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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장편] 겨울왕국 검은화살 Ep.13

앙졸라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18 22:15:43
조회 1351 추천 21 댓글 5

전편 통합링크 : https://gall.dcinside.com/frozen/3079403


-북쪽산 정상 인근


어쩌다보니 올라프가 '마시멜로'라고 이름 붙인 얼음 괴물에 쫒겨 달아나던 안나 일행은 엉겹결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옷에 묻은 눈을 잔뜩 털어내야 하는 처지였다.


"휴, 어쨌든 당신 말이 맞네요. 이불처럼 폭신할 거라는 거."


"당신 머리요."


크리스토프가 안나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왜요, 머리에 눈이라도 묻었어요?"


"그렇진 않지만... 점점 하얘지는군요."


"어, 진짜요? 보기 나빠요?"


안나가 약간 천진하게 외쳤다. 크리스토프는 대답하기에 앞서 잠시 주저했다.


"그건 아니지만.."


"방금 너 망설였어."


올라프의 머리가 별안간 튀어오르며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올라프의 머리를 붙잡아 몸통에 거꾸로 붙인 다음 고민에 빠졌다.


"그런 의미로 망설인 게 아니에요. 그 얼음광선, 당신이 맞은 거 맞죠?"


"뭐, 그렇죠. 사실 원래 하얫던 부분도 우리 언니가 그런 거라던데..."


"사실이에요. 그땐 여왕이 당신의 머리를 가격했죠."


안나가 실눈을 뜨고 크리스토프를 쳐다보았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내 질문 먼저. 지금은 그 광선에 어딜 맞았죠? 의식을 잃지 않은 걸 보니 머리는 아닐테고... 설마..."


"가슴이요. 그 뒤로 심장이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긴 하는데..."


크리스토프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올라프는 끔찍하단 표정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끔찍해! 근데.... 왜 끔찍한거지? 어쨌든 끔찍해!"


"실제로 끔찍한 일이야, 올라프. 안나, 지금부턴 날 따라와요. 내 친구들에게 데려다줄게요."


"당신 친구들이요? 음... 동료 얼음장수들?"


"그 사람들은 그냥 아는 사람들이고, 친구들은 따로있죠. 내가 당신에게 말해준 수많은 지식들. 다 어디서 배웠을 것 같아요?"


-아렌델 왕국


신경전.


지금 왕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렇게밖에 묘사할 수 없었다.


여왕은 도주했다.


공주는 그녀를 쫒아갔다.


섭정은 살해당했다.


그리고 한스 왕자마저 공석인 지금 상황에서, 왕국을 누가 이끌어야하는지는 이들이 신경전을 벌일 제 1 급선무였으며, 토마스 경을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문제는 제 2 급선무였고, 그리고 토마스 경 사건을 누가 수사지휘해야하는가는 제 3 급선무였다.


"검은화살의 일은 예전부터 내 소관이었소."


세바스찬경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내게 맡겨두시오. 이번에는 반드시 이 일을 종결짓겠소."


"3년 전에 왕가 부부가 살해당해도 종결짓지 못한 문제를, 이제와서 종결지으시겠다? 우리가 당신 능력을 어떻게 믿지?"


위즐튼의 공작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번 사건과 그 사건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때는 대부분의 증거가 바닷속에서 유실되었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세바스찬경이라면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겁니다."


3년 전의 사건에 대해 조금 들은 바가 있는 코로나 왕국의 부마가 끼어들었다. 이를 필두로 해서 수많은 외국 사절들이 너도 나도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라는 거야?"


"우리는 안전한건가?"


"사절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시오!"


"우선 당시 성내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체포해야하겠소!"


그 순간, 세바스찬경이 못참겠다는 듯 한 발을 바닥에 쾅 굴렀다.


"모두들 조용히좀 하시오!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의 사절이던간에, 여긴 아렌델이고 지금은 아렌델의 비상사태요. 애당초 내가 왜 당신들의 의견을 묻고 행동해야한단 말입니까? 내가 모든 걸 알아서 할테니, 당신네들은 입 닫고 폐하가 무사히 돌아와 이 땅을 다시 녹여주기만을 기도하시지."


세바스찬경은 옆에서 싱글거리고 있던 다니엘 경 쪽으로 돌아섰다.


