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플) la vie en rose 마지막회 (상)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4.19 07:15:33
조회 1057 추천 23 댓글 7
														


viewimage.php?id=21b2c623e3c037ab7dabd7a7&no=29bcc427b28477a16fb3dab004c86b6f97928ae591e31d37ff2af77a4118af94efeb181bfd9e2e7e8d3416e880910bfcd2113a76e396938591706b8d254c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MVzD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MVzD

La vie en rose [la vi ɑ̃ ʀoːz] 장밋빛 인생

 

 

<20174, 빠리 DGSE 국장실>

 

“DGSE 조직에 관련된 엄청난 정보?”

가르니에는 수화기를 다른 손으로 바꿔쥐며 묻는다.

 

NIS의 문 국장과는 그럭저럭 1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다.

때로 서로의 이해가 상충해 적으로 만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꼬레는 프랑스의 우방으로서 둘의 관계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맞아, 엄청난 정보!”

그게 뭐지?”

정보를 전해주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얼마든지!”

만약 당신 조직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면... 당신은 그 배신자를 어떻게 처리할 거야?”

 

예기치 않은 문국장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는 가르니에.

 

“DGSE 내부에 배신자는 없어.” 왜 문국장이 이런 질문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그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물론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만약 있다면?”

 

이어지는 문 국장의 질문에 가르니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그의 직감이 날카롭게 촉을 세우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온 몸을 기분 나쁘게 훑고 지나간다.

 

또 다시 침묵하는 두 사람.

 

그런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징해야지!” 이윽고 차디찬 가르니에의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그렇지?  배신자는 당연히 응징 해야겠지?” 국장은 만족한 얼굴로 담배를 피워 문다.

 

배신자가... 누군데?”

그걸 알려주는 대신 조건이 있어.”

말해.”

 

팽팽하게 긴장되는 마음을 누르며 가르니에는 문 국장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이제 곧 우리 대통령 유럽 방문이 있지.”

그래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며칠 후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과 영국을 방문한다.

국빈 방문을 앞두고 프랑스도 테러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한 경비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는 중이었다.

 

빠리에서 국빈의 경호를 담당할 프랑스 경호팀에 내가 지명하는 DGSE 요원을 한 명 투입해줘!”

당신이 지명하는 요원을 경호 업무에? 그게 누군데?”

 

생각치도 못한 국장의 요구에 가르니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이네스 청!”

이네스 청?”

그래, 이네스 청을 이틀간 최전방 경호 요원으로 배치해줘!”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 해주지.”

 

단지 이네스 청을 경호 요원으로 배치해달라는 요구라면 어찌보면 너무 쉬운 조건이었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당연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굳이 이네스 청을 경호 업무에 배치하라는 그의 속셈이 뭘까?

 

좋아, 요구 조건은 그것뿐인가?”

아니, 한 가지 더 있어.”

말해봐.”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쉬운 조건으로 엄청난 정보를 넘길리가 없지!

 

우리 쪽 보안 책임자와 DGSE의 보안 책임자가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아줘.”

 

고개를 갸우뚱하는 가르니에.

문국장은 점점 모를 소리를 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보안 책임자들끼리 미리 회의를 하는 건 의전의 기본인데...

그걸 모를리 없는 문국장이 왜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까.

 

그건 어차피 하는 건데 스케줄을 일부러 잡을 필요가 있나?

국빈 도착 전에 꼬레 경호 팀과 우리 경호 팀이 경호 회의 먼저 할 거 당신도 잘 알잖아?”

 

물론 알지! 하지만 그건 경호팀의 책임자들 즉, 여러 명이 함께 하는 회의 잖아?”

그럼 당신이 말하는 회의는 뭐야?”

우리 쪽 책임자와 그쪽 책임자 단둘이 하는 회의를 스케줄에 넣으라는 얘기야!”

단 둘이?”

가르니에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 간다.

 

그래, 단 둘이.”

우리 쪽 요원은...  혹시 이네스 청이어야 하나?”

