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양심수의 추억 3화 독방의 여름, 식구통에 얼굴을 디밀고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7.13 20:50:28
조회 238 추천 0 댓글 15

양심수의 추억 3화

독방의 여름,
식구통에 얼굴을 디밀고

오월의 화가 홍성담의 양심수 이야기
연재일 : 2017.07.13 by 박진 외 1명
글씨 크기 조절하기글씨크기 작게글씨크기 크게

"감방문은 늘 밖에서만 열게 돼 있는 것 아닙니까? 그네들(간수들)이 필요할 때면 마음대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제 자신의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일상에 하도 시달리다 보니까 심지어는 저만의 비밀까지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 같은 착란에 빠지기도 했어요."

3년 4개월의 수감 생활에서 출감하자마자 홍 씨는 이곳저곳의 문을 닫아버렸다. 전화, 화실은 물론 집에 돌아가면 자신의 방문마저 걸어 잠그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그게 너무 편했고, 그러고 나면 '내 것' 가운데 도망가는 것은 하나도 없는 듯했다. 그뿐 아니었다. 장기간의 수감 생활은 신체장애까지 가져와 홍 씨는 출감 직후부터 수개월간 밥만 삼키면 구토를 하는 등 지독한 위장병에 시달렸다. 또 불면증은 매일 밤 찾아와 괴롭혔다.

5월의 대표적 민중화가 홍성담 씨를 찾아 - 이종태(광주일보 기자) 1995년

20170627185631770zfdg.jpg

간코쿠 야스쿠니, 2009년작 홍성담 

불의한 정치권력은 자신들의 거짓과 위선을 숨기기 위해서 양심의 목소리를 감옥에 유폐시킨다.

대부분 양심수는 0.75평 독방에서 징역을 산다. 그리고 감옥 안에서도 특별사찰의 대상이다. 무슨 책을 보는지, 어떤 내용의 편지를 쓰는지, 누가 면회를 오는지, 밥은 잘 먹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똥은 잘 싸는지 등등 교도소 당국은 양심수의 모든 것을 은밀히 상부에 보고한다. 이런 감시의 눈길을 매사에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그러나 금방 감시에 내성이 생긴다. 잠시라도 교도관의 눈길이 느껴지지 않으면 내 몸이 허전하다.

걸음도 비틀댄다. 괜히 생각지도 않았던 헛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다.

감시의 시선이 없어서 자유스러운 것이 아니라 갑자기 몰려오는 공허함 때문에 온 몸이 무력감에 빠진다. 즉, 감시중독현상이다. 그러나 양심수의 징역은 저런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또는 가족들의 애틋한 소식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교도소 두꺼운 시멘트벽을 얼리는 한겨울의 한기와 새벽이 되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한여름의 더위가 결국 양심수의 마지막 견고한 체면마저도 묵사발을 만들어 버린다.

특히 개집이나 다름없는 0.75평 독방은 공기의 순환이 원활치 않아서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앉아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숨이 턱 끝에 매달려 있다. 손바닥만 한 창문엔 오후의 뜨거운 햇살이 칼날처럼 들어오고 공기의 흐름은 정지, 아울러 나의 머릿속도 정지 상태가 되어버린다.

20170627191918718lpuf.jpg

감옥안에서의 여름 무더위는 사람의 의식을 마비시킨다.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표지 ⓒ 신영복

복도 쪽 벽면 무릎 아래에 가로세로 약 20cm 크기의 식구통이 있다. 밥과 반찬과 편지가 드나드는, 말 그대로 성스러운 구멍이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가끔 이 식구통으로 조금은 시원한 공기가 들어올 때가 있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즉시 몸을 엎드려서 얼굴을 식구통에 댄다. 그런데 묘하게도 식구통을 통해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는 금방 사라져버린다.

20170627191043814uwcu.png

독방 문 아래에 유일한 구멍 식구통. 말 그대로 성스러운 구멍이다. ⓒ 'simpro의 반 백년 이야기' 블로그 

어떤 동료는 아예 식구통으로 머리를 억지로 쑤셔 내밀었다가 제 힘으로 빼내지 못하고 교도관들이 출동하여 두세 시간 씨름한 끝에 겨우 머리를 빼낸 일도 있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대한민국의 감옥 안에는, 더위에 삼각팬티 한 장만 걸치고 헉헉대면서 식구통 앞을 지키고 앉아있는 양심수들이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원통하다.

