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피아노나 기타는 혼자서 솔로로도 공연다니는 것도 가능하고, 윈드는 독주로 길게는 몇십분 때울 수 있는데

베이스는 독주나 즉흥연주를 하면 5분만 해도 사람들이 지루해함.

음도 너무 낮고 음역도 좁고, 고음을 하려 해도 탁하기 그지없고, 고음은 다양한 색깔이 있는데 저음은 너무 어둡고 뭉툭해서 레퍼토리의 확장성도 없고 그냥 너무 단순한 듯 하다.

그니까 베이스라인 깔아줄 때는 아름다운데, 솔로연주에 있어서는 음악적 가치가 거의 없는 듯. 독주악기로서의 가치는 없다봐도 됨. 걍 보조 악기에 불과한 듯.

좀 안타깝더라. 재즈의 자유로운 정신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악기임. 저음의 굴레에 매여서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무저갱에 갇힌 느낌임. 그냥 저음셔틀에 지나지 않음.

베이스 즉흥연주 때는 피아노나 기타로 컴핑을 해주는데, 앞에 나와야 할 멜로디 악기들이 뒤로 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밑에 깔린 저음이 위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느낌임. 전면에 나서야 할 멜로디악기의 음들이 반주를 해주고 밑에 깔려야 할 베이스가 멜로디를 연주하려고 애쓰는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가 않음.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은 자기들도 그렇단 거 아니까 임프로 할 때도 제대로 멜로디 때리지 않고, 음악적으로 가치가 없는 시간때우기식 연주만 하거나, 스트링이나 윈드 연주자들이 절대 하지 않을법한 코드만 맞는 요상한 속주자랑을 하는 거지.

베이스기타 얘긴 아니지만 비슷한 이유로 많은 슬랩퍼들이 자기 연주차례가 되면 어차피 멜로디 연주해봤자 소용없는 거 아니까 슬랩 플럭 무한 난사하는 식으로 멜로디 없는 떽떽이로 일관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막말로 그냥 기계로 대체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듦. 베이스에 기계장치를 하면 입력된 악보대로 기계가 알맞게 연주해주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