가르니에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누르며 한껏 낮은 음성으로 묻는다.

 

아니! 그 요원은 당신 마음대로 정해! 단 이네스 청은 안돼!”

 

골똘히 생각에 빠져드는 가르니에.

이건 뭔가? 문국장은 도대체 무얼 노리고 있는 걸까?

그의 뇌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경호의 최전방에 꼭 이네스 청을 세워 놓을 것,

그리고 이네스 청을 제외한 다른 요원과 저쪽 경호 책임자가 미팅을 하도록 스케줄을 만들 것.

괴상한 문국장의 요구를 다시 한번 검토하는 가르니에.

 

당신 쪽 경호 책임자는 누군데?”

도민준!”

도민준?”

 

이네스 청과 테네리페 작전을 함께 진행했던 도민준. NIS가 내세우는 최고 요원.

하지만 그는 일반적으로 경호업무를 주로 하는 요원은 아닌데... 이네스 청과 마찬가지로.

 

이네스 청이 서울과 프라하에서 도민준으로부터 두 번이나 그의 정보를 가로챘던 과거를 떠올리는 가르니에.

하지만 그걸 이제 와서 문제 삼을리는 없다. 어린애들도 아니고.

 

덧붙여서 두 책임자의 회의 때 당신 쪽 요원이 내 요원에게 은밀하게 전달해줘야 할 정보가 있어.”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은밀한 음성에 가르니에는 다시 한쪽 눈썹을 끌어올린다.

 

무슨 정보?”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내가 말하는 걸 옮겨주기만 하면 돼.”

요구 사항은 그게 다야?”

그래, 이게 전부야!”

좋아! 모두 들어주지! 그럼 나한테 정보는 언제 넘겨줄 거지?”

당신이 내 요구 조건을 다 들어주면 그때 바로 넘겨주지.”

오케이!”

가르니에는 시원하게 대답을 하며 전화를 끊는다.

 

배신자라....

그의 뇌세포가 빠르게 회전하며 수많은 DGSE 요원들 중 의심이 가는 인물 두 명을 떠올린다.

 

한명은 빠리 태생이지만 알제리 계 혼혈로 노련한 가르니에도 속내를 알기 어려운 요원이었고,,

다른 한명은 남프랑스 출신으로 최근 들어 유난히 실적이 저조해 기르니에의 미움을 사는 중이었다.

 

겁없이 프랑스를 배신한 자가 정말 내부에 있다면.... 마땅한 댓가를 치루도록 해야겠지.

 

회전 의자를 돌리며 창밖을 향하는 그의 얼굴이 얼음처럼 싸늘하다.

 

----------------------------------------------------------------------

 

경호 책임이요?” 민준은 의외라는 듯 다시 묻는다.

 

그래, 며칠 안 남았으니 준비해

제가 경호를 해야하는 특별한 상황이 있습니까?”

 

위험한 강력 업무를 전담하는 민준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는 단순한 경호 업무이외에 실제로 어떤 다른 작전이 병행되는 것인지 묻고 있다.

 

특별한 상황은 없다! 단 최근들어 ISIS의 움직임이 점점 더 심상치 않아.

곧 런던과 빠리 중 한 곳에서 테러를 일으키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대고 있다보니

이번 국빈 방문 기간 동안 런던과 빠리도 비상이 걸리는 모양이야.

그 쪽도 우리 쪽도 경호 강도를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경호하고 현지 상황은 빠짐없이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최근 돌아가는 복잡한 중동 정세와 유럽 상황을 보면 국장의 요구에 수긍이 가는 민준.

빠리에 간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지만 훈련된 요원답게 그는 제 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평소와 똑같은 톤으로 지시를 내리는 척 하면서 사실은 민준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국장.

빠리로 가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도민준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제 속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애송이가 아니다.

국장은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민준의 행동과 표정을 관찰한다.

 

감사팀이 들고 온 모든 증거는 완벽했지만 그는 최종 확인을 하고 싶었다.

믿었던 도민준이 저와 국가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게 확인된다면...

