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도 넘긴 고목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유배를 당한 이곳, 탑골공원은 괴이한 곳이다. 그리고 그 조짐은 종로 3가 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세관 압수 물품이라며 팔아재끼는 싸구려 등산복바지에 줄무늬셔츠, 구멍이 숭숭뚤린 낚시조끼와 모자. 어떤 노인은 정장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더위에도 무엇을 감추기 위해 입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곳이 탑골 공원이다. 한켠에는 지쳐버린 신장이 미처 여과하지 못한 악취가 뿜어져나왔다. 어떤 이들은 담소를 나누기도 했지만, 태반은 두리번거리며 담장 너머로 쏜살같은 차량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그늘이 움직이면,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 담소라고 해봐야 유통기한이 지난 민트초코처럼 써먹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얼마간의 안부를 나누고, 특별한 지식 없이도 누구나 자기 견해를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해 두런두런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의 얼굴에 나처럼 눈코입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야 무서운 것이었다.

과거에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두 고도를 기다리는 신세일 뿐. 그리고 그들에의해 유배당한 고목은 그 부조리극을 내려다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