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럼 처음엔 작은 돈이었습니다. 

동남아에 직장을 잡고 생활을 하며 지루함에 슬롯머신 게임장에 다니게 되었죠.

첨엔 50불 100불씩 따서 그 돈으로 있는척 행세하는게 즐거웠습니다.

낯선나라의 여성들은 또 한국에서는 겪어본적 없는 환대를 해주었구요.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첨에 몇년간은 마이너스도 플러스도 아닌 상태로 인생을 즐기면서 참 좋았습니다.

약 5년차가 되어가는 중, 일도 잘 안풀리고 또 놀아도 놀아도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신용카드를 긁어서 슬롯머신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하고 발급받았던 신용카드는 한도가 250만원에 현금서비스 30만원이었습니다.

지금요? 6년동안 거의 매달 풀로 긁고 잘 갚았습니다. 지금 한도는 1700만원에 현금서비스 400만원입니다.

배팅은 점점 커지고 판돈으로 들고 가는 돈도 천불 이상(들고 가는 돈이 아니죠, 카드 한도니까요) 되어야 게임할 생각이 났습니다.

아 그게 아니라 카드 한도가 채워지면 당연히 게임을 할 생각이 났죠.

그래도 이때 정신차렸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아니었겠죠.

어느 쌀쌀한 겨울날이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전날 술을 과하게 먹어 숙취가 심했습니다. 일하기 싫었죠.

점심을 먹고 시내로 나와 발마사지나 받고 들어가야지 하고 나왔어요.

지나는 길에 호텔 게임장에 택시를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카드를 긁어서 게임을 했죠. 그날따라 첨부터 따는 바람에 저녁엔 지인들과 거하게 한잔 먹어야지 하고 돈을 움켜쥐고 나오는 순간,

백불만 하고 머신에 돈을 넣었습니다. 그때부터 십몇분동안 몇천불을 읽고서 눈이 돌았나봅니다.

전까지는 카드를 긁어도 다음 월급으로 해결할 계산을 하고 게임을 했는데, 한도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가 캄캄하더군요. 돈을 구해야 하니까요.

어쩌나 고민하던 찰나, 카드 명세서 보러 들어간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딱 제눈에 들어온건,

누구누구 고객님은 무방문 무서류 카드론 대출한도 얼마입니다 하는 문구였어요.

바로 눌러서 들어가보니 17프로 정도 이자로 1000만원 대출 받는데, 5분정도 걸리더군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해외 승인 받은 카드매출은 며칠 걸려요), 카드 긁은 거 정리하고 

다시 다 잃고 갚고 또 그걸 다 잃고 나니, 천만원을 빌리기 전 상황으로 바로 돌아갔어요.

아 이러면 안되겠다 정신차려야지 하고, 주변에서 돈을 빌려 막긴 막았죠.

그리고 두어달 후 퇴사를 하며 퇴직금 받아 친구들 빚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1년쯤 쉬었어요. 

퇴직급여가 나왔고, 카드빚은 조금씩 갚고 알바뛰면서 생활비 쓰구요.

즐겁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있는척, 다 가진척하면서 한구석에 불안했던 마음이 없어지고 

원래의 제 모습을 찾는 것 같아 나름 행복했어요.

그리고 일년만에 다시 취직을 해서 돌아온 동남아.

잘 살것 같았어요. 자신도 있구요. 돈만 좀 모으면 내 사업 시작할 생각을 하며 들어왔죠.

처음 1년은 운좋게도 카지노 귀신을 잘 다뤘던것 같아요.

새직장 선배 상사들과 술한잔 하고 슬롯머신 게임장에 가도 

할줄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하면서 백불 이백불씩 받아서 놀다오고 했는데

별 감흥도 없고 느낌도 없었거든요.

그러다 어느날 회사 사람들 다 한국들어가고 저 혼자 남아있던 기간

다시 카지노 귀신에 씌여 그동안 모아놓은 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배팅은 훨씬 커지고 돈을 따도 그냥 나올 수 없어서 결국 다 잃고 나오기를 여러회.

지금 상황은 카드는 1700만원 다 긁었고, 저축은행 두곳에 대출이 5000만원 정도 됩니다.

지난주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갈때까지 다 한것 같아요.

지금은 회사에 앉아 그냥 멍하게 있습니다.

당장 3월달 카드값 메워야 하는데 그거 막으려고 남겨둔돈도 다 잃었어요.

뭐 막연하게 지금 끊겠다 이런 말은 못하겠네요. 그치만 이 카지노 귀신은 제가 죽어야 절 놔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