도민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은 그 후에 해도 늦지않다.

 

그때까지는 결정을 보류할 것이다.

도민준은 단순히 제거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요원이니까.

게다가 그의 인공 청각 수술에 국가가 들인 돈을 생각하면 결코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NIS 최고 요원을 어이없이 망가뜨린 북한의 스파이 천송이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여자는 최대한 빨리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프랑스의 가르니에가 하지 못할 경우엔 북한이 그 여자를 없애도록 할 것이다.

 

그는 북파 간첩 홍진규를 통해 북한의 국가 안전 보위부 내부에 은밀하게 정보를 흘릴 예정이었다.

귀중한 정보를 얻을 행운의 인물은 천민구의 라이벌, 북한의 권력 실세 3순위인 양종국 이었다.

 

----------------------------------------------------------------------

 

<2017 4, 빠리>

 

갑자기 경호팀에 합류하게 된 송이는 상황을 의아해 할 틈도 없이 급하게 국빈 맞이 경호 준비에 들어간다.

평소 제가 활약하던 분야는 아니었으나 심상치 않은 중동 기류를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ISIS의 무차별 테러로 만신창이가 된 서유럽 정부는 주요 도시 방어와 VIP경호에 총력을 쏟고 있었으니까.

 

국장은 별다른 말없이 1선에서 주요 요인 경호를 맡으라는 짧은 오더를 내렸다.

더불어 꼬레의 경호 팀과 손발을 잘 맞추라는 의례적인 지시도 있었다.

 

팀에 뒤늦게 합류한 송이는 우선 대한민국 대통령과 함께 방불하는 주요 인사들의 자료를 찾아

머릿속에 오차없이 입력하고, 팀이 만들어 놓은 경호 계획과 주의점을 숙지한다.

시험 공부를 하듯 모든 자료를 정독한 후 마지막으로 한국 측 국빈 경호 요원들 파일을 클릭하는 송이.

수많은 파일과 사진 자료 등을 읽으며 시종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이 한 순간에 급격히 긴장된다.

 

Do Min Joon

그녀는 눈 앞의 글자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심호흡을 크게 한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그 이름을 읽어보는 송이.

한국의 대통령 경호팀장에 적혀있는 건 분명 그 사람의 이름이다.

 

그 사람은 경호국 소속이 아닌데...

하긴 요즘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한다면 어느 나라든 최고 요원들을 경호에 포함시킬 수도 있긴 하다.

테러 위협은 이제 모든 나라들의 악몽이 되어버렸고 국빈 방문 중에 어떤 불상사가 터질지 예측할 수가 없다.

당장 송이 자신도 경호국 소속이 아닌 건 마찬가지 아닌가?

 

송이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언제 볼지 기약도 없던 그를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만난다 해도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테지만...

민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춥고 황량한 들판 같았던 그녀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

 

국빈 방문을 앞두고 테러에 대비한 철통 경비에 들어간 빠리.

가르니에는 문 국장과 핫라인을 연결한다.

 

, 오늘 경호팀 회의 직후에 당신 요구대로 책임자들 단독 미팅이 있을 거야.

당신 경호 책임자에게 우리 경호 책임자가 전해야 하는 정보가 뭐지?”

 

간단하고 짧은 메세지야.”

말해 봐.”

“DGSE내에 북한의 간첩이 침투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북한이 관계된 문제인만큼 DGSE는 대한민국 정보국과 협력해 간첩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싶다.

가르니에 국장이 전하는 기밀 정보이니 보안을 유지하고 꼭 직접 문국장에게 전해달라.”

 

가르니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문 국장의 말을 곱씹는다.

뭐지 이건?  DGSE 내에 북한 간첩이라니?

지난번에는 DGSE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고 하더니... 문 국장의 저의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조직에 북한의 스파이가 있다니... 그게 사실일리는 없고! 혹시... 당신 책임 요원을 시험하는 중인가?”

 

맞아.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불행한 경우가 있지.” 문국장은 선선히 시인한다.

