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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5.29. 제 6부(2)

l헤실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01 09:30:13
조회 334 추천 1 댓글 1







14




"모든 일의 시작은, 주군의 어머니께 있어요."


"주중원씨의 어머니.."


"그리고 이 일에 기름을 부은 건, 문성현씨의 죽음이에요."


"문성현..씨요?"


"저의 하나 밖에 없는 혈육... 조카랍니다."


"네..?!"


"... ..."




공실의 두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그동안 공실은 너무 많은 것을 참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불안해하는 중원을 보면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공실은, 자신이 없는 동안에 중원에게 일어난 '그 사건'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했다. 드디어 무언가를 알게 된 순간에 자꾸 뜸을 들이는 고여사가 답답했지만 죽은 조카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공실은 마지막 남은 인내심을 발휘해 입을 꾹- 다물고 고여사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먼저.. 성현이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태양이 알게 되면, '그 사건'을 이해하기가 더 쉬울 거에요."




말을 잇는 고여사의 눈가가 빨갛게 변하며 조금씩 눈물이 맺혔다. 자신의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들어 눈가를 훔친 고여사는, 이번에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실에게 이야기를 했다. 문성현. 그 사람은 고여사의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 성현은, 18세가 되던 해에- 중원이 희주, 한나의 사건을 겪은 바로 그 나이에-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여전히 착한 성품은 그대로였지만 예전에는 없던 그늘이 그의 얼굴을 자주 덮었다. 성현은 고여사의 도움을 받아 혼자 자립하기 시작했고, 비록 불편한 몸이었지만 그랬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살았다. 적어도 고여사는 그런 줄 알았다.




"...나는, 그 아이가.. 정말 열심히 사는 줄로만 알았어요. 워낙에 일이 많다보니, 제대로 신경을 써 줄 수 없어서 참 미안했는데.."


"그럼.. 문성현씨는..."


"성현이는.. 그런 게 아니었던 거에요. 태양. 그 아이는 외롭고 고된 삶에 지쳤어요. 그래서.."


"... ..."


"나쁜 길을 택하고 말았죠."


"나쁜 길..이라 하면,"


"성현이가 일을 하는 도중에 사고가 났어요. 그 날은, 주군이 지방으로 출장을 간 날이었는데... 길가에 쓰러져 있는 성현이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다 주셨더군요."


"주중원씨가요?"


"네. 지금도 참..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튼, 성현이의 보호자를 찾던 중에 휴대폰에 있는 제 번호를 보고 연락이 오셨어요. 저는 그 당시 홍콩에 있었기 때문에, 당장은 갈 수 없었습니다."


"아.."


"그런데 주사장님께서 대신 보호자 역할을 해주셨어요. 어차피 하던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지방에 며칠 더 있어야 한다며..."


"..주중원씨가 제가 없는 동안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다녔네요."


"그럼요 태양. 말로 다 못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문성현씨는 어떻게 되셨나요?"


"제가 도착했을 때, 성현이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어요. 깨어난 지는 오래됐는데, 도저히 기억이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주군께서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기억을 잃었다구요?"


"네. 두 사람은 제가 없는 동안에 굉장히 친해진 상태였어요. 태양. 성현이가 주군을, 형- 중원이 형- 하며 부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 ..."


"기억을 잃은 성현이는 18살의, 그러니까 자신이 불행하기 전이었던 18살의 소년이었어요. 18살이라는 나이는, 성현이 에게도, 주군에게도 의미 있는 시절이죠. 주군은 서울에 돌아가신 후로도 시간이 나면 성현이를 보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주중원씨 한테서 성현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어요. 이렇게 관계가 깊었을 줄은 더더욱 몰랐구요.. 고여사님. 기억을 잃었다는 성현씨는 왜.. 죽은 건가요?"




잠시 생각을 하던 고여사는 공실의 눈을 바라보았다.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눈을 하고 있었다. 죽은 조카. 세상의 단 하나뿐이었던 혈육, 문성현. 그리고 주중원. 공실은 최대한 이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얽히고서리지 않도록 정리를 하며 고여사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건 주사장님이 마지막으로 성현이를 보러 온 날, 5월 29일에 일어났던 일들이에요."


"5월 29일이요..?"


"성현이가 기억을 되찾은 날이자.."


"... ..."


"자살을 한 바로 그 날에, 성현이가 다시 살아났던 날이었어요."


"!!!!"


"그리고 주군께서 '두 번째 달'이 되신 날이기도 하고요. 태양. 만나지 말아야 했던 사람들이 만나버렸고, 결국에는 일이 터진 거에요."




"괜찮으십니까, 주군."