"다니엘 경, 섭정의 집무실로 가서 토마스 경의 서류를 모두 내 집무실로 가져와주실 수 있겠소? 나는 병영으로 가서 병사들에게 이번 사건의 수습 관련 지시를 내리지."


"아,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다니엘 경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트롤들의 땅


"미친 게 틀림없지? 근데... 뭔가 익숙하단 말야, 여기도."


크리스토프가 바윗덩이들에게 정겹게 말을 거는 광경을 보고 올라프가 중얼거렸다. 안나는 올라프 못지 않게 당혹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크리스토프의 말을 조금은 믿어보기로 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때였다.


바윗덩이들이 일제히 굴러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안나 일행을 에워쌌다. 


그리고 바위에서 별안간 솟아나오는 팔 다리...


전설 속 트롤들이었다.


"크리스토프다!"


"크리스토프가 돌아왔어!"


"게다가 여자도 함께!'


"짝을 데려온건가?"


한 작은 트롤이 당돌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크리스토프는 허리를 숙이고 그 트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이유 때문에 온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녀는 약혼자가 있어."


"약혼자가 뭔데?"


"결혼을 하기 전... 미리 약속을 해두는 거지. 인간들이 흔히 하곤 하는 예법이야."


"하지만 크리스토프, 우린 인간의 법도랑은 별 상관이 없잖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직 그렇게 강요할 순 없단다."


크리스토프가 상냥하게 대답해주었다. 안나는 놀란 표정으로 트롤들을 둘러보느라 크리스토프와 트롤의 대화는 듣는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트롤들이다! 트롤들!"


...올라프는 이미 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트롤 한 마리에게 정겹게 인사를 하려던 안나가 심장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뒤로 주춤거렸다.


그녀의 머리카락 한 줄기가 더 흰색으로 변했다.


"안나!"


크리스토프가 황급히 안나를 붙잡으며 외쳤다. 그들 주위를 신기하게 맴돌고 있던 트롤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듯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아픈가봐! 이럴 땐 패비 할아버지를 불러와야겠지?"


"패비할아버지가 필요해!"


"저 머리카락...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랑 비슷한데?"


"바보야! 진작 못알아봤냐? 저 분은..."


"아렌델의 공주마라라고!"


누군가 그렇게 크게 외치고 나서야 트롤들은 상황을 파악한 듯 눈을 껌뻑거리며 공주를 올려다보았다. 


"엘사 공주님이... 그 때 이후로 다시 무슨 일을 벌이신건가?"


"설마..."


그 때, 트롤들의 군중을 가르고 나이든 트롤 하나 졸린눈을 비비며 걸어나와 분지 한 곳에 놓여있던 바위 위에 올라섰다. 


"패비 할아버지!"


"그래, 크리스토프. 소란은 대충 들었다. 무슨 일이지?"


"얼어붙은 심장에 대해서요. 급해요."


트롤들 사이에서 헉하는 비명소리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패비 노인의 얼굴에도 깊은 수심이 들어찼다.


"설마... 이번엔 마법이... 심장에 적중한거냐? 안녕하십니까, 공주마마. 물론 안녕하실리 없겠지만요."


"에... 보기보단 안녕해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트롤 노인씨?"


안나 공주가 급격히 진지해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트롤 노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제 이름은 패비라고 합니다. 공주님이 어릴 때 한 번 뵈었지요. 물론 기억하지 못하실겁니다만. 공주님, 정말로 언니 분의 마법이 공주님의 심장을 가격했습니까?"


"네... 그래요. 때문에 머리카락도..."


"그렇다면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크리스토프. 내가 이전에 얼어붙은 심장에 대한 이야기는 해준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한다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저주. 그렇게만 이야기해줬지. 그리고 아마... 엄청난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도?"


패비 노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잘 듣거라. 공주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너희들도 모두 다. 이런 사건이 결코 벌어지지 않길 바랐다만, 이미 벌어졌다면 모두들 알아두는 쪽이 도움이 될테니까."


일순간 트롤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패비노인은 숨을 한 번 가다듬고는 입을 열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심장은, 들으신 바와 같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끔찍한 저주 중 하나입니다.