 

가르니에는 또 한번 고개를 갸우뚱한다.

 

책임 요원은 도민준이라면서??

그가 알기에 도민준은 NIS 최고 요원이었다. 그를 시험 한다니... 무슨 일일까?

하긴 그게 무슨 일이든 NIS 내부의 문제라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혹시... 지난번에 말한 우리 조직 배신자 건이 여기 관련이 있나?”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보는 가르니에.

 

아직은 노코멘트! 하지만 당신이 약속만 지켜주면 그 정보는 곧 넘겨주지!”

오케이! 그대로 지시하지.”

고마워, 비밀은 철저히 지켜줘!”

걱정마!”

 

전화를 끊은 가르니에는 난데없이 등장한 북한 간첩이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두세명의 일본계 요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

 

내일은 한국의 대통령이 입국하는 날이고 오늘은 한국 경호 팀 일부가 먼저 빠리에 도착한다.

 

이네스! 오늘 회의는 꼬레 요원 3명이 참가해! 우리 멤버는 이네스와 나, 세르지오야. 자료 준비는 다 됐지?”

검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흑인 경호 책임자 앙리가 송이에게 다가온다.

 

물론!”

! 잠시 후 출발이야!”

여유있게 대답하는 송이에게 앙리는 눈을 찡긋하며 바쁜 걸음을 옮긴다.

 

송이는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경호국 동료 두명과 함께 국빈의 숙소인 리츠 호텔로 향한다.

오늘 도착하는 요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분명히 확인했음에도 직접 보기 전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호텔이 가까워질수록 자꾸 가슴이 뛰어 송이는 몇 번이나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세 사람이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이미 도착해서 그들을 기다리던 꼬레의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검은 정장을 입고 그들에게로 다가오는 세 남자의 맨 앞에 서 있는 민준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부터

송이의 시야가 바람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꿈이 아니다.

정말 그 사람이 여기 있다.

 

도민준, 당신이 내 앞에 있어...

 

----------------------------------------------------------------------------------

 

검은 양복을 입은 거구의 사내 두명이 들어선다.

한눈에 그들을 알아본 민준은 다른 두명의 요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던 민준은 거구의 두 남자들 뒤쪽으로 가느다란 실루엣의 여자를 보는 순간

순간적인 현기증을 느끼며 주춤한다.

가슴이 턱 막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왜곡되며 비틀어진다.

 

천송이...

 

일순간 세상이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멈추어진 세상속에 유일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한 사람.

검은 스키니에 검은 쟈켓을 입고 걸어오는 그녀의 하얀 얼굴과 대조를 이루는 까만 커트 머리.

 

꿈일까? 아니... 꿈이 아니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가 뜨는 민준.

 

금방 세상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3명의 DGSE 요원들이 NIS경호팀에게 손을 내민다.

과거에 어떤 작전에서 어떻게 만났든 새로운 작전으로 부딪힐 때는 모른체 하는 것이 요원들의 불문율이다.

 

“Nice to meet you!” 다른 요원들과 똑같이 민준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내미는 그녀.

민준도 무표정한 얼굴로 악수를 나눈다.

 

두 손을 마주 잡는 짧은 순간.

아주 짧은 그 순간에 그들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 보며 인사를 나눈다.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

 

구체적인 경호 회의를 끝낸 양측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NIS 경호 책임자인 민준에게 둘이서 잠시 미팅할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DGSE 책임자 앙리.

고개를 끄덕인 민준은 나머지 두 요원을 먼저 돌려 보낸다.

 

복도 끝의 컨벤션 센터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10분도 안 걸릴 겁니다.”

민준과 함께 밖으로 나온 앙리는 손가락 끝으로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는 룸을 가리킨다.

 

그는 가르니에와 통화를 하기 위해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고 송이는 세르지오, 민준과 함께 복도를 걷는다.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른 세르지오가 나중에 만나자고 민준에게 인사를 건네자 송이도 민준에게 인사를 한다.

건조하고 사무적인 음성과 표정으로.