"안 괜찮아 졌어요. 그만 물어보세요. 내가 지금, 괜찮다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괜히 심통 부리지 마십쇼, 주군."


"하! 심통이요? 분명히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김실장님."


그럼 어떡합니까. 고모님께서 자꾸 이 늙은이를 들들 볶으시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주군. 안 그래도 임신 중이신데, 무심 하셨어요."


"... ..."


"그냥 처음부터 어디가 어떻게 다쳤다,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이 늙은 사람이 먼 길을 올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바쁜데 그런 거에 신경 쓸 여유가 어딨어요. 게다가 난, 애초에 교통사고가 났었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다구요! 내가 알아서 피했으니까 따지고 보면 교통사고도 아니네요. 그 트럭은 멀쩡한 건물을 박았다니까요? 내가 가려고 했던 카페였는데,"


"어휴.. 어쨌든 팔에 깁스만 하고 계시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계속 떨리기만 하는 왼손을 다쳤으니, 다행이겠네요."


"네..! 그렇게 보면 참, 다행입니다. 어이구 진짜! 태양한텐 또 뭐라고 말할지.. 벌써 머리가 아프네요."


"...태공실은 좀 어때요?"


"태양이 며칠 전에 한 2~3일을 깨어나지 않은,"


"뭐라구요?!"


"진정하세요 주군."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그래야 제가 설명을 해드리죠, 며칠 전의 일이에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아무튼.. 급하게 병원에 연락도 해봤는데, 도무지 이유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주군께 연락을 하려는 순간에.."


"태양이 깨어났나 보네요."


"네 주군, 그 날.. 또 태양이 엄청 울었어요."


"하아.."


"..주군."


"...김실장님. 지금 공항가면 바로 탈 수 있는, 가장 빨느 한국행 티켓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그 다음날 돌아올 아침 비행기도 같이요."


"네 주군. 잘 생각하셨어요!"


"직접 보고 와야지, 안 되겠어요."


"금방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귀도는 중원에게 으레 그랬던 것처럼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 때 뭔가 생각 났다는 듯 중원은 손을 뺑- 돌리며 귀도를 불렀다.




"김실장님."


"네 주군."


"가기 전에 수행비서 해고하고 가세요. 차에 기름 확인을 안 하고 다닐 정도로 멍청해요. 덕분에 차여 치여서, 죽을 뻔 했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주군-"


"..?"


"다음에 새로 들어 올 사람도 저 만큼은 안 될겁니다."


"하..!"




어이없다는 듯 굳은 얼굴로 쳐다보는 중원을 뒤로한 채, 귀도는 방긋-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중원의 사무실을 나갔다. 김실장님이 원래 저런 분은 아니셨던 것 같은데.. 못 본 사이에 태공실이 사람을 버려놨나? 그런 귀도를 끝까지 노려본 중원은, 미국의 사무실에도 설치 해 둔 망원경 앞으로 다가갔다. 고급 대리석으로 장식된 바닥과 기둥에 잘 어울리는 비싼 망원경이라 그런지 중원의 헛헛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물건이었다. 망원경을 보면, 곁에 그리운 누군가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너와 함께 내 세상을 나누고 싶다.




"태양.."




불러도 대답이 없는 그 이름. 그래도 부르게 되는, 계속해서 찾게 되는 태공실. 태양. 햇빛을 받으면 물결치듯 윤이 나던 황금빛 머리카락이 달빛 아래에서는 어찌나 나를 흥분시키고 새롤운 사랑에 빠지게 하던지.. 나는 지금도 너를, 여전히 사랑해. 보고 싶어. 함께 하고 싶어, 영원히. 중원은 망원경으로 보인느 또 다른 세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전에 중원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 혹은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을 샅샅이 살펴보기 위함이었다면- 이제는 공실과의 또 다른 추억을 쌓을만한,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기 위함이리라. 태양.. 곧 갈게. 중원은 옷걸이에 걸어 놓은 자신의 정장 자켓을 들고는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책상 앞에 선 채로 검토하던 서류를 재빨리 다시 보고, 사인을 한 중원은 깁스를 한 왼손에 서류를 들고 오른손에는 가방을 든 채 자신의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중원이 사무실을 빠져 나와 공향을 향하는 차 안으로 올라탄다. 밤이지만 주위 고층 건물들에 의해 어둠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낯선 도시. 그 어디에도 따듯한 곳은 없었다.








*읽어주는, 갯추설리, 댓글설리 갤러들 무한 감쟈!

**한 번씩 들리는데 바빠서 글은 못 올렸다. 기다려주는 횽들 진짜 미안하고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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