30년 전, 최루가스와 백골단의 곤봉세례를 온몸에 맞아가며 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온 국민이 함께 되찾아 세웠던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24414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289442 모래 ㅇㅇ(39.115) 04.19 62 0
289441 단약 먹을 사람? 丹藥(106.102) 04.19 66 0
289440 불선유 禪仙善(106.102) 04.19 67 0
289439 모래시계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65 0
289437 아 귀차나 禪갤러(106.102) 04.19 57 0
289434 게으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68 0
289433 프랑스어 공부 22/100 일차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56 0
289432 모비딕..김석희 번역... 개정판 나왓네 문갤러(1.237) 04.19 84 1
289427 2024. 4. 19(금) 맑음 문갤러(222.118) 04.19 75 0
289424 형들 6년전쓴 내글 핑까좀 해주... 낑깡(106.101) 04.19 112 0
289423 오늘의 시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75 2
289422 무저갱 쿵치팍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63 0
289421 오늘의 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73 0
289407 아. 이거. 그 그림이 아니었네. ㅇㅇ(218.237) 04.18 53 0
289406 왜 성립이 안되지 ㅇㅇ(218.237) 04.18 51 0
289404 낫질하다- 자작시 ㅇㅇ(112.160) 04.18 70 1
289403 요즘 학생들 시가 많이 올라와서 좋다 문갤러(106.101) 04.18 72 1
289402 수탉이 달려들어서- 자작시 ㅇㅇ(112.160) 04.18 65 0
289401 드룹무침 ㅇㅇ(210.113) 04.18 71 0
289400 고1 뭔가써봤는데 어떤가요.. [3] 문갤러(211.235) 04.18 150 0
289399 책 하나가 날 완전히 두들겨 패는 기분 도쿄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84 0
289397 괴물의 여름 쿵치팍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67 0
289393 너구리식 주머니 [1] 문갤러(180.69) 04.18 105 0
289392 아 그럴 필요없냐 아랫집 윗집 합세해 라디오 악용해 a(39.7) 04.18 54 0
289391 건영 개새끼들 너 천장에서 라디오 잡힌 불러 내려 a(39.7) 04.18 56 0
289390 천장에 건설 인부 '똥'이 있어 a(39.7) 04.18 56 0
289389 제전 재킷만 입어서는 문제가 없어 소매를 걷자 방언 터지죠 a(39.7) 04.18 54 0
289388 소설 공모전 티어가 어케댐? 문갤러(121.128) 04.18 75 0
289387 2024. 4. 18(목) 맑음 문갤러(222.118) 04.18 62 0
289386 유일자와 그의 소유 도쿄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62 0
289382 고대히브리어에 내용 없지 또 이방인에, a(39.7) 04.18 54 0
289381 Silo nce 코호트(침묵의 카르텔) a(121.158) 04.18 54 0
289380 초원 위의 수레 쿵치팍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63 0
289377 꽃잎 / 세면대로 향했다 쿵치팍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71 0
289373 뽕두성 시배틀 ㄱ? [3]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17 0
289372 프랑스어 공부 21/100 일차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54 0
289371 울지 좀 마 [2] 주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20 0
289370 < 선관위 바구니 숫자는 비례투표 결과를 알고 있었다 ㅋㅋㅋ > 문갤러(81.17) 04.18 57 0
289363 병신들...발밑으로 나오는 에어컨도 손대 다리 튀겼었니 a(39.7) 04.18 56 0
289362 남의 감정 손대지 말랬지 씨발년아 너 그러는때마다 a(39.7) 04.18 56 0
289361 계속 해 미친년들아 내장 들어낸 분전반 [12] a(118.235) 04.18 98 0
289360 짧은 글 : 진심의 농도 문갤러(119.67) 04.18 70 0
289359 현대 사회에 필요한 말 [2] 문갤러(119.67) 04.18 90 0
289358 만갤의 윤동주...jpg [1] ㅇㅇ(14.138) 04.18 466 7
289357 시운전 /강지수 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46 0
289356 그녀, 사형수 (남킹 단편소설) 남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18 0
289355 고삐리 취미로 써보는 첫 시인데 어떤가요 [7] 쿵치팍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7 355 7
289354 드라마 보는데 방해하지 마 [8] 주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7 115 0
289353 사랑해 그냥 사랑하고 살자 [5] 주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7 122 0
289352 침팬지(팀 펜서) 연구가 제인 구달(라인 커터) [7] a(118.235) 04.17 8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