 

세르지오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송이를 민준은 아득한 눈으로 쫓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갈증이 밀려온다.

지금 너를 놓으면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금방 다시 너를 만날 텐데.... 그런데 왜 자꾸 니 모습이 마지막처럼 느껴질까.

 

돌덩이 같은 것이 턱하니 막혀있는 것처럼 가슴이 무거워 숨을 쉬기가 어렵다.

 

저를 쫓는 민준의 눈길을 고스란히 느끼며 등을 돌리는 송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누른다.

 

닫히는 문 사이로 보이는 그 남자의 얼굴.

내 도민준의 얼굴.

 

문은 야속할만큼 순식간에 틈이 좁아지더니 차가운 금속성 소리를 내며 닫혀버린다.

그 남자와 저를 단절하 듯 문이 탁 닫히는 순간 힘겹게 다잡고 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순간적인 패닉 상태에 빠지는 송이.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성큼 내린 세르지오는 여전히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는 그녀를 돌아본다.

 

먼저 차에 가 있어! 앙리한테 잠깐 할 말이 있어!”

그래? 오케이! 주차장으로 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세르지오가 몸을 돌리자 재빠르게 버튼을 누르는 송이.

앙리는 10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말했으니 앙리는 정확히 8분 내지 9분이면 민준이 기다리는 컨벤션 센터로 올 것이다.

송이는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들여다 본다.

회의실에서 나온지는 2분이 지났다. 다시 올라가는데 또 1...

남는 시간은 아마도 길어야 4,5분일 것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정신없이 컨벤션 센터를 향해 달리는 송이.

앙리가 돌아 오기 전에 나와야 해!

지금 제가 얼마나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었다....

 

-----------------------------------------------------------------------------

 

의자에 앉아 앙리를 기다리던 민준의 검은 동공이 순식간에 확대되며 저도 모르게 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귀에 또렷이 들려오는 숨소리에 맹수의 털이 올올이 일어서 듯 온 몸의 감각이 날카로운 날을 세운다.

그 여자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튕기듯이 몸을 일으킨 그는 금세 룸을 가로질러 견고하게 닫혀있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민준이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벌컥 열리는 문.

숨이 턱에 차도록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그 여자가 눈 앞에 서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송이는 덜덜 떨려오는 다리에 힘을 주며 앙리가 돌아올 시간을 계산해 보려 애쓴다.

눈 앞에는 꿈에도 못잊던 그리운 얼굴.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민준은 다시 한번 모든 것이 멈춘 세상 속에서 제 앞에 서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천송이...

 

그의 탄탄한 팔이 송이를 왈칵 가슴에 끌어 안는다.

 

=======================================================================

 

