 해먼드는 씨익 웃으면서 모아나에게 손을 건넸다.
모아나는 절뚝거리며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마우이는 씩씩거리며 몇번이고 갈고리를 고쳐잡았지만, 곧 화를 삭히고 심호흡을 한 다음에, 해먼드 앞으로 걸어나왔다.
다만, 타마토아와 눈이 마주치자, 서로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쾅!
저 먼 발치에서 갑자기 묵직한 충격음이 들려왔다. 해먼드, 모아나, 마우이 모두 화들짝 놀라서
뒤로 돌아 동굴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오로지 타마토아만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이동네는 원래 이래. 또 누구들끼리 싸우나 보지 뭐."
상황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자, 해먼드는 최대한 친절한 얼굴로 마우이에게 말을 건넸다.
"참 죄송하게 됬습니다. 저 친구가 정말 무례하죠?'
마우이는 그 말에 타마토아를 보며 씨익 웃었고, 타마토아는 궁시렁거리며 그 큰 몸을 이끌고 동굴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마우이는 그런 타마토아를 보고는 고소해하다가, 문득 해먼드가 의심스러워졌다.
"무슨일로 우릴 찾는거냐?"
"예? 그게 무슨...?"
당황한 해먼드는 한쪽 눈썹을 찌푸렸지만, 입꼬리만큼은 올라간채로 계속 웃고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마우이는 더욱 거세게 말을 이어갔다.
"네놈이 우리를 보고 싶어 한다는데, 저녀석이 배를 부쉈지. 넌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우리를 찾았어. 내말 틀렸나?"
그 말을 들은 해먼드는 표정이 괴기스럽게 일그러졌다.
비록 긍정적인 표정의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할만큼 기분이 나빠진, 그런 얼굴이었다.
"역시 반쪽이라도 신은 신이군요, 중요한건 그게 아닙니다. 부탁드릴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녹초가 된 모아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마우이의 팔뚝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마우이와 눈이 마주치자 바람빠지는 소리로 말했다.
"온 이유는 달성했잖아... 그냥... 가자..."
힘없는 모아나를 보고 마음 약해진 마우이는 해먼드를 향해 콧방귀를 한번 뀌어주고는
뒤로 돌아섰다.
해먼드는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리고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오... 안돼, 안돼. 이러면 안되지..."
그러고는 갑자기 소리를 꽥 하고 질러댔다.
"멈춰!!!"
갑자기 내지른 그의 비명에 뒤돌아가던 마우이와 모아나가 멈춰서서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너한테 바라는건 괴물 하나를 잡아달라는거야. 그게 네가 하는 일이라며? 이래도 내말이 그렇게 듣기 싫나?"
마우이는 두눈을 부릅뜨고는 갈고리로 해먼드를 겨누며 말했다.
"너같은 놈의 말은 듣고싶은 마음도, 믿어줘야 할 이유도 없어. 그러니까 신경 끄시지!"
"이런 빌어먹을... 좀 친절하게 하려고 했더만..."
해먼드는 허리춤에서 권총 한자루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 총을, 자신을 위협하는 마우이가 아니라, 그 옆에 서있는 모아나를 겨눴다.
총을 처음 본 마우이와 모아나는 희안하다는 듯이 유심히 쳐다보았다.
해먼드는 심드렁하게,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보통 총으로 겨누면 질질 싸면서 쫄던데... 이 멍청한 원숭이들 같으니..."
탕!
모아나는, 눈이 휘둥그레 커지고, 턱이 뚝 떨어졌지만, 비명소리는 내지 못했다.
그저 한손으로 팔뚝을 꽉 잡고 비틀거리다가, 힘없이 픽 쓰러졌다.
"모아나!"
마우이는 갈고리를 내던지고 모아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총에 맞은 자국을 확인하려고 했다.
팔뚝을 꽉 붙잡은 그녀의 손가락 틈 사이로는 피가 새어나왔고, 흙바닥을 붉은 색으로 적셨다.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차고 울먹거리다가 고통에 겨워 흐느끼기 시작했다.
"에이, 원래 이쁘게 배를 겨누고 쏜건데 말이야, 나도 참 사격솜씨가 떨어진단 말이지."
오히려 이죽거리며 웃고있는 해먼드의 모습을 보자, 마우이는 벌떡 일어나 그의 앞으로 가서,
큼지막한 손으로 한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당황한 박사는 총을 한번 더 쐈지만, 총알은 마우이의 피부에 부딫히고는 찌그러진 채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목이 졸린 채 공중에 떠서 대롱거리는 그를 향해 마우이가 물었다.