얼어붙은 심장은 소유자에게 무한한 생명력을 제공합니다. 얼어붙은 심장은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만 녹을 수 있고, 그 심장을 가진 자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그 심장에서 내뿜는 생명력이 영혼마저 얼어붙게만들어 영혼을 영원히 고정시키기 때문이지요."


"그거... 좋은 거 아닌가요?"


"좋다고요, 공주님?"


패비 노인이 살짝 날선듯이 말했다. 그는 이내 자신이 너무 날카롭게 말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죽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죽지 못하는 겁니다. 공주님. 그리고 그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를 타고 난 사람이 바로... 얼마 전 대관식을 치르신 엘사 여왕님이십니다."


-엘사의 얼음궁전


한스가 위즐튼의 활잡이, 곧 에릭에게 은밀한 신호를 보냈다. 저 거대한 얼음괴물은 자신이 상대할테니 주저하지말고 계단을 뛰어올라가 궁전으로 쳐들어가라는 신호였다. 마시멜로가 에드버드경과 한스 왕자를 훌륭하게 가로막는 사이 에릭은 재빨리 석궁에 화살을 끼우고 마시멜로를 따돌리고 얼음 성에 침투하는데 성공했다. 미처 침입자가 여기까지 들어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엘사가 당황하는 사이, 에릭은 주저하지 않고 여왕을 향해 석궁을 겨누었다.


"아렌델을 얼린 데에 대한 사형선고요!"


변명 한 마디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에릭이 엘사를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이 여왕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가 그녀의 어께에 박혔다. 엘사는 고통에 못이겨 비명을 질렀지만, 에릭은 바로 그 직후에 일어난 일에 경악해 다음 화살을 석궁에 끼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여왕이 자신의 어께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화살을 뽑아낸 다음 땅에 내동댕이친 것이었다.


여왕의 어께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상처는 빠르게 아물어가고 있었다.


"지...진짜 괴물이었군.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에릭의 말에, 여왕이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보고 싶다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지."


-트롤들의 땅


"무슨 소리에요? 그럼 엘사가...불멸의 존재라고요?"


안나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패비 노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은 얼어붙은 심장만 타고 난 게 아닙니다. 그 심장을 감당할 수 있는 육신을 함께 타고 났죠. 얼어붙은 심장은 저주지만, 냉기를 다룰 수 있는 두 손은 축복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그분에게는 별 다른 문제가 없을 줄 알았고, 얼어붙은 심장은 저절로 녹아내려 축복만을 지닌 아름다운 마녀로 거듭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된 모양이군요."


"어떻게요?"


"오직 얼어붙은 심장의 소유자만이 다른 사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안나 공주님. 공주님은 언니분과는 다릅니다. 얼어붙은 심장을 감당할 수 있는 육신을 타고나질 않으셨지요. 그 말은 즉슨, 심장이 얼어붙는 것과 동시에 공주님의 육신또한 영혼의 운명을 따를 거라는 겁니다. 공주님의 육신은 온전히 얼어붙어 파괴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마치 죽은 듯, 고요하게 움직일 수 없겠지만, 불멸의 존재가 되어버린 영혼은 그 안에 갇혀 영원히 육신 안을 떠돌게 되지요. 그렇기에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저주인 겁니다. 마치 죽은 몸 안에 산 영혼을 가둔 것과 같으니까요."


"그런...!"


크리스토프가 충격에 빠진 얼굴로 탄식하듯 외쳤다. 트롤들 또한 극심한 걱정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안나는 심장이 철렁하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된 말을 꺼낼 여력조차 가지기 힘들었다.


"방법... 방법이 있을거에요, 할아버지. 심장을 녹일 방법이요."


"크게 두 가지가 있지."


패비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번째 방법은 얼어붙은 심장의 보유자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불멸의 저주는 깨지고..."


"무슨 소리에요? 무한한 생명력 때문에... 죽을 수 없다면서요?"


안나가 말을 끊고 들어왔지만, 트롤 노인은 그리 기분이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초연하게 남의 말을 다 듣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겠지.


"딱 하나. 얼어붙은 심장마저 죽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패비노인이 뭔가 대단한 것을 이야기하려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안나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패비노인을 바라보았다.


"인간에 의해서는 죽을 수 없는 자가 얼어붙은 심장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프가 입을 열고 끼어들려 했지만, 패비 노인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아그나르 폐하께서는 그를 검은화살이라 부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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