브금

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 

추천 비추천

23

고정닉 3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단어장 ★☆★☆★ [64] DC별그대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23 14445 154
공지 ★☆★☆★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통합공지 ★☆★☆★ [43] DC별그대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23 18436 178
공지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종방연 서포트 사진 후기 [109] 릴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3.06 29988 347
공지 ★★★★★★★★별그대 갤러리 가이드★★★★★★★ [27] 도할배송이(211.214) 13.12.26 37819 171
공지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이용 안내 [70] 운영자 13.12.19 56022 70
234987 요즘 ㅇㅇ(5.90) 04.25 31 0
234983 천도케미 보고싶다 [1] 별갤러(58.29) 04.11 183 26
234982 정주행 괜히 했다 [4] 별갤러(221.147) 04.06 226 4
234980 저기요 여기 좀 쓸게요 ㅇㅇ(223.38) 03.29 217 0
234978 걍 도민준 귀환이잖아 [3] 별갤러(58.29) 03.20 420 7
234977 오늘 유퀴즈에서 천도이야기 나오나봄 ㅇㅇ(110.15) 03.13 213 0
234975 5회차 완 [2] 별갤러(124.146) 23.12.26 341 3
234974 별그대 10주년축하!!3 [4] 죽먼지(112.169) 23.12.18 375 4
234973 별그대 10주년축하!!2 [3] 죽먼지(112.169) 23.12.18 296 2
234972 별그대10주년 축하!! [3] 죽먼지(112.169) 23.12.18 295 2
234971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하) [4] ooooo(2.39) 23.12.18 376 8
234970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중) [1] ooooo(2.39) 23.12.18 317 5
234969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상) [3] ooooo(2.39) 23.12.18 384 8
234968 딥디 추가씬 별갤러(124.59) 23.12.17 186 0
234967 난 별그대 ost 다 좋은데 잠자기 전에 듣는 음악은 이게 젤 좋아 [1] 별갤러(106.102) 23.11.26 337 0
234964 날 추워지니 슬슬 생각나서 들어온 먼지들아 [11] 별갤러(125.189) 23.10.26 431 1
234963 어제부터 정주행중입니다 [1] ㅇㅇ(211.234) 23.09.17 354 2
234962 여긴 아직도 글 쓰는 사람 잇네 [1] ㅇㅇ(220.84) 23.08.23 427 1
234961 너의 모든 순간 City pop 버전 ㅇㅇ(211.251) 23.08.07 235 0
234956 별하 [1] 모여 23.06.21 442 0
234955 천송이는 도민쥰이 옛날에 자기 구해준 아저씨인줄 [1] ㅇㅇ(175.203) 23.06.12 565 0
234954 혹시 별그대는 대본집 없어? [1] ㅇㅇ(117.111) 23.06.04 609 0
234953 올해 10주년인데 뭐 없겠지? [4] ㅇㅇ(211.110) 23.04.19 673 1
234948 별그대 보기 시작했는데 [2] ㅇㅇ(39.7) 23.03.20 618 0
234947 별그대 오스트 진짜 다 좋음 [1] ㅇㅇ(211.110) 23.02.23 524 1
234946 블레로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 ㅇㅇ(101.235) 23.02.22 350 5
234945 정주행함 [1] ㅇㅇ(221.141) 23.02.14 505 3
234944 블레 질문ㅜㅜ ㅇㅇ(175.198) 23.01.28 408 0
234943 이 드라마 초3 될 때 봤는데 [1] ㅇㅇ(114.206) 23.01.17 661 2
234942 (속보)도민준 발견 [1] ㅇㅇ(121.139) 23.01.11 668 0
234940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별그대 ㅇㅇ(125.189) 22.12.29 582 15
234939 오늘 별요일이네 ㅠㅠㅠ ㅇㅇ(125.130) 22.12.18 423 18
234938 먼지들아 ㅠㅠㅠㅠㅠ 작가님이랑 도민준 본체 재회한대 [2] ㅇㅇ(183.109) 22.11.18 842 9
234937 앙어아아아아엉어ㅓ엉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11 391 0
234936 추억팔이4 [2] 죽먼지(112.169) 22.09.13 884 7
234935 추억팔이3 죽먼지(112.169) 22.09.13 429 1
234934 추억팔이2 죽먼지(112.169) 22.09.13 445 1
234933 추억팔이 죽먼지(112.169) 22.09.13 539 1
234931 상플 추천 부탁해도 될까? ㅇㅇ(119.64) 22.09.03 455 0
234929 거의 10년전 드라마인데도 하나도 안촌스러움 [1] ㅇㅇ(117.111) 22.07.29 860 17
234928 너의 모든 순간 듣다가 생각나서 옴 [1] ㅇㅇ(58.239) 22.07.17 704 4
234921 본방때도 느끼고 다시 보는데도 느끼지만 주인공 지능에는 문제가 있다 ㅇㅇ(110.9) 22.04.27 708 0
234919 도민준 주민등록증 한자 나만 이상하냐 [4] ㅇㅇ(112.154) 22.04.06 1091 0
234917 별그대 1화에 서이화랑 [1] 천송이만송이(58.122) 22.03.21 900 1
234916 예전에 재밌게봐서 다시보는데 설정오류임? [5] ㅇㅇ(220.79) 22.03.12 111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