"무슨 짓을 한거냐."
해먼드는 허공에 버둥대면서 목이 막혔지만 기어코 짜내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ㅈ...죽으면... 니...애완동물도... ㄷ...뒤지겠지..."
화가 단단히 난 마우이는 그를 땅에다 집어 던졌다.
바닥에 엎어진 채로 졸렸던 목을 부여잡고 콜록거리던 해먼드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마우이를 비웃었다.
"이제야 내 말을 좀 들어주려나?"
"말해. 당장."
해먼드는 눈을 크게 뜨고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그의 정신나간 웃음에 마우이가 그르렁거리자,
웃음을 조금 멈추고는 입꼬리가 올라간 채 말을 시작했다.
"하하... 우리 같이 작은 거래를 하자고. 넌 내가 보내준데로 가서, 내가 잡아오라는 괴물을 잡아오면 돼. 알았어?
그러면 나는 얘를 치료해 줄꺼야."
해먼드는 절룩거리는 다리를 이끌고는 고통에 겨워 울고있는 모아나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가까이가자, 마우이가 갈고리로 겨누면서 위협했다.
"어이!"
"어디보자..."
반신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해먼드는 총상을 부여잡고 있는 모아나의 손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모아나는 손을 떼는 것 만으로도 끙끙거리며 고통에 신음했다. 그는 수갑을 꺼내서, 한쪽은 그녀 팔목에,
반대쪽은 동굴 벽에 자란 석주에 걸었다.
"자, 니가 좋아하는 이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3일 뒤면 죽는다고 보자구."
해먼드는 눈물로 젖은 모아나의 뺨을 꼬집었다. 그리고는 마우이를 보며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자, 이 그림에 나온 괴물을 산채로 잡아다 줘. 아 물론 제정신인 채로 데려오면 난리법석일 테니까,
몸 말고, 정신만 뭉개놓고 데려와 달라구 알았지?"
외투 안쪽에서 뒤적거리며 책을 꺼낸 해먼드는 종이 한장을 북 찢어서, 마우이에게 던졌다.
마우이는 그 종이를 받고는 구겨진 페이지를 펼쳤다.
"이건... 괴물이 아니잖아..."
"오, 그건 오해야. 사람의 탈을 쓴 괴수라고! 손끝하나 까딱하면 사람 하나 얼어 죽는거야! 팔 한번 휘저으면 온 마을이 얼어붙고!
이 재앙같은 괴수를 니가 잡아줬으면 하는거야.... 뭐, 사흘 안에 말이지만."
해먼드는 한쪽 손만 수갑에 걸려 위로 들어올린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아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기계장치를 손에 바꿔들고는 몇번 눌러 조작을 했다.
"좋아, 다시 랄로타이의 입구로 나가도록 해. 그러면 그 근처에 도착하게 될꺼야."
마우이가 땅에 떨어진 갈고리를 주워들고는 해먼드에게 겨눴다.
"모아나가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네놈은 차라리 자살을 바랄 정도로 만들어주마."
해먼드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옆에서 녹초가 되어있는 모아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리고는 다른 손으로 모아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냄새를 맡았다.
"있지, 난 네가 없는 동안 얘랑 놀고 있을거야. 아주 재밌을거야 그치?'
모아나의 얼굴을 쓰다듬는 그를 보자 마우이는 갈고리로 동굴 벽을 후려쳤다.
또 한번 동굴 전체가 흔들렸고, 비틀거리던 바윗돌들은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이를 뿌득뿌득 갈던 마우이는 거대한 매로 변해서, 동굴 밖으로 나갔다.
또 한번 동굴이 흔들리자, 타마토아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어이! 또 무슨 일이야?!"
"타마토아! 너 줄 간식이다! 먹어도 돼!"
해먼드는 모아나의 머리를 짚고 일어섰다. 모아나는 아파할 힘도 없었다.
"어이, 걔 죽이면 마우이가 가만히 안 있을텐데?"
타마토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해먼드는 너무나도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얘는 쫌 있으면 죽어. 구라 친거야!"
그리고는 피를 흘리며 기진맥진 해 있는 모아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렇게 해먼드는 모아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숨이 점점 얇아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냥 죽이기는 쫌 아깝긴 한데... 진짜 좀 놀아줄까?"
모아나는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와중에도, 마지막 남은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서
쪼그려 앉은 해먼드를 발로 쳐냈다.
"워후! 나 얘 맘에 들어! 어이, 너 얘 먹지 말아봐."
뒤로 고꾸라진 그는 오히려 웃으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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